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5

..

인터뷰

“고위공직 자수사처는 屋上屋… 제도보다 운영의 문제”

“靑 ‘인사권 무기’ 내려놓으면 檢 ‘정치 중립’… 로스쿨 10년 새 도약 준비해야”

  •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8-02-06 14:29:28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민만기 원장은…. 
    사법시험 30회 출신인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해상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가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2009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나와 성균관대 교수를 지냈으며, 법조 실무와 해외 사례 연구로 정평이 나 있다.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1월 14일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은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정원) 등 3대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에 따르면 1차 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2차 수사와 경제·금융 등 특수수사만 직접 하도록 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이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셈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고, 법무부의 탈(脫)검찰화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게 뼈대다. 

    그러나 여당에서조차 ‘청와대의 발표 타이밍이 안 좋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3대 권력기관 개혁안은 모두 입법사안으로, 여야는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자 1월 11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공식 발족한 터였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은 “국회 사개특위가 발족하자마자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안을 던지는 것은 사개특위를 무력화하려는 오만한 발상으로,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적용한다면 사개특위가 활동할 필요가 없다”(장제원사개 특위 간사)고 했으며, 국민의당은 “청와대가 굳이 고(故) 박종철 열사 기일(1월 14일)에 맞춰 개혁안을 발표한 것은 대국민 퍼포먼스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김수민 원내대변인)고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소속 정성호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도 “청와대가 3대 권력기관 개혁안을 직접 발표하는 바람에 특위 활동이 초반부터 쉽지 않아졌다. (사개특위) 시작부터 냉각기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회 사개특위 여야 3당 교섭단체 간사는 2월 1일 현재까지 소위원회 구성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 중이다. 

    민만기(58)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법대 학장 겸임)은 “선진국일수록 수사기관과 조직이 단순하고,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인사를 평등하고 공정하게 수사한다”며 “공수처 신설이나 검찰의 중립성 문제 등은 결국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인 만큼 국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1월 19일과 29일 두 차례 진행됐다. 



    국회 사개특위 가동이 늦어지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월 3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야당 추천 인사를 공수처 처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지만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 법안은 그동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됐고, 이제는 새로 출범한 사개특위가 다루겠지만 아직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 청와대가 발표한 개혁안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신설되는 공수처에 맡긴다고 하지만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수처를 설치하는 이유가 국회에서 공수처장을 추천해 공정하게 수사하자는 건데, 수사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검찰총장을 ‘공정하게’ 임명하면 된다. 그럼 편파 수사, 정치 검사라는 말이 나오겠나. 사실 선진국일수록 수사기관과 조직이 단순하며,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인사를 평등하고 공정하게 수사한다. 수사 대상이 고위공직자든 ‘저위공직자’든 똑같이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수처를 독립된 수사기구로 작동하는 법률(공수처법)을 만든다면 기존 검찰에 그 법률을 적용하는 게 낫다.”

    수사권 조정 핵심은 ‘수사종결권’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반영된 거 같다. 

    “그동안 권력 눈치를 보거나 사건을 왜곡·은폐해 검찰의 중립성이 문제 됐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공수처 신설이 해결책은 아닌 거 같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관제(특별감찰관이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제도)만 봐도 그렇다. 우병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은 2016년 7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자신을 감찰하려 하자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검찰은 1월 29일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로 우 전 수석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공수처든, 특별감찰관제든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운영의 문제다.” 

    결국 중립적 인사 문제라는 건데…. 

    “그렇다. 검찰 인사는 고위직일수록 청와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동안 정치권은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을 이용하지 않았나. 권력을 쥔 사람들이 수사 관여와 인사 개입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회복할 수 있다. 현행 검찰청법에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 설치가 명시돼 있지만 중요한 검찰 인사는 청와대가 하는 게 현실이니까.” 

    검경 수사권 조정은 어떻게 보나. 

    “현재도 사건의 90% 이상을 경찰이 수사하는 만큼 1차 수사권을 경찰에 넘긴다고 크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수사권 조정에서 핵심은 수사종결권(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피의사건이 해명됐을 때 검사가 수사 절차를 종료하는 처분)인 거 같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수사종결은 검사만 할 수 있어 현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경찰관이 이러한 수사종결권을 가지면 명실상부한 독립적 수사권을 갖게 된다. 다만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객관 의무’가 있다.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을 조사·제출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상소와 비상상고(판결이 확정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했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를 하는 의무인데, 이는 경찰이 수사하는 것을 감독한다는 의미도 있다. 판사가 양측 소송 당사자를 재판하듯, 경찰과 피의자가 공방하는 걸 검사가 지켜보면서 판단한다. 나는 이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직접 수사는 경찰이 맡더라도 검사는 피의자 인권이나 수사적법성 차원에서 수사지휘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심도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 

    청와대의 개혁안에는 자치경찰제 도입도 들어 있다. 예산과 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려면 자치경찰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개혁안대로 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은 수사뿐 아니라 경비, 보안, 정보, 대공 등 모든 걸 쥐게 돼 통제할 수 없는 ‘공룡 권력기관’으로 재탄생한다. 따라서 수사와 비(非)수사 파트를 나눠 생활과 밀접한 치안은 자치경찰에게 맡기고, 수사를 오랫동안 해 경험이 풍부한 수사권자가 수사경찰을 지휘해야 한다. 현 시스템대로라면 수사를 전혀 안 해본 경찰서장이 수사를 지휘할 수 있어 자칫 수사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활동은 어떻게 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관련 내용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매입 사건, 광우병 보도 관련 MBC ‘PD수첩’ 사건 등 25개 사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위 활동은 적폐청산 과정이라고 본다. 과거 잘못된 수사는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고, 그게 적폐라면 청산돼야 한다. 다만 특정한 정치세력의 구미에 맞는 방식으로 적폐청산이 진행된다면 부메랑이 될 거다. 적폐청산 수사는 가능하면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미래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적폐청산 수사를 보는 눈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 판사들의 동향을 수집하고 명단을 관리하면서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법원 블랙리스트’ 문제도 논란이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13기수가 낮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명 등으로 ‘코드 인사’ 논란이 있었는데.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면 크게 우려할 일이다. 당연히 청산돼야 할 문제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대통령이 자신의 이념이나 추진정책에 맞는 사람을 임명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미국도 대통령의 이념 성향에 따라 대법관을 임명하듯,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이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거 같다. 다만 법원이든 검찰이든 기수에 얽매여 인사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기자는 이즈음 인터뷰 주제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돌렸다.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의 로스쿨 제도가 내년이면 도입 10년이 되는 만큼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로 계층 간 ‘희망의 사다리’가 사라졌다거나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법시험 존치론자는 로스쿨 도입으로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 말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로스쿨이 가정형편을 고려해 장학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따라서 성적장학금을 지급하려면 다른 장학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라도 로스쿨에서 무료로 공부할 기회는 많다. 과거 우리가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 서울 신림동 고시촌 생활비나 강의 수강료를 따지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들 수 있다.” 

    어쨌든 로스쿨은 대학원 과정인 만큼 고교 졸업 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인생 역전’하는 사람은 볼 수 없게 됐다.
     

    “로스쿨 도입 전 사법시험에서도 고교 졸업 후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사례는 정말 옛날얘기다. 또한 로스쿨을 졸업해도 로스쿨 총정원(2000명, 최종 합격인원은 75%인 1500명 선) 대비 변호사 합격률은 지난해 51.5%였다. 제1회 시험에서는 87.2%가 합격했지만 재응시로 해마다 합격률이 떨어져 올해는 40%대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낙방해도 5번까지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니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교수 확보, 장학금 등을 감안하면 학생 등록금으로는 재정이 부족할 거 같은데. 

    “그렇다. 성균관대 로스쿨 입학 정원은 120명이지만 100명이 안되거나 심지어 40명인 로스쿨도 있다. 로스쿨은 실무 중심인 만큼 30여 명의 교수진도 확보해야 해 재단에서 그 비용을 출연하든지 다른 학과의 등록금을 가져다 쓰든지 해야 한다. 로스쿨이 곧 ‘학교 평판’이라는 생각에 적자를 감수해도 유지하고 있는 곳이 꽤 된다.”

    로클러크 배출 1위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1월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개편 방향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1월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개편 방향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명망 있는 교수진의 스카우트도 중요할 거 같다. 

    “그렇다. 실력 있는 교수를 스카우트하는 게 중요해졌다. 우리 대학은 다른 요소는 따지지 않고 오로지 실력과 인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교수를 모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열정을 갖춘 분을 모시기 위해 전국적으로 ‘스캔’하고 있다. 과거 사법시험 시절과 달리 로스쿨 시대에는 변호사시험 합격에 교수 강의가 매우 중요해졌다. 풍부한 법조 실무를 경험한 교수들이 자신이 겪은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수업 몰입도도 높아진다.” 

    아무래도 로스쿨은 실무 중심 커리큘럼이다 보니 학문 연구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느낌이다. 

    “법조 실무자가 되려고 진학한 학생들이다 보니 학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법과대 시절에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많았지만, 학문적으로 관심 있어 하는 학생도 꽤 돼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로스쿨이 도입되고 법조 실무 쪽으로 학생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학문적 후속세대’가 단절돼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학 중에서도 법철학, 법사회학, 법제사 같은 기초 법학에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성균관대 로스쿨의 특징은 뭔가. 

    “우리 학교는 로클러크(Law Clerk·재판연구원) 선발 부문에서 압도적인 전국 1위를 이어오는 등 공직 진출에 강하다.” 

    로클러크? 

    “법관의 재판업무를 보조하면서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법리·판례 연구, 논문 등 문헌조사를 비롯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 및 연구 업무를 수행하는 재판연구원이다. 로클러크를 마치면 5년 동안 변호사, 검사를 거쳐 판사에 지원한다. 보통 로스쿨을 평가할 때 로클러크와 검찰, 대형로펌 진출 학생 수가 평가 기준이 되는데 2016년 성균관대는 로클러크 15명을 배출했다(당시 전남대(9명), 서울대(8명), 부산대(6명), 고려대·한양대(각 5명) 순이었다). 지난해에는 9명이었다. 자랑한다면, 탄탄한 실무 중심 커리큘럼과 열정적이면서 명망 있는 교수가 많은 결과라 할 수 있다.(웃음)” 

    민 원장이 법조인이 된 계기는 뭔가. 

    “어릴 적 시골(경남 밀양)에서 자랄 때는 요즘처럼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했다. 집안 장손이다 보니 어른들은 안정적인 판검사가 되기를 원했다. 부모님과 누나, 동생 등 6명이 방 한 칸에서 생활하며 공부하다 고등학생 때 경남 마산으로 유학을 갔다. 때가 되면 밀양에서 쌀 한 가마니를 지게에 지고 마산 자취방까지 와 내려놓고는 슬그머니 다시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가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법조인이 됐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