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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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도 망하는 청년 많다… 파산 바라보는 시선 바뀌어야”

박기태 변호사 “빚졌어도 납세자로 복귀할 길 열어주는 게 사회에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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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6-07-15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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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이상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이상윤

    “아빠, ‘성실하게 망해버린 사람들’은 망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했다는 뜻이에요, 아니면 성실한데도 망했다는 뜻이에요?”

    “딸아, ‘성실하다’와 ‘망하다’는 반대말이 아니란다. 성실하게 살아도 망할 수 있고, 때로는 성실하게 살아서 오히려 망하기도 해.”

    박기태 변호사가 최근 초등학교 3학년 딸과 나눈 대화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성실하게 망해버린 사람들’은 박 변호사가 5월 펴낸 책 ‘청년 파산’의 부제다. 12년 넘게 회생·파산 분야에서 활동해온 그는 최근 3~4년 사이 청년 상담 사례가 급증한 것을 느꼈다.   

    “예전엔 주로 퇴직금을 날리거나 사업에 실패한 4050 가장,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한 노년층이 저를 찾아왔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상담실에 들어오는 분들 얼굴이 눈에 띄게 어려지더군요. 요즘 주식과 성과급으로 자산을 불리는 청년이 많다고 하는데, 빚의 늪에 빠지는 청년 또한 그에 못지않게 많습니다.”

    박 변호사의 얘기다.



    같은 불장, 다른 결말

    같은 세대에서 누군가는 주식투자로 큰돈을 버는데, 왜 또 누군가는 파산으로 내몰릴까.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출발선의 차이와 운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한 청년 사례도 소개했다. 이 청년은 대학 졸업 후 학자금 및 생활비 대출 4000만 원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월급 240만 원 대부분이 대출 원리금과 월세, 이동통신비, 카드 값으로 빠져나갔다. 부족한 생활비는 카드론과 리볼빙으로 메웠다. 그 끝에 남은 것은 빚 6000만 원이었다.

    박 변호사는 자신이 만난 청년 채무자 상당수가 이미 취약한 경제적 기반 위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자산 격차를 좁히려고 모험적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더 큰 손실을 보기도 한다. 박 변호사는 “자본이 충분하면 손실을 감내하며 장기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반면 한 달 생활비를 쪼개 투자하는 청년은 손실 한 번에도 삶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4년 서울회생법원이 개인파산 신청자의 파산 원인을 전수 분석한 결과, 도박·사치·낭비가 주된 원인인 경우는 0.7%에 불과했다. 실직, 병원비 등 생계형 원인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채무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은 좋지 않다. 특히 정책적으로 빚 탕감을 논의할 때면 개인의 책임이나 도덕성 등을 거론하며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박 변호사는 이런 인식의 배경에 한국 금융시장의 짧은 역사가 있다고 봤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일이 흔하지 않았다. 개인 간 채무가 많았던 만큼, 채무 탕감이라고 하면 지인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 것부터 떠올리곤 했다. 박 변호사는 “하지만 지금은 개인 채무의 90% 이상이 금융권과 사채 채무”라며 “채권자의 성격이 바뀐 만큼 채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에 채무 불이행 위험 반영돼 있어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최근 1년 새 200.3%에서 221.1%로 급등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가파른 속도다. GETTYIMAGES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최근 1년 새 200.3%에서 221.1%로 급등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가파른 속도다. GETTYIMAGES

    박 변호사는 이런 의견의 근거로 금융기관의 수익 구조를 제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15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박 변호사는 “금융기관은 대출 과정에서 채무 불이행 위험까지 금리에 반영해 이자를 받는다”며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손실로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기관이 대출을 통해 막대한 이자이익을 얻고 있다면 부실 위험이 현실화됐을 때 면책을 받는 것은 부당한 특혜가 아니다”라며 “빚 몇천만 원을 채무자 개인이 평생 떠안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사고를 냈다고 해서 보험금 지급 자체를 거부하지 않듯이 채무조정 역시 사회가 마련한 안전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사회적으로 봐도 청년 한 사람이 신용불량 상태로 경제 활동에서 배제되기보다, 회생·파산 제도로 재기해 다시 납세자로 복귀하는 게 더 큰 이익이 됩니다. 물론 무조건 빚을 탕감하자는 건 아니에요. 회생·파산 심사 과정에서는 채무자의 최근 몇 년간 통장 내역을 확인합니다. 과도한 도박이나 낭비 정황이 드러나면 면책이 허가되지 않아요.”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채무조정 제도는 크게 개인회생, 일반·간이회생, 개인파산, 워크아웃으로 나뉜다. 경제적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제도를 택할지는 부채 규모, 소득, 직업 등에 따라 달라진다. 박 변호사는 개인회생을 우선 검토할 만한 방안으로 꼽았다. 금융채무뿐 아니라 지인에게 빌린 돈, 투자 실패로 생긴 빚까지 함께 조정해 3년 동안 갚아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빚 때문에 무너졌던 청년들이 변제를 이어가며 오히려 돈을 모으기 시작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회생을 거치는 3년 동안 소비 습관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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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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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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