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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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배달앱·테이블 오더 이면의 독점 기업 지배력

오프라인 거래의 온라인화, 우리 생활 곳곳으로 확산 중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4-10-2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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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거래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00년대만 해도 상가 수첩을 뒤적이며 배달 음식을 주문했는데, 이제는 모두 배달앱(애플리케이션)으로 거래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26조4000억 원이다. 온라인 택시 호출 시장도 2조5000억 원 규모로 크다. 식당에서 점원을 거치지 않고 태블릿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테이블 오더’ 시장 규모는 현재 1000억 원이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식당에 직접 가서 먹는 음식조차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이다. 이처럼 오프라인 거래의 온라인화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편리함의 이면에는 불합리함도 있기 마련.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오프라인 거래가 온라인화되면서 식당에서도 무인주문기 ‘테이블 오더’를 활용한 온라인 주문이 늘고 있다. [오프라인 거래가 온라인화되면서 식당에서도 무인주문기 ‘테이블 오더’를 활용한 온라인 주문이 늘고 있다.[동아DB]

    오프라인 거래가 온라인화되면서 식당에서도 무인주문기 ‘테이블 오더’를 활용한 온라인 주문이 늘고 있다. [오프라인 거래가 온라인화되면서 식당에서도 무인주문기 ‘테이블 오더’를 활용한 온라인 주문이 늘고 있다.[동아DB]

    독점 완성하자 수수료 올리는 플랫폼 기업

    ‘오프라인 거래의 온라인화’를 대표하는 기업은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연결 기준 약 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카카오의 2023년 영업이익이 5019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우아한형제들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높다. 국내 1위 이커머스 사업자인 쿠팡의 영업이익(6174억 원)보다도 많다.

    배달의민족이 이렇게나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배달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의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약 60%로 압도적 1위다. 그렇기에 배달의민족이 정하는 것이 곧 시장 표준이 되고 법이 될 수 있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앱에서 중개한 배달 주문 건당 수수료 1000원을 받던 배달의민족은 올해 8월부터는 음식 값의 9.8%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으로 수수료 정책을 변경했다. 게다가 중개수수료와는 별개로 배달료까지 개별적으로 과금하면서 이익률을 더욱 높였다.

    처음 배달앱을 사용할 때는 소비자와 배달기사, 음식점 자영업자 모두 편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모두가 배달앱에 갇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영업자는 광고비와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있고, 소비자는 더 비싼 값을 지불해 음식을 배달받는다. 배달기사 역시 배달 플랫폼의 배달료 정책 변화나 수수료 인상 같은 불합리한 조건에 따라 노동 환경이 악화될 위험에 처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듯이, 편리함에 젖어 있는 사이 기업은 시장을 독점하고 횡포를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독점의 폐단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기업 간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온라인 택시 호출 시장도 기업이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 택시 시장 규모는 10조 원가량이며, 이 중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한 거래액은 2조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택시 호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플랫폼 카카오T의 시장점유율은 95%에 달한다. 카카오T의 택시수수료 정책은 택시업계와 합의해가며 바뀌고 있는데 2023년 12월부터 수수료율을 2.8%로 유지 중이다.

    대중교통이 시민 편의에 미치는 영향과 택시업계의 목소리가 큰 만큼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카카오T에 규제와 제재를 가하고 있어 배달 플랫폼 사업자와 달리 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자는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조정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배차 기준이나 가격 정책, 수수료 부과 기준을 암암리에 조정하는 등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 위치를 바탕으로 행할 수 있는 불공정 관행을 100% 차단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해 택시를 타는 비율이 25%를 넘어 50%까지 확대되면 플랫폼 영향력은 더욱 커질 테고, 그렇게 거대해진 플랫폼의 지배력을 통제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독주가 우려되는 오프라인 거래의 온라인화는 우리 생활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직접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테이블 오더’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요즘 식당에 가면 손님들이 무인주문기, 즉 테이블 오더를 통해 직원과 대화하지 않고 몇 번의 터치로 음식을 시키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외식업체 중 테이블 오더를 사용하는 곳은 아직 10%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테이블 오더를 도입할 여력이 있는 매장(매장 내 테이블 10개 이상, 연 매출 1억 원 이상)이 30만 곳으로 추정돼 테이블 오더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각 이미 배달 시장과 숙박 중개 시장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지닌 플랫폼 기업 우아한형제들과 야놀자도 테이블 오더 시장에 뛰어들었다. 테이블 오더 플랫폼은 태블릿 등 기기 도입과 주문·간편결제 같은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기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마다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지던 우리의 경제활동이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은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조각조각마다 수수료가 달라붙고 있다.

    독점적 플랫폼 기업 견제해야

    편리함이라는 명목으로 플랫폼 독점 기업의 지배력 강화에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소비자와 자영업자, 근로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의 일방적인 정책 변경이나 수수료 인상을 견제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이 가져오는 편익을 최대한 누리되, 그 이면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즉 기술 혁신과 사회적 가치의 조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편리함 뒤에 숨겨진 비용과 리스크를 인지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는 것은 무엇이고 얻는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 발전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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