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성공을 거두려면 운(運)과 능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운은 때와 장소와 사람의 결합이라고 한다. 적절한 때에 적합한 장소에 있어야 하고 성공에 필요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천시(天時)·지(地)·인(人)이 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부자는 대개 일정 시점에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전쟁 등 급격한 사회 변화나 인터넷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변혁기에 새로운 부자들이 잉태된다. 가까운 예로 우리나라 정보기술(IT) 거부 가운데는 1986년 대학에 입학한 86학번이 많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 김정주 대표, NC소프트 창업자 김택진 대표, 네이버 이해진 의장,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 다음 이재웅 창업자는 모두 86학번이다. 이들은 개인용 컴퓨터(PC)가 각 사무실과 가정에 보급되는 그 시점에 서 있었던 사람들이다.
6·25전쟁 이후 오늘날의 삼성, 현대, LG 같은 대그룹이 등장했다. 이 기업의 창업자들은 기존 지주들이 몰락한 그 자리를 차지한 신흥부자였다. 물론 같은 시기에 살았던 모든 사람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 운을 자기 것으로 만든 능력이 이들에게는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능력과 운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딱 잘라 성공에서 어느 정도가 운이고, 어느 정도가 능력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림짐작은 가능하다. 어느 것이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는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골프처럼 혼자 하는 스포츠는 운이 개입할 여지가 확률적으로 적다. 기량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 기량의 선수가 함께 하는 스포츠경기에선 행운이 따라줘야 한다. 따라서 운과 능력을 볼 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현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의사결정에서 어느 요소가 더 강한지를 살피는 것이다.
큰 수익은 큰 장 설 때 나와
운과 능력 문제는 또한 통제 범위의 문제기도 하다. 탁월한 애널리스트로 인정받는 마이클 모부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운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로, 기량(능력)은 통제할 수 있는 요소로 구분한다.
“우리가 기울인 노력의 대가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인 기량과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인 운이 동시에 반영된다. 이런 면에서 운은 잔여물이다. 즉 결과에서 기량을 빼고 남은 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투자는 어떨까. 증권시장을 보자. 주식투자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운일까 능력일까. 운과 능력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힘을 행사할까. 역사적으로 보면, 큰 수익은 능력보다 큰 장이 설 때 나왔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사놓고 기다리면 큰돈이 됐다. 이 시기는 운이라는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흔히 ‘큰돈은 시장이 벌어준다’고 하는 것이다.
시장 예측은 운에 ‘베팅’하는 것에 가깝다. 언제 큰 장이 설지, 언제 폭락할지 정확히 예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은 맞힌다 해도 계속 맞히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신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시장 예측에 관심을 쏟는다. 주식과 부동산시장 예측에 관한 기사나 주장은 그 진위를 떠나 늘 가장 많이 읽힌다. 투자 분야만큼 틀린 예언가들이 전문가로 대접받는 곳을 발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펀드투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펀드투자자의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다. 펀드는 TV나 자동차 같은 내구재와 달리 효용이 즉각적이지 않다. 일정 시간이 흘러야 효용(수익률)을 알 수 있다.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펀드 판매 창구에 가면, 으레 최근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추천한다. 이유는 지금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이런 판단은 인간의 능력 범위 바깥의 문제다. 인기리에 판매됐던 펀드 가운데 그 흔적조차 사라진 예는 한둘이 아니다.
이벤트 관련 주식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선거(대선)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관련 테마주다. 테마주라는 이름으로 며칠씩 상한가를 치는 일도 다반사다.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 관련주, 문재인 관련주, 안철수 관련주 등 대선후보로 거론됐던 사람들의 이름을 딴 테마주는 선거철마다 주목받아왔다. 당신은 정말 누가 당선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가.
투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운이 아닌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알 필요가 있다. 물론 자신의 능력 범위를 알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9월 ‘월스트리저널’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지닌 능력 범위를 아는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다. 인생 그리고 사업에서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똑똑한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하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다면 지금까지 당신이 투자한 대상을 적고, 그 옆에 그 결과와 매입 이유를 적어보라. 아마도 실패했다면 자신의 능력, 즉 투자 대상에 대한 이해와 분석 없이 뛰어든 과거 행적을 보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능력과 운은 별개의 독립적 변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노력하면 운도 따라온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능력의 핵심 요소는 학습과 훈련, 그리고 경험이다. 여기에는 운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열심히 학습하고 훈련하고 경험을 쌓더라도 운이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운과 능력을 분리하면 장점이 많다. 일단 현실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그러다 운이 따르면, 그것은 보너스다. 운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사고가 삶이나 투자에서는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다.
분산투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투자에서 운을 능력과 분리하는 방법은 시장 예측이나 마켓 타이밍 같은 능력 범위 밖의 변수를 소음으로 간주하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찾아내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 임직원이라면,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인 제약회사 주식으로만 투자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부동산도 전체 시장동향에 따라 투자 결정을 하기보다 자신이 잘 아는 지역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발품을 파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대로 잘 모른다면 분산하는 것이 좋다. 분산투자는 부족한 능력 범위를 보완한다. 집중투자보다 수익률은 낮을 수 있지만 부족한 능력에 대한 안전장치 구실을 한다. 개인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능력 범위를 잘 정해 집중하거나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 외 방법은 대개 재앙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사회적으로 큰 부자는 대개 일정 시점에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전쟁 등 급격한 사회 변화나 인터넷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변혁기에 새로운 부자들이 잉태된다. 가까운 예로 우리나라 정보기술(IT) 거부 가운데는 1986년 대학에 입학한 86학번이 많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 김정주 대표, NC소프트 창업자 김택진 대표, 네이버 이해진 의장,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 다음 이재웅 창업자는 모두 86학번이다. 이들은 개인용 컴퓨터(PC)가 각 사무실과 가정에 보급되는 그 시점에 서 있었던 사람들이다.
6·25전쟁 이후 오늘날의 삼성, 현대, LG 같은 대그룹이 등장했다. 이 기업의 창업자들은 기존 지주들이 몰락한 그 자리를 차지한 신흥부자였다. 물론 같은 시기에 살았던 모든 사람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 운을 자기 것으로 만든 능력이 이들에게는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능력과 운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딱 잘라 성공에서 어느 정도가 운이고, 어느 정도가 능력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림짐작은 가능하다. 어느 것이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는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골프처럼 혼자 하는 스포츠는 운이 개입할 여지가 확률적으로 적다. 기량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 기량의 선수가 함께 하는 스포츠경기에선 행운이 따라줘야 한다. 따라서 운과 능력을 볼 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현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의사결정에서 어느 요소가 더 강한지를 살피는 것이다.
큰 수익은 큰 장 설 때 나와
넥슨 김정주 대표, NC소프트 창업자 김택진 대표, 네이버 이해진 의장, 다음 이재웅 창업자(왼쪽부터).
“우리가 기울인 노력의 대가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인 기량과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인 운이 동시에 반영된다. 이런 면에서 운은 잔여물이다. 즉 결과에서 기량을 빼고 남은 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투자는 어떨까. 증권시장을 보자. 주식투자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운일까 능력일까. 운과 능력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힘을 행사할까. 역사적으로 보면, 큰 수익은 능력보다 큰 장이 설 때 나왔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사놓고 기다리면 큰돈이 됐다. 이 시기는 운이라는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흔히 ‘큰돈은 시장이 벌어준다’고 하는 것이다.
시장 예측은 운에 ‘베팅’하는 것에 가깝다. 언제 큰 장이 설지, 언제 폭락할지 정확히 예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은 맞힌다 해도 계속 맞히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신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시장 예측에 관심을 쏟는다. 주식과 부동산시장 예측에 관한 기사나 주장은 그 진위를 떠나 늘 가장 많이 읽힌다. 투자 분야만큼 틀린 예언가들이 전문가로 대접받는 곳을 발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펀드투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펀드투자자의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다. 펀드는 TV나 자동차 같은 내구재와 달리 효용이 즉각적이지 않다. 일정 시간이 흘러야 효용(수익률)을 알 수 있다.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펀드 판매 창구에 가면, 으레 최근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추천한다. 이유는 지금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이런 판단은 인간의 능력 범위 바깥의 문제다. 인기리에 판매됐던 펀드 가운데 그 흔적조차 사라진 예는 한둘이 아니다.
이벤트 관련 주식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선거(대선)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관련 테마주다. 테마주라는 이름으로 며칠씩 상한가를 치는 일도 다반사다.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 관련주, 문재인 관련주, 안철수 관련주 등 대선후보로 거론됐던 사람들의 이름을 딴 테마주는 선거철마다 주목받아왔다. 당신은 정말 누가 당선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가.
투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운이 아닌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알 필요가 있다. 물론 자신의 능력 범위를 알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9월 ‘월스트리저널’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지닌 능력 범위를 아는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다. 인생 그리고 사업에서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똑똑한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하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다면 지금까지 당신이 투자한 대상을 적고, 그 옆에 그 결과와 매입 이유를 적어보라. 아마도 실패했다면 자신의 능력, 즉 투자 대상에 대한 이해와 분석 없이 뛰어든 과거 행적을 보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능력과 운은 별개의 독립적 변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노력하면 운도 따라온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능력의 핵심 요소는 학습과 훈련, 그리고 경험이다. 여기에는 운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열심히 학습하고 훈련하고 경험을 쌓더라도 운이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운과 능력을 분리하면 장점이 많다. 일단 현실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그러다 운이 따르면, 그것은 보너스다. 운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사고가 삶이나 투자에서는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다.
분산투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투자에서 운을 능력과 분리하는 방법은 시장 예측이나 마켓 타이밍 같은 능력 범위 밖의 변수를 소음으로 간주하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찾아내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 임직원이라면,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인 제약회사 주식으로만 투자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부동산도 전체 시장동향에 따라 투자 결정을 하기보다 자신이 잘 아는 지역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발품을 파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대로 잘 모른다면 분산하는 것이 좋다. 분산투자는 부족한 능력 범위를 보완한다. 집중투자보다 수익률은 낮을 수 있지만 부족한 능력에 대한 안전장치 구실을 한다. 개인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능력 범위를 잘 정해 집중하거나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 외 방법은 대개 재앙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