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4

..

‘로봇’ 외투 입고 인간 삶으로 들어온 AI

화면 속에서 나와 노동·돌봄·서비스 주체로 이동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6-01-28 07: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G전자 사전 부스 투어에서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가 세탁된 수건을 접고 있다. 뉴스1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G전자 사전 부스 투어에서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가 세탁된 수건을 접고 있다. 뉴스1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가 열린다. CES를 보면 세계 IT 기술의 향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CES 2026에서는 인공지능(AI)이 적용된 하드웨어가 주인공이었다. AI가 더는 화면 속 서비스나 클라우드 속 소프트웨어에 머물지 않고 로봇이라는 물리적 몸을 입은 채 현실 세계에 등장한 것이다. 그간 AI 경쟁이 “AI가 무엇을 잘하느냐”를 보여주는 싸움이었다면 이번 CES는 AI 시장의 핵심이 “AI가 어디에서 무엇을 대신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바뀌었음을 선언한 셈이다.

    CES 2026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등장이다. 아틀라스는 이제 연구소와 데모 영상 속 존재에서 벗어났다. 공장에서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진화한 것이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아틀라스를 연간 3만 대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그해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 대체재’가 된 로봇

    무거운 부품을 들어 옮기고 위험한 반복 공정을 대신 수행하는 아틀라스는 ‘자동화 설비’가 아닌, ‘노동 대체재’로서 로봇 위치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AI가 단순히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를 넘어 인간의 물리적 노동을 직접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왔음을 의미한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Gemini Robotics)’와 엔비디아의 AI 칩셋 ‘젯슨 토르(Jetson Thor)’는 로봇들이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로 진화하는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로봇의 활동 무대는 공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LG전자 로봇 ‘클로이드’는 가정과 상업 공간을 동시에 겨냥한다. 청소, 안내, 돌봄 보조 같은 역할을 하는 클로이드는 AI가 집 안의 맥락을 이해하고 사용자와 교류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봇을 가전의 연장선이 아니라 ‘생활 파트너’로서 설정하는 전략이다. 클로이드는 가장 보수적인 공간인 가정에 로봇을 투입하려는 움직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요양시설과 돌봄 영역에서 사용되는 로봇도 있다. 미국 회사 톰봇의 반려 로봇 강아지 ‘제니(Jenny)’다. 제니는 치매 환자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정서적 교감과 안정감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와 로봇이 효율 및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고령화 사회에서 돌봄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하나의 현실적 해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외 공간에서도 로봇의 확장은 계속된다. 중국 기업 맘모션의 신형 로봇 ‘스피노(Spino) S1 Pro’는 수영장과 레저 시설에서 청소와 관리 작업을 수행한다. 사람이 해왔던 단순하면서도 번거로운 작업을 AI 로봇이 대체함으로써 레저 서비스 품질과 레저 시설 운영 효율을 동시에 높인다. 특정 산업부터 빠르게 로봇 도입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반면 중국 기업 유니트리는 야외 공간에서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H1’은 스포츠 경기장, 공연장, 전시장 등 다양한 공공 공간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이 로봇은 단순 시연용이 아니라 안내, 순찰, 퍼포먼스 등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로봇이 특정 산업의 전유물을 넘어 도시 공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CES 2025’에서 한 관람객이 톰봇의 반려 로봇 강아지 ‘제니(Jenny)’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CES 2025’에서 한 관람객이 톰봇의 반려 로봇 강아지 ‘제니(Jenny)’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좋은 하드웨어보다 좋은 데이터가 중요

    CES 2026이 보여준 핵심은 AI의 ‘탈(脫)스크린’이다. AI는 이제 더는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화면에 갇힌 존재가 아니다. 로봇이라는 물리적 매개체를 통해 노동, 돌봄, 서비스 주체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차세대 로봇 시장이 단순히 하드웨어를 경쟁하는 공간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로봇 가치는 관절 수나 모터·배터리 성능보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는지에 달려 있다. AI 모델, 센서 융합, 그리고 로봇이 투입되는 공간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모델에 로봇의 미래가 있다. 공장, 가정, 요양시설, 레저 공간, 공공시설이라는 다양한 공간에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이해하는 기업만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AI가 로봇을 입고 인간 삶으로 들어오고 있다. 로봇은 이제 더는 미래의 상징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변화다. 우리가 일하고 쉬고 돌보는 수많은 공간은 물론 인간이 갈 수 없는 영역에서 로봇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