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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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式 친문 갈라치기 시작됐다

[이종훈의 政說] 외연 확장 이슈 내며 선택 강요… 文-李 빅딜설도 등장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04-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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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경기도지사. [조영철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조영철 기자]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강자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정도면 밀어붙일 만하다. 이렇게 생각한 듯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갈라치기에 나섰다. 대상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주력군인 친문(친문재인)계다. 친문계 강경파와 온건파를 갈라놓은 후 온건파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강경파는 어차피 자기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1000개를 차단하면 된다”

    이 지사는 4월 2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후 “민주당 권리 당원이 80만 명, 일반당원이 300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그중 몇 명이나 되겠는가. 들은 바로는 (전화번호) 1000개를 차단하면 된다고 한다”며 “(친문계 강경파가) 과잉 대표되는 측면이 있다. 과잉 반응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다분히 친문계 강경파를 겨냥한 발언이다. 더는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내년 대선 본선에 앞서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그이다. 감히 당내 여론을 주도하는 친문계 강경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곧바로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친문계 강경파는 이 지사 측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고 의심해 이전부터 탈당을 주장해왔다. 이 지사가 탈당할 참이었으면 갈라치기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지사의 갈라치기 전략은 대선주자로서 민주당 내 지위 굳히기를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4·7 재보궐선거 패배를 기회로 보고 있다. 친문계 강경파의 독주가 국민적 반감을 불러왔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친문계 내에서도 자성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지사가 틈을 놓칠 리 없다. 재보선 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친문계 강경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이유다.

    이 지사의 갈라치기 전략은 이슈를 매개로 한다. 보수 또는 중도로 외연 확대를 하는 데 유리한 이슈를 제기하면서 친문계 강경파에게 “따를래, 말래” 하는 식으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 지사는 4월 20일 “실거주용 1주택 또는 2주택에 대해선 생필품에 준하는 보호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사흘 후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모두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이 지사의 갈라치기 전략은 성공할까. 예단은 어렵지만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이 지사 관련 음해 글을 여러 차례 올린 당원이 제명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은 친문계 강경파의 놀이터다. 대선 경선이 임박한 시점이라 중립적인 경선 관리 차원에서 조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 지사의 승부수가 먹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친문계 강경파는 이 지사의 갈라치기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까. 관건은 친문계 제3후보다. 이 지사에 대항할 강력한 핵심 친문계 대선주자의 등장이야말로 반격이자 제압이다. 그를 중심으로 ‘강철대오’를 형성할 수도 있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 짧다는 사실이다. 당내 경선이 임박했다.

    민주당 당헌 제88조에 따르면 대선 전 180일까지 후보 선출을 마쳐야 한다. 내년 대선은 3월 9일이라 늦어도 9월 중에는 후보를 정해야 한다. 불과 4개월여 뒤다. 지금이라도 혜성처럼 제3후보가 나타나야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유력 후보였던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최종심도 6월에나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무죄 판결을 받아도 경선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 당헌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긴 하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에 맞춰 11월쯤으로 경선을 늦추자는 주장이다. 당헌을 개정해야 해 부담이 있다.

    李 지사와 친문 연대 불가피할 수도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월 3일 경기 평택항 친환경차 수출 현장을 방문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월 3일 경기 평택항 친환경차 수출 현장을 방문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핵심 친문계 제3후보론이 동력을 잃어가면서 범친문계 대선주자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4월 16일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이후 이 지사 때리기에 열심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방정부 중심으로 남북한 교류 전기를 마련하자며 통일 대통령 구상에 힘을 싣고 있다. 김두관 의원 역시 지난해 가을부터 대선을 준비해왔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정치비평을 하지 않겠다던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등판한 실정이다. 핵심 친문계 출신 제3후보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중 누군가를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친문 좌장 격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이 지사 간 연대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지사의 빅딜설도 떠도는 중이다. 친문계 제3후보가 등장하지 않은 채 이 지사가 여권 대선주자 1위를 유지한다면 불가피한 선택일지 모른다.

    친문계 강경파가 이 지사에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하나다.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된 후 정치 보복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퇴임 후 불행한 일을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는 문 대통령에게 한정된 사안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측근 중 권력형 비리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 모두가 연관됐다. 이들은 이 지사가 집권한 후 ‘법대로’를 내세우며 전 정권 시기의 비리에 칼을 대기 시작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미국 연수 중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불러들였다. 양 전 원장 복귀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고 봐야 한다. 무엇을 준비하려는 것일까. 당연히 정권 재창출이다. 양 전 원장은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이 지사와 빅딜일까, 제3후보일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일까. 정계 관심이 양 전 원장이 내놓을 묘수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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