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동북3성에 조사를 나갔을 때 조선족들이 저를 두고 ‘일본에서 온 조선족’이라고 부르더군요. 그 한마디 때문에 탈북자 인권 운동에 나서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가 품어온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조선족과 탈북자들을 통해 단숨에 해결된 셈이다. 그는 “오늘날 세계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탈북자들이 일제강점기의 내 할아버지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마치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소수 민족인 아이누족이 강제 징용된 재일조선인을 남몰래 도왔듯이, 재일교포인 자신이 아시아 역사의 복원과 연대를 위해서 할 일이 많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가 바스피아 이혜영 공동대표와 함께 창안한 개념은 바로 ‘담요(blanket·생존적 지원)와 스펀지(Sponge·갈등 흡수)’라는 개념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자는 뜻을 지닌다. 바스피아(BASPIA·Blanket And Sponge Project in Asia)란 갈등을 부추기는 ‘북한인권 주장’을 지양하고 대책 없는 ‘인도적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제안인 것. 그는 지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 인권 NGO 회의에서 이 같은 ‘바스(BAS)’개념을 발표해 큰 호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