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에서 하는 상하차 작업. 쿠팡은 2014년부터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 물류센터를 세우는 등 물류 인프라 확충에 적극 투자했다. [사진 제공 · 쿠팡]
3월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이같이 공언했다. 김 의장은 약 8개월 뒤인 11월 10일 비로소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켰다. 이날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 출범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다. 쿠팡의 3분기 매출은 원화 기준 사상 최대인 6조8383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1037억 원으로 8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쿠팡의 만년 적자 탈출 비결은 적자를 감내한 투자다. 누적 적자 6조 원에도 물류 인프라 및 자동화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규모의 경제’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꾀할 수 있었다. 쿠팡의 투자는 몸집 불리기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쿠팡 흑자 전환의 숨은 공신이 ‘퍼주기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손해가 따르더라도 파격적 서비스를 제공해 충성 고객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e커머스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방만 수준 ‘퍼주기 전략’ 적중
물류 투자가 쿠팡 흑자 전환의 1차적 원인으로 평가된다. 쿠팡은 2014년부터 전국 30개 지역에 물류센터 100여 개를 구축했다. 촘촘한 물류 인프라 덕에 별도의 콜드 체인(저온 유통) 시스템 없이도 신선식품을 일반 상품과 동일하게 직매입해 보관·분류·최종 배송하는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물류 자동화 기술에는 2020년 5000억, 2021년 7500억 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재고 손실이 많은 신선식품 수요를 머신러닝 기반 기술로 예측해 손실률을 50% 넘게 줄이는 등 수익성을 높였다.
쿠팡은 사업의 외형적 성장 이외에 충성 고객 확보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상품 누락·분실·하자 시 고객이 상품을 돌려보내기 전 먼저 환불 조치하거나 같은 상품을 다시 발송하는 ‘선(先)환불 제도’가 대표적 예다. 최근 이 제도를 악용해 약 1400만 원 부당이익을 편취한 사례가 나올 정도로 쿠팡 입장에선 손해가 큰 정책이다. 하지만 쿠팡은 고객 만족에 우선순위를 뒀다. 미국 e커머스 시장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아마존을 롤 모델 삼아 언뜻 방만해 보일 정도의 ‘퍼주기 전략’을 고수했다.
“고객 있는 곳에 판매자 모여”
3분기 실적에서 그 성과가 가시화했다. 쿠팡 고객 수와 구매력은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했다. 3분기 기준 쿠팡의 활성고객(상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은 1799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7% 늘었다. 인당 구매 단가 또한 38만 원으로 원화 기준 지난해보다 19% 증가했다. 6월엔 기존 회원을 대상으로 ‘와우 멤버십’ 가격이 2990원에서 4990원으로 67%나 인상됐지만 이탈률은 ‘0’에 가까웠다. 서현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약 500억 원으로 추정되는 멤버십 가격 인상분이 3분기에 반영되면서 쿠팡이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전문가들은 파격적인 고객 투자가 쿠팡 흑자 전환의 비기(祕器)라고 입을 모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는 “쿠팡의 3분기 실적은 쿠팡 가치에 대한 고객의 확신을 보여준 터닝 포인트”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5년 전 멤버십 가격을 인상했다면 고객 이탈이 적잖았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번에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는 건 그간 쿠팡의 ‘고객 로킹(locking) 전략’이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호감도를 바탕으로 향후 쿠팡이 고객에게 적절한 대가를 이끌어낸다면 수익 구조가 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팡의 ‘퍼주기 전략’은 e커머스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벤더(판매자)가 주 고객인 네이버 등 다른 e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쿠팡은 직매입-판매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소비자가 주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의 압도적 선택을 받는 플랫폼을 온라인 셀러(판매자)가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쿠팡 운영이 더 효율적이려면 경쟁력 있는 판매자가 모여야 한다”면서 “현재 쿠팡은 판매자 간 가격 경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측면이 있는데, 그럼에도 판매자는 충성 고객이 많은 플랫폼을 쉽게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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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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