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지나치게 걱정합니다. 공매도는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가 아닌데 말이죠.”
4월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E-Biz 영업팀 부장은 공매도에 대한 우려는 내려놓아도 좋다고 말했다. 공매도로 인해 단기간 급락한 주가는 금방 회복된다는 이유에서다. 공매도로 일부 기업 주가가 폭락할 경우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지난해 3월 16일부터 실시된 공매도 금지 조치가
5월 3일 부분 해제된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에 속하는 350개 기업에 대한 공매도 재개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주식으로 재미 보던 시기는 끝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E-Biz 영업팀 부장. [조영철 기자]
“코로나19 진단키트·치료제 기업 주의해야”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투자자의 경우 공매도를 처음 경험해 불안감이 더욱 크다. 염 부장은 “최근 많은 개인투자자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등 주식을 멀리한다. 주식은 평생 한다고 생각하면서 투자해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가 향후 한국 주식시장의 향방을 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을 격려했다.공매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생각한다. 주식투자는 기업 주주가 되는 활동이다. 기업이 성장해 이익을 내면 배당과 지분 가치의 증가로 돈을 버는 구조다. 반면 공매도는 기업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방식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이 망하길 바란다. 위험 회피 차원에서, 또는 고평가된 기업의 적정 가치를 기대하며 공매도를 한다지만 기본적으로 기업 상황이 나빠져야 수익이 난다. 다만 전 세계가 다 하니까 막을 방법이 없다.”
우려하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예전에는 불법 공매도가 꽤 있었다. 고의로 루머를 퍼뜨려 주가 급락을 유도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경우도 많았는데, 금융감독원이 단속을 철저히 한다고 했으니 믿어봐야 한다. 정보 역시 과거보다 투명하게 공개돼 이전 같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국은 한국보다 공매도가 훨씬 활발하다. 공매도 천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나스닥 지수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못 올라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매도가 박스피의 원흉”이라는 속설도 있는데.
“한국 증시가 그동안 박스피에 갇힌 이유는 국가 산업이 ‘박스피 산업’인 경기민감주로 구성돼 있어서다. 조선·건설·철강·화학산업이 대표적인데 이들 산업이 전체 산업의 60~70%를 차지해왔다. 그러다 보니 2년을 기점으로 코스피가 등락을 반복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 산업구조가 경기민감형에서 성장형으로 바뀌었다. 반도체와 전기차산업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이 시가총액 상위권을 휩쓸었다. 산업구조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강한 공매도 세력이 개입해도 증시 상승세를 뒤집을 수 없다.”
공매도를 앞두고 주의할 산업은 없나.
“코로나19 사태로 과도하게 시가총액이 늘어난 기업을 주의해야 한다. 진단키트, 치료제 관련 기업은 향후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주가 상승이 없었다면 공매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없었겠지만 최근 오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현 상황이 좋더라도 추후 산업 사이클이 꺾일 수 있는 해운업 역시 마찬가지다. 하반기 선박 공급량이 늘어날 경우 운임이 하락하면서 기업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상반기는 세력이 공매도를 걸어도 큰 변동이 없겠지만 하반기는 다를 수 있다.”
“현대차 지금도 싼데…”
1월 4일 코스피가 처음으로 2900선을 돌파했다. 염승환 부장은 “많은 투자자가 이때 주식을 정리해 수익을 크게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 사태로 타격을 받은 자동차업계가 대표적 예다. 완성차업체들이 시장 수요 예측에 실패한 가운데,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반도체 수요가 증가해 우선 생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공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염 부장은 “증권가에서 자동차산업을 나쁘게 전망한다. 이전까지는 모두가 자동차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최근 관심이 차갑게 식었다. 다른 사람들이 비관론에 빠졌을 때 해당 종목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차 및 관련 산업을 매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건가.
“자동차산업은 상반기에 공매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생산 문제가 발생해 ‘5월 위기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공매도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다. 이때 포트폴리오에 차량주를 더해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공매도는 현대차 주식을 정말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5월이나 6월 매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매도 공세가 정점을 찍을 때 사는 투자자가 승자다.”
결국 하반기 주가가 오를 예정이기 때문인가.
“주가수익비율(PER)만 보면 지금도 싸다. 돈을 워낙 잘 버는 기업이다. 일시적 생산 차질로 주가가 더 빠질 수 있다지만 하반기에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하면 주가가 많이 오를 것이다. 자동차는 공매도가 나와도 비중을 늘려야 하는 섹터다. 관심을 갖고 살피면 비슷한 상황의 산업을 여럿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산업이 있을까.
“은행주·철강주·건설주·기계주 다 급등했다. 반면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와 관련된 기업 주가는 최근 많이 하락했다. 수출 관련 대기업도 근래 주가가 꽤 떨어졌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대면주 중 의외로 급등하지 않은 종목이 많다. 면세점 관련주와 항공주도 부진한 편이다. 편의점 관련 주식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처럼 주가가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주가 상승세에 소외를 받고 있는 만큼 투자 요인이 크다.”
“주식시장 다크호스는 한국전력”
코스피가 3200대에 도달해 하락을 걱정하는 투자자가 많다.“지수가 2600일 때도 사람들은 비슷한 걱정을 했다. 증시가 100단위로 상승할 때마다 매번 하는 걱정이다. 2900에 도달했을 때는 ‘이제 진짜 상승세가 끝났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재 주가가 싸다는 것이 아니다. 옛날과 비교하면 비싸다고 느끼겠지만 한국 주식시장이 처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풀렸고 당분간 회수 가능성도 낮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많은 분이 연준을 믿지 못하고 코스피가 2900일 때 주식을 정리해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
염 부장은 5월 3일 재개되는 공매도보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입장 발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사할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염 부장은 “지금 개인투자자가 걱정할 사안은 공매도 재개가 아니라 FOMC에서 나올 파월 의장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5월 공매도 재개보다 6월 FOMC 발표에 맞춰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는 뜻인가.
“5월 말까지는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면 될 것 같다. 6월을 앞두고 일정 부분 현금화를 하라. 설령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한다고 밝혀도 장기적으로 지수는 상승한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시절에도 한국 증시가 한 달 만에 10% 폭락했지만 다시 고점을 회복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절호의 매입 기회가 온다고 생각해야 한다.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감이 생겨 일주일가량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핵심이 아니다.”
현금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
“20%가량 들고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특히 상승장일수록 일부 현금화를 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주가는 한 번씩 하락 시점이 온다. 이때 갖고 있는 현금을 투입해야 한다. 지금 같은 강세장에서는 주식 비중을 70~8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다크호스가 될 만한 못난이 종목 하나만 추천해달라.
“한국전력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기업이다. 공기업은 수익을 추구하지 않아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없다. 한국전력 역시 마찬가지다. 적자가 가중되고 있어 전기료를 인상해야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서민의 삶이 어렵다며 3월 전기료 인상을 유보해 주가가 급락했다. 언제까지 적자를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 결국 인상할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투자하라’는 말을 좋아한다. 전기료 인상은 다가올 미래다. 여름에 올릴지, 가을에 올릴지 그건 모르겠다(웃음).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없어 잃을 게 없는 주가다. 갑자기 전기료 인상 소리가 나온다? 그 순간 주가가 수직 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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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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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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