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30일(이하 현지 시간)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사모펀드 골든불 어워드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량원펑은 1월 20월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R1’을 내놓아 전 세계 AI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GettyImages]](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a5/59/47/67a5594718e7d2738276.jpg)
2019년 8월 30일(이하 현지 시간)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사모펀드 골든불 어워드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량원펑은 1월 20월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R1’을 내놓아 전 세계 AI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GettyImages]
2008년 금융위기부터 AI 활용한 투자 기법 연구
“인공지능(AI)에 의해 강해지고, 영감을 받으며, 활성화된다.”(하이플라이어 홈페이지 문구)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는 2015년 퀀트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High-flyer·중국명 幻方)를 설립했다. 퀀트 헤지펀드는 데이터 수집·분석부터 포트폴리오 구성, 거래에 이르는 투자 전반의 과정에 수학과 통계학을 이용한다.
량원펑은 중국 관둥성 저장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후 명문대인 저장대에서 전자정보공학 학사학위를, 정보통신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어릴 때부터 수학 수재로 불린 그는 하이플라이어를 창업하기 전에도 알고리즘과 금융을 결합한 퀀트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친구들과 함께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투자 기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하는 와중에도 퀀트 헤지펀드가 수익을 내며 주목받던 시기다. 량원펑이 지난해 7월 중국 정보기술 매체 ‘36Kr’과 인터뷰에서 “하이플라이어의 시작은 설립된 2015년이 아닌 16년 전”이라고 말한 이유다.
하이플라이어는 창업 초기부터 AI를 적극 도입하며 승승장구했다. 2016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한 주식투자를 도입하고 2017년에는 거의 모든 상품에 AI 투자를 접목했다. 그러면서 회사 규모도 함께 커졌다. 2016년 10억 위안(약 2000억 원)이던 운용 자산 규모는 2019년 100억 위안(약 2조 원), 2021년 1000억 위안(약 20조 원)으로 빠르게 늘며 중국 내 4대 퀀트 헤지펀드에 꼽히기도 했다.
동시에 위기도 찾아왔다. 2021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의 재분배를 뜻하는 ‘공동 번영’을 강조하자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하이플라이어를 비롯한 중국 퀀트 헤지펀드 업계 전체가 휘청거렸다. 2021년 12월 하이플라이어는 위챗 계정을 통해 “회사의 AI 시스템이 거래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했다”면서 수익 하락률이 최고치에 도달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투기성 금융 거래를 막으라”며 퀀트 헤지펀드 업계 자체에도 규제를 가했다.
수익 재투자로 혁신 이뤄
“우리는 돈을 벌려고 시작한 게 아니다. 기술 최전선에 서서 개발을 촉진하고 싶다.”(‘36Kr’과 인터뷰)
영어로 하이플라이어는 야심가를 뜻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진정한 엔지니어” “얌전하지만 무시무시한 학습 능력을 가진 너드(nerd)”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기술력에 대한 믿음과 기존 문법을 답습하지 않는 혁신으로 꿈을 실현했다.
대표 사례가 2019년 2억 위안(약 400억 원)을 투자해 사내에 자체 딥러닝 플랫폼을 개발하는 별도 부서를 만든 것이다. 이 부서는 이후 딥시크의 모태가 된다. 2021년에는 사내에서도 반신반의한 ‘칩 모으기’를 시작한다. 10억 위안을 투입해 엔비디아 GPU ‘A100’을 1만 개 사들이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해당 수준의 GPU를 갖고 있던 중국 내 회사는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같은 거대 테크 기업밖에 없었다. 동료들도 “장난 같은 소리”라고 여겼던 그의 전략은 2022년 미국이 ‘A100’을 비롯한 고성능 GPU 수출 규제를 시작하자 빛을 발했다.
혁신을 추구하는 그의 자세는 인재 영입과 AI 운용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딥시크는 국내파에 5년 차 이하 젊은 인재를 선호하고 8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은 뽑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픈AI와 구글이 AI 관련 기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을 택한 것과 달리 딥시크는 ‘오픈형’을 택해 AI 업계에 파장을 불렀다. 기술 우위만 확보하면 독점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폐쇄형과 달리, 오픈형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대신 AI 생태계 전반을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정보 유출 우려도 뒤따른다. 미국과 대만에 이어 외교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와 금융회사도 딥시크 접속 차단에 나섰다.
딥시크 쇼크 이후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떠들썩하지만, 량원펑은 현재 전 세계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을 정도로 두문불출하고 있다. 1월 29일(현지 시간) 춘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한 그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지낸 뒤 다시 자신의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용한 야심가의 행보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량원펑은 지난해 7월 ‘36Kr’과 인터뷰에서 “오픈AI는 신이 아니며 항상 앞서나갈 수는 없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범용인공지능(AGI)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넘어 인간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을 내놓을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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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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