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조율도 교육이 필요
▼ 감정코칭이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
“감정코칭은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걸 표출하는 방식, 즉 행동에는 한계를 그어주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걸 말한다. 1960년대 중반 아동심리학자 하임 G. 기너트 박사는 이러한 교육법을 제안하며, 이렇게 하면 아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워싱턴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인 존 가트맨 박사가 30여 년간 연구한 끝에 1990년대 ‘감정코칭’이라는 용어로 이를 체계화했다. 부부 등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이런 도움을 줄 때는 ‘감정적 조율(Emotional Attunement)’이라고 한다. 사실 아주 쉬운 건데 이걸 거꾸로 하는 사람이 많다. 상대방 감정은 안 보고 행동을 먼저 지적한 뒤 고치려고 하니 대화 단절과 각종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 감정코칭 또는 감정적 조율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을 받는 게 좋다. 실제로 해보니 부모는 최소 8시간, 교사는 그 2배의 교육시간이 필요했다. 교사는 다양한 아이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이 교육시간 중 절반 정도는 각자 자신의 감정을 점검해보는 데 쓰인다. 이걸 ‘초감정(Meta-emotion) 점검’이라고 하는데 초감정은 ‘감정에 대한 감정’을 말한다. ‘내가 화가 난다는 사실이 슬프다’를 예로 들 수 있겠다.”
▼ 감정코칭에 앞서 초감정 점검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초감정은 대개 아주 어린 시절 형성된다. 혹은 무의식적이다. 생각 및 가치관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자신이 그런 감정을 갖고 있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되면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특정 상황에서 유독 화가 많이 나고 격한 감정이나 행동이 일어난다면 자기 내면, 다시 말해 초감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걸 깨닫고 나면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다.”
▼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
“아이가 밥을 안 먹으면 밥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며 먹이려는 엄마가 많다. 그 문제로 싸우는 부부도 적잖다. 이 싸움 때문에 감정코칭을 받은 젊은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애가 밥을 스스로 먹을 때까지 굶기라’고 하고 아내는 ‘그게 아빠가 할 소리냐. 당신이 애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느냐’ 하다 다툼이 심각해졌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부부가 몇 차례 유산 끝에 얻은 유일한 자식이었다. 아내의 내면에는 왜소하고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를 또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또 아이를 유산했을 때 남편이 자기 마음을 몰라줬다는 서운한 감정도 갖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남편은 자신의 부모가 애지중지 받들어 키운 형이 어른이 된 뒤 의존적이고 생활력이 없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아이는 강하게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고 있었다. 이 부부가 아이 밥 먹이는 문제로 격렬하게 부딪치게 된 건 이처럼 상대의 초감정은 물론 자신의 초감정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갈등을 해소하려면 각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대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국군 장병 감정 문제 관심을
최성애 감정코칭협회장이 최근 펴낸 심리치유 만화책 ‘감정 코치K’.
“대화할 때 ‘너’ 전달법으로 하지 말고 ‘나’ 전달법으로 하는 게 좋다. 먼저 자기 기분을 얘기하고, 상대의 감정을 수용하고, 서로 경청하면서 지지하고 공감하면 감정적 조율이 된다. 대개의 경우 감정이 격해지는 건 ‘네가 이렇잖아’라는 식으로 ‘너’ 화법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 감정코칭도 말하자면 소통기술인 건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여유를 갖는 것이다. 가트맨 박사는 시간에 쫓기거나 감정이 격해져 감정 조절이 잘 안 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는 다른 사람을 상대로 감정코칭이나 감정적 조율을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즉 ‘자기 조율’을 해야 타인의 감정도 코칭하거나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 조율은 마음의 소통이지 언어 기교나 기술이 아니다.”
▼ 최근 감정코칭에 대한 만화책을 출간했는데.
“왕따, 학교 부적응, 자살 등 청소년 문제를 다룬 심리치유 만화책 ‘감정코치 K’(해냄)다. 요즘 청소년은 부모, 교사, 또래와의 관계를 힘들어한다.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이들이 감정코칭을 가장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만화책이라는 매체를 활용했다.”
▼ 군대에서도 폭력, 왕따, 자살 등이 문제다.
“그래서 감히 제언한다. 군대에서 장병들의 감정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은 훈련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차단하도록 훈련받는다. 적과 맞닥뜨렸을 때 ‘저 사람이 누구 아빠겠지’ ‘형이겠지’라는 생각을 하면 총을 못 쏘게 되고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감정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군대 안에서 감정을 차단당하고 상관이나 동료들로부터 지지 또는 존중을 받지 못하면 폭력, 자살, 하극상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훈련 때 그런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미국 국방부는 직업군인을 대상으로 감정코칭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