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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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주가에 악재일까, 호재일까

[김성효의 주식탐사대] 과거 현대차 파업 이후 생산 차질에도 주가는 상승

  • 김성효 글로벌사이버대 재테크·자산관리학과 교수

    입력2026-05-13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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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동아DB

    4월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동아DB

    삼성전자가 5월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사측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서는 중이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이 가처분신청의 심리가 열리는 수원지법 앞에서는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의 피켓 시위도 벌어졌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해 주주 권리가 침해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노조가 파업하면 과연 주주 권리가 침해될까. 역사가 짧은 삼성전자 노조 대신 유구한 역사를 지닌 현대차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때 현대차는 요구사항이 화려한 노조 때문에 유명했다. 파업 당시 현대차 주가는 어땠을까.

    파업이 만든 예상 밖 결과

    현대차 노조의 투쟁 역사에서 가장 격렬했던 파업은 2003년 6월에 있었다. 그해 6월 20일부터 7주간 이어진 파업은 임금 삭감 없는 주5일제 도입이 핵심이었다. 파업이 장기화하자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검토했지만, 밤샘 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안이 도출됐고 파업은 8월 6일 끝이 났다. 당시 현대차가 재계 최초로 임금 삭감 및 연월차 축소 없는 주40시간 근무와 주5일제를 도입하면서 이 제도가 노동계 전반으로 퍼져 나갔다. 파업이 없었다면 지금도 근로자 대부분은 토요일 오전에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파업이 길어지면서 현대차는 생산 차질이 심각했다. 자동차를 10만 대 넘게 만들지 못했고, 매출 손실은 1조3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현대차 주가는 어땠을까. 2003년 6월 20일 현대차 주가는 3만2900원이었고, 8월 6일엔 3만3700원이었다. 파업이 끝나도 주가는 계속 상승해 9월 4일에는 4만 원을 돌파했다. 생산에 차질이 생겼을 뿐 아니라 임금 삭감 없는 주5일제도 도입해 앞으로 생산성이 떨어질 텐데 주가는 상승하기만 했다.

    또 역사에 남을 만한 파업은 2012년에 있었다. 그해 7월 13일부터 8월 30일까지 이어진 파업의 주요 쟁점은 밤샘 근무를 없앤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이었다. 당시 밤샘 근무를 포함한 2교대제를 시행하던 현대차는 2012년 파업으로 심야 노동을 없앤 2교대를 도입하게 됐다. 파업 기간 생산 차질은 8만 대가 넘었고 매출액 기준 1조7000억 원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상승했다. 7월 13일 22만6000원이던 주가는 8월 30일 24만6000원을 기록했다. 파업 종료 후엔 더 상승해 9월 28일에는 25만 원을 돌파했다. 파업 기간의 생산 차질과 향후 주간 연속 2교대 근무에 따른 생산성 저하가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주가는 계속 올랐다.

    통념을 뒤집는 투자

    파업을 하면 왜 주가가 상승할까. 공급 부족기와 공급 과잉기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공급 부족기에는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 상품 가격이 더 치솟는다. 석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을 막아버리면 유가가 폭등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승한 상품 가격은 파업 후 생산이 정상화됐을 때 기업의 이득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공급 과잉기의 파업은 기업 재고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공급이 넘쳐나 상품 가격이 내려갈 때 파업을 하면 공급량이 줄어들어 상품 가격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당시 유가가 급락하자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하루 평균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해 유가를 정상화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상품 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파업이 끝나고 생산이 정상화되면 파업 전보다 훨씬 수익성이 좋아진다. 또 생산을 계속했을 때 발생할 재고 비용도 줄어든다. 이처럼 파업은 생산량을 감소시키면서 기업 수익성은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 효과는 기업이 시장 내 지위가 독점적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아무리 생산량을 줄여도 다른 경쟁자가 많은 상황에서는 효과가 반감된다. 삼성전자처럼 절대적 지위에 있는 기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잘 통할 경제 원리다.

    이렇게 증시에서는 ‘~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때문에’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증시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쟁 때문에 상승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전쟁 등 주요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증시가 상승했다. 전쟁으로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를 풀기 위해 앨런 튜링이 개발한 튜링 머신이 없었다면 컴퓨터의 등장은 훨씬 뒤로 미뤄졌을 것이다. 

    투자 판단을 할 때 ‘~때문에’ 상승하는 것을 ‘~에도 불구하고’ 올라간다고 착각하면 큰돈을 벌 기회를 날리게 된다. 이를 방지할 방법은 역사를 꼼꼼히 공부하는 것이다. 파업이 정말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다면 과거 파업 당시 주가를 찾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전쟁이 진짜로 악재인지 판단하려면 과거 전쟁 당시 주가를 봐야 한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의문을 품고 과거 데이터를 꾸준히 찾아보는 사람은 미래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 노력은 반드시 수익으로 보답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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