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7

..

[영상] “외국 자본 엑소더스가 촉발한 IMF 위기와 지금은 상황 달라”

오건영 단장 “지금은 한국의 해외 투자가 늘어… 환율 중장기 상승에 대비해야”

  • reporterImage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12-10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홍태식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홍태식

    “한국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의 3주체 모두 대규모 해외 투자에 나선 것은 과거에 없던 일이다. 무역흑자 축소로 들어오는 달러는 줄어드는 반면, 해외 투자 증가로 빠져나가는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중장기적으로 환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최근 만난 자산가들도 환율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크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원/달러 환율을 이렇게 전망했다. 역대급 고환율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12월 1일 기준)은 1419.16원을 기록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약 1395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약 1276원)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금리 역전’이 4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이 투자 자금을 빨아들이는 등 원인은 다양하다. 고환율 뉴노멀 시대가 찾아온 배경과 개인투자자의 대응 방법은 무엇일까. 글로벌 경제 전문가인 오건영 단장을 12월 3일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달러 자산 S&P500 60%, 국채 40% 추천

    최근 고환율의 원인은 무엇인가. 

    “장기적·단기적 요인이 모두 있다. 우선 앞으로 환율이 구조적으로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생산성 둔화가 결과적으로 해외 투자 증가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는데,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보다 생산성이 높은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붐이 고환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단기 수급 문제에 따른 오버슈팅 기운도 감지된다. 고환율 전망에 따라 달러 수요가 단기적으로 몰린 것이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정책)를 계승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 후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점도 한 원인이다. 한국 원화는 수출을 두고 경쟁하는 일본 엔화와 동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환율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나.

    “그리 높지 않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안정적인 환율은 대중(對中) 무역흑자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중국과의 교역으로 달러를 많이 벌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2023년 한국은 31년 만에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그랬고 올해도 적자로 전망된다. 중국 산업의 생산성 발전으로 한국이 예전같이 수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미국시장을 공략했고, 그 덕에 대미 무역흑자가 빠르게 커졌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적자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나선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후임자도 대외 관세를 갑자기 낮추거나 외국 기업의 미국 내 설비 투자 조건을 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의 대외 무역흑자 축소에 따라 환율이 오를 것에 대비해야 한다.”

    IMF 구제금융 위기 같은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가능성이 제로(0)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위기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외국 자본의 엑소더스로 ‘자본 유출’이 일어났고, 현재는 한국 경제 주체들의 해외 투자가 늘어난 상황이다. 한국은 2014년부터 대외 순채권국이 됐으며 지금은 1조 달러(약 1473조 원) 규모의 대외 순자산을 갖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 금 투자 전략도 유효”

    최근 달러에 투자하는 개인도 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주기’보다 ‘추세’를 보는 것이다. 당장 개인투자자가 환율 등락 주기에 따라 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환율이라는 것은 귀신도 모른다. 올해만 봐도 그렇다. 1월 환율이 1480원에 달했고 1500원 돌파는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국내 주식시장도 굉장히 안 좋았다. 비상계엄 이후 정치 리스크가 커진 데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대외 불안정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6월 환율이 1357원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던 스티븐 마이런 미국 연준 이사의 ‘마이런 보고서(국제 무역체제 재구조화를 위한 사용설명서)’가 회자되면서 ‘환율이 더 떨어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마이런이 해당 보고서에서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정·무역 적자를 줄이려면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은 다시 1400원을 넘어서 브이(V) 자 곡선을 그렸다. 내년에도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적잖다. 따라서 단기적인 환율 흐름에 그때그때 대응하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고환율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자산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담아야 하나. 

    “흔히 6 대 4 포트폴리오가 황금 비율이라는 말이 있다. 가령 달러 자산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S&P500 등 주식에 60%, 미국 국채 같은 안전 자산에 40%를 투자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원화 자산을 무시하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핵심은 역시 원화 자산이다. 원화 예금이나 채권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요즘 ‘미국 빅테크 주식 100%’처럼 몰빵 투자를 하는 경우가 적잖다. 시장 변동성에 따라 포트폴리오 전체가 흔들리고 ‘멘털 게임’에서 밀리기 쉽다. 그런 점에서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분산투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 투자 전망은 어떤가. 

    “최근 금 가격이 크게 뛰었다가 주저앉았다. 금 가격도 환율과 마찬가지로 단기 전망은 어렵지만, 중장기적 흐름은 예상해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주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더는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안보 공백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금 가격 상승 요인이 되는 만큼 포트폴리오 일부에 금을 담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영상] “지금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는 ‘세트피스 골’ 전성시대” 

    삼성전자, 두 번 접는 갤럭시Z 트라이폴드 공개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