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분쟁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300만명에 이르는 파키스탄 지진 난민이 추위로 아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파키스탄으로 넘어갔어요. 파키스탄 정부의 NVM이라는 자원봉사단체 소속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제 사진이 세계에 파키스탄 난민 구호를 요청하는 홍보물에 쓰이게 됩니다.”
홍익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이씨는 독일 유학시절 코소보 사태를 촬영한 이후 2003년 이라크전쟁 현장, 유엔이 ‘세계에서 가장 끔찍한 비극이 일어난 곳’이라고 한 수단 다푸르의 내전지역 등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분쟁지역이나 전쟁터를 다녀 보면 ‘나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현장이 너무 비참해 사진 찍기조차 미안한 경우도 많고요. 최악의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보면 참 좋아요. 아이들은 웃기도 하고, 희망도 잃지 않거든요.”
그는 세계적 규모의 재해나 전쟁터에서 한국 보도진을 거의 만나지 못한다며, 한국인들이 서구인의 시각에 지나치게 의존적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현재 사랑하는 여인을 따라간 스페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568호 (p103~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