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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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공포의 집합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1-05-02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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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4월 24일 한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랬습니다. 코너의 제목은 ‘공포의 집합’. 경기 용인에 소재한 모 대학교에서 일어난 구타사건 이야기였습니다. 방송은 대학교 실내 체력단련실에서 일어난 일을 보여줬습니다.

    그곳에는 07학번부터 11학번까지 100여 명의 학생이 집합했습니다. 이내 각목을 든 06학번 선배들이 의기양양하게 등장하더군요. 이들이 후배를 모은 이유는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한마디로 ‘군기 잡기’를 하겠다는 거죠. 후배들이 바닥에 머리를 박고 엎드리자 선배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각목을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세게 후배를 때렸는지 각목이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더욱 끔찍한 것은 후배들이 맞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는 겁니다.

    선배 하나는 “누가 교수님한테 선생님이라고 했어?”라고 외쳤습니다. 교수가 구타 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냄새까지 풍겼습니다. 교수나 조교에게 싫은 소리를 듣게 하지 말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어쩐지 교수는 조교에게, 조교는 선배에게, 선배는 후배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경찰은 후배들을 폭행한 선배 6명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씁쓸한 것은 이들도 결국 피해자라는 점입니다. 자신들도 후배일 때는 선배에게 맞았으니 마치 폭행을 전통인 것처럼 행사한 겁니다. 물론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역겨운 공포의 집합
    해당 학교는 2008년에도 선배의 구타로 신입생 한 명이 숨진 적이 있습니다. 하긴, 이 학교뿐이겠습니까. 대학에서 선배, 조교, 심지어 교수가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이야기가 잊을 만하면 나오는걸요. 이런 곳에서 어떻게 학생들이 이성이며 진리며 자유의 가치를 배울 수 있을까요? 학부모가 자식이 학교에서 맞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라니.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학 내 폭력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정말 이 역겨운 광경을 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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