2李1金, 피 튀기는 ‘부산공천’

이회창-이기택-김영삼 파워게임… 사하 동래 해운대 등 우군끼리 백병전

  • 입력2007-05-18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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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피 터지는 공천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모두 한나라당 일색이지만 적군과 우군의 경계가 없다. ‘나를 제외하면 모두가 적’인 그런 상황이다. ‘부산 점령’을 위한 진군 나팔은 한 곳도 아닌 무려 세 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회창총재와 이기택고문, 김영삼전대통령(YS)의 ‘삼각 파워게임’이다.

    부산은 한나라당에는 일종의 아성(牙城). 한나라당이 걸핏하면 부산에 내려가 장외 집회를 여는 것도 여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뜨거운 호응’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산의 야당 의원들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믿음을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 부산에서는 현역 의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바로 이들간의 삼각 갈등 전선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이에 따른 불협화음이 속출하고 있다.

    이기택고문은 12월8일 내년의 총선 공천과 관련해 “몇퍼센트라고 단정하지는 않겠지만 민주당과의 합당 정신은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부산-경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자신의 공천 지분을 확보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이고문은 같은 날 경남 양산시에서 열린 부산 해운대-기장갑지구당(위원장 손태인) 당원 연수회에 참석해 “김영삼전대통령의 한나라당 공천 지분을 인정할 수 없다” “공천은 이회창총재와 내가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YS에게 자신의 공천 지분을 뺏기지 않겠다는 선을 명확하게 그은 것.

    YS “김광일 오규석은 공천해야 되는데…”



    이고문이 이처럼 노골적인 지분 챙기기에 나선 것은 YS 측근인 김광일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12월2일 이회창총재를 단독 면담하는 등 이총재와 YS의 총선 연대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데 자극받은 때문. 특히 김전실장은 물론, 문정수 전 부산시장과 최광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 YS측 인사들이 주로 이기택계 원외지구당위원장 자리를 겨냥하고 있는 것도 이고문을 ‘도발시킨’ 직접적 요인이다.

    정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YS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사람은 꼭 공천받게 해주어야 한다’고 일종의 심적 부담감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있는데, 바로 김광일전실장과 오규석 전 기장군수. 김전실장은 YS 차남 현철씨 문제가 그런대로 마무리되는 데 현 정권과의 교량 역할을 수행했고, 한의사 출신인 오전군수는 평소 ‘YS의 보신’에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김전실장이 출마하려고 하는 해운대-기장갑에는 손태인위원장, 오전군수가 노리는 해운대-기장을에는 안경률위원장(최형우계)이 각각 ‘지역구 사수’를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공천을 노리는 YS측 인사 중 또 문정수 전 부산시장과 최광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변수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사하갑(국민회의 서석재의원)을 동시에 노리고 있어 YS로서는 머리가 아프게 됐다. 문전시장이 당초 노렸던 지역구는 최형우의원의 연제구. 몸이 불편한 최의원은 총선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 그러나 문전시장이 연제구를 포기하고 사하갑으로 선회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회의 부산시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최의원의 친동생인 최형호씨가 자신에게 연제구를 물려달라고 형수인 원영일여사에게 간청했지만 원여사는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고, 이 과정을 지켜본 문전시장도 결국 손을 들었다는 것. 그런데 최형호씨는 지난 11월 갑작스럽게 사망해 최의원 일가에는 불행이 겹치게 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도 아닌 문전시장이 민주화운동을 같이했던 옛날 동지인 서석재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것에 대해서는 부산지역 정가에서도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문전시장과 달리 최광전장관은 처음부터 사하갑을 ‘찍은’ 경우. 최전장관은 지난번 YS의 일본 방문 당시 여행 스케줄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에는 이회창총재의 동생인 이회성씨와 서울대 상대 동기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너도나도 사하갑으로 몰려오면서 사하갑은 벌써부터 전국 최고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도전장을 낸 사람만 해도 6명이나 된다. 곽정출전의원만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태세이고, 나머지는 모두 한나라당 공천을 받겠다는 것. 최근 경쟁 대열에 뛰어든 변호사 엄호성씨는 경찰청 수사국장 출신으로 총풍사건 변호를 맡았던 때문인지 “이총재가 내게 빚이 많다”면서 공천을 장담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서석재의원측은 “어떤 사람이 와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이렇게 공천 문제가 어지럽게 얽히면서 이회창총재 또한 머리가 복잡하게 됐다. YS와 이기택고문 어느 한쪽의 손도 들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97년 대선 직전 신한국당과 민주당 합당 당시 약속한 ‘지분 30% 보장’ 약속이 엄연하게 살아 있기도 하다. 어느 한 지역이라도 잘못 선택했다가는 기존의 안정 구도가 깨지면서 줄줄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일대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고문도 심각한 상황이기는 마찬가지다. 우선은 자신의 총선 성패 여부가 너무 불투명하다. 이고문은 부산 동래을에 사무실을 내고 한때 지역을 누볐지만, 동래갑(박관용의원)과 동래을(강경식의원)이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상당히 어정쩡한 상황이 됐다. 더구나 박관용의원은 자신의 비서관 출신이다. 그렇다고 다시 해운대-기장을로 돌아가자니, 김운환의원(국민회의)이 여전히 지역기반이 튼튼한데다 기존 위원장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례대표를 모색해보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그가 거느리고 있는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의 공천 포기가 전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의 향후 입지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게 되는 것이다.

    현역 의원들끼리의 경합도 만만치 않다. 여야 선거법 협상에서 인구 하한선이 어떻게 결말나는지에 따라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금정갑(김진재의원)-을(김도언의원), 사상갑(권철현의원)-을(신상우의원), 남갑(이상희의원)-을(김무성의원), 동래갑-을 네 곳이 통합 대상으로 떠오름에 따라 의원들은 신경이 바짝 곧추서 있다. 예를 들어 권철현의원측은 신상우의원이 7선이니만큼 이제 비례대표로 물러설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신의원측은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다. 과연 이회창총재의 통합 조정 능력이 어떻게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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