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흑사병’ ‘천형’ 등으로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인류는 과연 에이즈를 정복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과학자가 절망적인 답밖에 없어 보이던 이 물음에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있는 답을 내놓았다.
주인공은 바로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성영철(43)교수.
성교수는 12월7일 에이즈바이러스(HIV) 유전자를 벡터(운반체)에 넣어 세포에 주입해 세포에서 자체적으로 백신이 생산되도록 하는 `‘DNA 백신’을 개발, 독일 영장류 동물센터(DPZ)에서 원숭이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성교수가 에이즈 DNA 백신을 개발한 것은 2년 전. 생쥐에서 면역성 시험을 마치고 독일 영장류 동물센터의 훈스만 박사에 원숭이 실험을 의뢰해 이번에 면역 및 치료효과가 탁월하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원숭이 열한마리를 4개 그룹으로 나눠 실시한 이 실험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원숭이들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입한 뒤 모두 감염돼 에이즈에 걸렸다. 그러나 성교수의 DNA백신을 투여한 원숭이는 초기 감염후 4~20주 내에 바이러스가 모두 제거되고 면역기능 저하 지표가 되는 T림파구(CD4)가 정상으로 유지돼 백신의 에이즈 예방 및 치료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실험결과는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칵테일요법’이나 칵테일요법+인터루킨2 요법 등이 에이즈를 완치할 수 없는 것으로 최근 밝혀진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성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DNA백신을 접종한 원숭이에게 보통 백신실험보다 10배나 많은 에이즈바이러스를 주입했다”며 “이렇게 많은 에이즈바이러스를 주입해도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것은 DNA백신이 면역을 유도하고 바이러스 제거기능까지 가지고 있어 예방백신뿐 아니라 치료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DNA백신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을 인정한 순수 에이즈바이러스 DNA만 사용했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제넥신과 동아제약, 프랑스 병원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며 가능하면 국내에서도 임상시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변에서는 성교수의 끈질긴 도전정신을 DNA백신 개발의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성교수는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뒤 87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89년 포항공대 교수로 부임하기 전까지 미네소타대와 하버드대 의대 병리학과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에이즈에 대한 싸움을 시작했다. 인체에 침투해 면역체계를 무너뜨리고, 강력한 치료약을 투여하면 잠시 사라지는 듯 잠복했다가 다시 생명을 위협하는 에이즈의 강력함이 성교수의 도전의식을 자극한 것이다.
성교수는 이번에 성공을 거둔 DNA백신에 만족하기보다는 앞으로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다른 두 가지 DNA백신의 실패요인을 밝히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