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주재로 11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뉴시스]
“정부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부동산 규제지역을 해제했다. 상당히 유의미한 조치로 본다.”(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정부가 11월 10일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은 ‘11·10 대책’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정부 조치가 시의적절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단기간 내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하며, 정부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를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1·10 대책의 목표는 부동산시장의 수요와 공급 안정화다. 극도로 둔화된 부동산 실수요자의 매수 심리를 북돋고,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를 방지하는 게 뼈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월 10일 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부동산)시장 여건을 감안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규제지역을 과감하게 해제하겠다”면서 “과거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 가격의 일정 부분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나,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 추세와 결합한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규제 완화 취지를 밝혔다.
“급격한 시장 냉각 경계”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아파트 단지 전경. [GettyImages]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돈줄이 풀리고 청약시장 허들도 낮아질 전망이다. 11·10 대책에 따라 규제지역 무주택자 및 1주택 보유자에 적용되던 LTV가 기존 20~50%에서 50%로 단일화되고, 15억 원을 넘는 주택 매입 시에도 LTV 50%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12월 초 시행 예정). 무순위 청약 시 무주택자의 청약 대상 지역 거주 조건은 폐지되고, 예비당첨자 범위도 기존 40%(공급 주택 수 기준)에서 500% 이상으로 늘어난다(2023년 1월 시행 예정).
정부의 부동산 수요 진작 조치에 대한 전문가들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시장에선 이번 규제지역 해제를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다음에는 서울 외곽부터 동(洞) 단위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해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다만 이번에 규제를 푼 곳은 수도권에서도 비교적 외곽으로, 최근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속된 말로 ‘곡소리’가 나던 지역”이라며 “핵심지 규제도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실제 완화된 것은 아니기에 일단 두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부동산과 관련한 세제(稅制)와 금융 규제는 너무 복잡해 전문가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라서 이를 단순화하는 게 규제 정상화의 목표여야 한다”며 “이번 조치는 규제 완화 과정의 한 단계로, 시장 경착륙을 막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건설업 무너지면 주택 공급 인프라 붕괴”
11·10 대책의 또 다른 핵심 내용은 부동산 공급의 안정성 확보다. 기존에는 주택만 대상이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PF 대출 보증 지원 대상을 준주택 및 복리시설로 확대하고, 중소형 사업장에 대한 보증을 10조 원으로 늘리는 게 뼈대다. 또한 정부는 사전청약 부담을 완화해 주택 분양 물량 분산도 유도할 방침이다. 당장 내 집 마련 수요가 꺾였지만 사전청약 물량은 최근 2~3년 사이 집중된 실정이다. 분양 물량을 분산하기 위해 향후 매각하는 공공택지에 대해선 사전청약 의무를 폐지하고, 이미 매각된 택지도 사전청약 시기가 6개월에서 2년으로 늦춰진다.전문가들은 부동산 공급 사이클이 붕괴하기 전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근 건설업계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PF 사업의 부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돈줄 가뭄에 대형 건설사는 위기를 견딜 수 있겠으나, 중견·중소 건설사는 자칫 줄도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점도 건설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자금난과 미분양이 겹쳐 전국 상당수 건설 현장이 ‘올스톱’된 실정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0월 10~28일 전국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0개 업체가 운영하는 233개 건설 현장 가운데 31곳(13.3%)이 공사가 중단됐거나 지연됐다.
조주현 명예교수는 “최근 올스톱 상태인 건설 시장 상황이 불안하다”면서 “일각에선 정부가 건설업자만 보호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으나 건설산업 자체가 무너지면 주택 공급에 필요한 인프라가 모두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는 대개 부동산시장에서 시작해 실물경기로 전이되는 복합적 형태로 나타난다. 지나친 시장 불황 탓에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금융기관도 덩달아 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명예교수는 “정부가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미분양 사태로 건설사가 도산하는 걸 예방하고자 자금이 돌게끔 하려는 고육지책”이라며 “다만 각 건설 현장의 사업성을 철저히 검토해 금융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는데, 미분양 물건이 정말 담보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매수 심리 회복은 어려워”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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