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방역기획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동아DB, 뉴스1, 뉴시스, 사진 제공 · 청와대, 뉴시스]
청와대가 최근 신설된 방역기획관직에 기모란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 교수를 임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기 방역기획관이 한 기여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해 11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자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9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여러 국가가 앞다퉈 화이자와 백신 수급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단, 우리나라는 예외였다. 그러자 언론은 K-방역 자화자찬에 취해 백신 구매를 게을리한 정부를 질타했다. 이때 기 방역기획관이 등장했다. 기 방역기획관의 논리는 이러했다.
“우리는 코로나19 환자가 적어 백신을 천천히 구해도 되고, 지금 나오는 백신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나중에 좀 더 안전한 백신이 나왔을 때 그걸 사면 된다.”
친문(친문재인)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기모란 어록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기 방역기획관 임명 배경으로 밝힌 “코로나 이해에 크게 기여했다”는 말은 결국 ‘문재인 정권 수호에 기여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정부 처지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결국 기 방역기획관 임용 배경에는 ‘보은’이 자리하고 있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
보은 인사의 또 다른 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직에 충실한 이 지검장은 일부 후배 검사와 일부 국민의 지탄에도 정부가 원하는 듯한 일들을 수행해냈다. 그는 차기 검찰총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윤석열 전 총장을 대선후보로 육성?
물론 문재인 정권의 인사가 단순히 보은만 중요시하는 건 아니다. 보은인사가 첫 번째 유형이라면 두 번째는 이른바 ‘생계형’이다. 시민단체를 보자. 시민단체는 원래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명목으로 만들어졌다. 대의는 훌륭할지 몰라도 돈과 권력의 부재는 이들에게 가장 큰 애로점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에게 요직을 안긴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까. 시민단체 처지에선 그들을 지렛대 삼아 돈을 끌어올 수 있고, 또 자신들의 요구도 관철할 수 있으니 큰 이득이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장하성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시민단체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런 인사는 정권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에게는 인정이라는 게 있어 자기편 사람이 속한 곳은 비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세 번째 유형은 ‘공작형’에 빗대볼 수 있다. 추미애와 박범계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윤 전 총장을 쫓아내고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특수 임무를 맡기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박범계 장관은 윤 전 총장이 퇴임하자 이번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판결문 6000장을 직접 들여다보며 재수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네 번째 유형으로 ‘육성형’이라는 낱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조국 교수가 대표적 예다. 문재인 정권이 그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그 자리를 발판 삼아 인지도를 높여 차기 대권에 도전해달라는 의도였을지 모른다. 어쨌거나 조 교수는 자신의 인지도를 한껏 높여 국민 중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 물론 인지도가 높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줬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발판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박영선 전 의원도 실패한 인사 중 한 명이다. 물론 육성형 인사가 모두 실패한 건 아니다. 윤 전 총장을 일약 대선후보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정권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기나 했을까 싶다. 이 대목에서는 육성 능력 하나만큼은 인정해줘도 좋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도 잊지 않고 챙겼다. 정세균 전 총리를 비롯해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 요직에 호남 출신이 많다. 지역 편중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취임식에서 한 약속은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지 말자. 그런 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니 말이다.
예술형·청렴형 ·이이제이형
‘페미형’도 꼽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다. 그 정체성에 걸맞게 내각에서 여성의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가상하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 실패했음에도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 기록을 세웠다. 한일관계는 물론, 한미관계마저 흔들리는데도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오랫동안 건재했다. 젊은 남성들이 여성할당제를 반대하는 데는 이런 인사도 영향을 미쳤다.이밖에도 호사가들이 ‘월광 소나타’를 잘 쳐 청와대 대변인(박경미)에 임명했다고 비꼰 이른바 ‘예술형’ 인사, 옛 수영스타 최윤희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임명한 ‘추억형’ 인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LH 사장 출신으로 막으려 했던 ‘이이제이형’ 인사, 한 달에 60만 원만 썼다는 황희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한 ‘청렴형’ 인사 등 몇 가지 유형이 더 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하겠다. 참, 모든 인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인사 원칙이 있다. 결함이 많아 야당이 반대하는 이를 주로 임명한다는 게 그것이다.
서민은… 제도권 밖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로운 입담으로 풀어낸다. 1967년생. 서울대 의대 의학과 졸업. 서울대 의학박사(기생충학).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 저서로는 ‘서민독서’ ‘서민 교수의 의학 세계사’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서민적 글쓰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