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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환율의 저점이 언제인지 단언할 순 없다. 다만 단타 투자가 아닌, 1년가량 시기를 두고 본다면 현재 저평가된 엔화는 투자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최근 일본 엔화의 기록적 약세로 엔화를 활용한 ‘환테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상반된 금리 정책으로 엔저 현상이 이어지자 향후 엔화 가치의 반등 가능성에 베팅한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10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엔화 환전 규모는 103억1782만 엔(약 9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14억7562만 엔)의 7배 수준으로 늘었다. 향후 엔화 가치가 반등할 때 환차익을 노리려는 매수세로 풀이된다. 여기에 10월 초 일본 무비자 방문이 허용돼 엔화 수요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단타 투자보다 최소 1년 후를 전망하는 신중한 엔화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엔화 등락에 ‘심야 투자’ 몰리기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뉴시스]
최근 엔화 약세의 주된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상반된 금융 및 통화 정책과 일본의 경기침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섰다. 이 같은 긴축 정책과 달리 일본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장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시장에 돈을 대거 푸는 ‘아베노믹스’ 기조가 10년째 이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매년 수십조 엔 규모의 신규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금리를 올릴 경우 국채 약정이자율도 높아져 재정 부담이 커진다. 이에 따라 일본 당국은 금리를 되도록 올리지 않으려는 것이다. 올해 초 달러당 110엔 수준이던 환율은 10월 2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150엔을 넘어서 1990년 8월 이후 32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투자는 향후 해당 통화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한다. 일본 금융통화 정책뿐 아니라 미국 중심의 글로벌 거시경제 추이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엔화 가치의 추가 약세가 이어지면 손실을 볼 수도 있어 리스크가 없지 않다”면서도 “엔/달러 환율의 저점이 언제일지 단언할 수 없기에 단기 방향성은 예단하기 어려우나, 1년 정도 시기를 두고 본다면 현재 저평가 국면인 엔화는 투자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9~10월 엔화 단타 투자 기회를 놓쳤다면 1년가량 기간을 두고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구매력을 감안한 환율로 보면 엔화는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통화라는 점에서 향후 일본 금융 시장에 대한 투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美 인플레 우려 높아지면 엔화 가치 더 절하”
“일본 당국도 디플레이션 압박 완화 신호가 나오면 금리를 인상하려 할 것이다. 최근 일본 물가가 오르긴 했으나 환율 상승과 에너지 가격 인상의 영향으로, 본원적 물가상승은 아니라고 본다. 당분간 자민당(일본 자유민주당) 정권이 이어질 전망이기에 일본 당국이 갑작스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일본 부동산, 주식시장도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특히 가격이 조정된 일본 부동산 관련 리츠(REITs) 상품, 수익성이 높아 배당을 잘 줄 가능성이 있는 기업 주식을 눈여겨볼 수 있다.”핵심은 상반된 미·일 양국의 금융통화 정책 기조가 언제쯤 바뀔지 여부다.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는 “최근 엔화 약세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시작된 것이라 그 차이가 완화되면 진정될 것”이라며 “미국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 당국의) 금리인상도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교수는 “만약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고용 상황도 나쁘지 않다면 (미 당국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일본은 여전히 금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 엔화가 더 절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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