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주가가 상승하며 ‘장단기 금리차 역전= 불황’ 공식을 깬 미국. [GettyImages]
미국 부동산담보대출 역사상 최저 수준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16일 정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기존 3.2%에서 3.3%로 상향 조정했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안정적인 성장이 이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그동안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때마다 경기가 나빠지는 가장 큰 원인은 대출 감소였다. 통화는 본원통화와 파생통화로 구분된다. 본원통화는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화폐 공급과 연관을 맺고 있다. 반면 파생통화는 은행 대출로 풀린 돈을 뜻한다. 예를 들어 A 은행이 B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이것이 C의 고용 증가로 연결되면서 만들어진 돈이 파생통화다. 따라서 파생통화 흐름을 나타내는 은행 대출은 경기 변동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렇다면 불황 징후가 높아졌음에도 미국 은행권 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 대출 담당자들은 매우 보수적으로 돈을 빌려줬지만 그럼에도 대출이 줄어들지 않은 가장 직접적 원인은 굳건한 펀더멘털에 기인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 부채가 크게 줄어든 데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풀린 돈이 아직도 시중에 넉넉하게 유통돼 연체율이 역사상 최저 레벨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분기 11.48%까지 치솟았던 미국 부동산담보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73%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볼 때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심사를 엄격히 진행했음에도 연체율이 내려간 것은 최고 영업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자수익을 큰 위험 없이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는데도 은행 대출 회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장 심각한 불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야 한다.
핵심 지표로 떠오른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이처럼 장단기 금리차의 예측 능력이 떨어지면서 믿을 만한 경기선행지표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자는 두 가지 원칙에서 접근한다. 첫 번째 원칙은 하나의 지표만 보지 말라는 것이다. 다양한 경제지표를 취사선택함으로써 한두 개 지표가 예측력을 잃더라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칙은 소비자에게 주목하라는 것이다. 가계가 갑자기 소비를 줄이고 저축에 몰두하는 것이 불황인 만큼 소매판매나 개인소비지출(PCE) 동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원칙을 모두 반영하는 지표가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통계다. 해고된 근로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실업수당 신청이니 노동시장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해고 통지서를 받은 가계는 소비를 줄일 것이라서 경제 전반 수요 변화를 측정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래프2’는 미국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와 실업률의 관계를 보여준다. 현재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역사상 최저 레벨에서 횡보 중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앞으로 대규모 해고가 벌어질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변화를 관찰하는 한편, 은행 대출 및 연체율 동향에 대한 관심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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