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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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넷’에 가면 ‘場’이 보인다

클릭! 클릭! 하루 접속 50만건…투자전략-시황분석 호평 “개미군단 단골 사이트로”

  • 입력2006-02-06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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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팍스넷’에 가면 ‘場’이 보인다
    사이트 개설 12개월만에 하루 페이지뷰 1200만건 및 접속건수 50만건 달성.’ 이런 인터넷 사이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개는 야후나 라이코스 엠파스 같은 인터넷 검색엔진이라고 답하기 쉽다. 그러나 정답은 증권 전문 사이트 팍스넷(www.paxnet.co.kr·대표 박창기)이다.

    일반인들로서는 당연히 놀랄 만하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신문이나 방송 광고에서도 구경하지 못한 사이트가 이처럼 네티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주식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작년 3월 사이트 개설 이후 순전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이제는 하나의 ‘우상’이 되다시피했다.

    50만건의 접속에 페이지뷰가 1200만건이나 된다는 얘기는 매일 50만명의 일반 투자자들이 이 사이트를 방문해 평균 24건의 자료를 훑어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사이트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이 사이트에 대한 ‘개미’들의 ‘충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 현재 2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 증권 관련 사이트 가운데 가장 성공한 업체로 꼽힐 만하다. 미국 유수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팍스넷의 이런 성공을 높이 평가, 금년 2월초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팍스넷은 이번 투자유치 성공으로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으로부터 회사의 미래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국민은행에 5억달러를 출자하는 등 한국 투자에 관심을 보여온 골드만삭스가 한국의 인터넷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골드만삭스 한국지점 민지홍이사는 “사이트 개설 12개월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 사이트로 자리잡을 만큼 강력한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보유한 점을 무엇보다 높이 평가했다” 고 밝혔다.



    팍스넷이 보유한 콘텐츠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오늘의 투자전략’ 및 ‘금일매매전략’. ‘오늘의 투자전략’은 박창기사장이 개발한 시스템 트레이딩 기법에 의한 투자 전략을 서비스하고 있다. 시스템 트레이딩이란 컴퓨터에 의한 매도-매수 포인트를 잡아주는 소프트웨어.

    또 ‘금일 매매전략’은 증권사 소속이 아닌 ‘재야’ 애널리스트들이 올리는 시황 분석 리포트. 현재 7명이 글을 올리고 있는데, 그동안 컴퓨터통신의 증권 동호회 등에서 활약해온 이들의 리포트에 대해서 는 보통 각각 하루 평균 2만건 정도의 접속이 이뤄진다. 투자정보실 노태석차장은 “한 사람의 글을 꾸준히 읽다보면 장을 볼 수 있는 테크닉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리포트는 웬만한 스타 애널리스트의 것보다 더 많이 읽히고 있지만 이들의 신원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본인들이 노출을 꺼리기 때문. 그래서 이들은 ‘얼굴없는 주식 도사’로도 불린다. 다만 이 가운데 작년 4월부터 글을 올리고 있는 필명 스티브의 주인공이 팍스넷 투자정보실장 강동진이 사라는 것 정도만 알려져 있다. 강이사는 박창기사장의 권유로 14년 동안 근무하던 한국원자력연구소를 그만두고 작년 11월 팍스넷에 합류한 산업공학박사. 그는 86년부터 주식에 투자했다.

    팍스넷측은 얼굴없는 주식도사들을 영입하는 기준으로 실력 못지 않게 인성을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작전세력의 농간에 놀아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노태석차장은 “장을 왜곡하지 않고 객관적 시황을 전달한다는 게 회사의 목표였고, 이 점이 결국 네티즌들에게 먹혀들어가 ‘금일 매매 전략’이 회사의 간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동진이사는 “우리나라 증권회사들의 유능한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도 ‘금일매 매전략’이 인기를 끈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증권사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종목을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추천 종목’으로 올린 뒤 일반 투자자들이 이 종목을 사면 대량으로 내다파는 행태를 계속 해온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의 한 간부도 동감을 표시했다.

    “증권회사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회사에 매여있기 때문에 자신의 소신을 피력할 수 없다. 요즘처럼 기업마다 주가관리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에 현대증권 소속 애널리스트가 현대계열사 주식을 매도종목으로 올릴 수 있겠는가. 언론마저 이런 증권회사 리포트에 휘둘리면서 장을 왜곡하는 상황에 팍스넷은 철저히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시황을 분석하는 글을 올리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본다.”

    팍스넷은 현재 국내 유수의 증권사에서 유능한 애널리스트들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중이다. ‘금일매매전략’에 좀더 깊이있는 리포트를 올리기 위해서다. 한달 내에 7, 8명의 애널리스트를 보강해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애널리스트 사단’을 만든다는 방침.

    다른 증권 사이트와 비교해 팍스넷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각 종목별 주주동호회 활동 및 회원 사이의 정보 교류가 활발하다는 점. 현재 동호회는 100여개가 활동하고 있고, ㈜새롬기술 동호회는 회원이 5500명 정도나 된다.

    주주 동호회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한 모임. 특히 이들 동호회는 최근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 뭉치기’ 운동을 펼치고 있어 해당 회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주주 동호회는 소액주주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팍스넷은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증권 전문 사이트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2월22일 팍스넷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도 팍스넷의 이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 하나은행 인터넷사업팀 김찬식대리는 “하나은행 고객들에게 증권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제휴 파트너 물색 과정에서 팍스넷의 경쟁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팍스넷은 현재 일본 대만 등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 나라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데 착안한 것. 박창기사장은 “팍스넷이 지분을 참여하는 현지 파트너를 구해 이 파트너가 팍스넷과 같은 증권정보 사이트를 개설하도록 하고, 이 지분을 관리하는 지주회사는 나스닥에 상장시킬 계획”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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