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코스피 5000 달성… 예금·코인 깨고 증시로 ‘머니 무브’

AI 열풍에 반도체, 로봇주 시장 주도… 대형주 쏠림 현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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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6-01-22 1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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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장중 최고가가 찍힌 전광판을 배경으로 코스피 5000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뉴스1

    1월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장중 최고가가 찍힌 전광판을 배경으로 코스피 5000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뉴스1

    4000(지난해 10월 27일)→4500(1월 6일)→5000(1월 21일).

    코스피가 1월 22일 장중 5000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의 새 역사가 쓰였다(그래프1 참조). 최근 코스피가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이면서 은행 예적금과 코인시장 자금이 증시로 쏠리는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발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반면 지수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로 돈이 쏠리는 시장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은 상황이다. 

    달리는 코스피에 올라타는 개미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1월 22일 5000 돌파 후 소폭 내린 4942.33으로 마감한 코스피는 연초 대비 17.52% 올랐다. S&P500(0.44%), 닛케이(3.44%), 상해종합지수(2.69%)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압도적 성과다. 

    코스피 상승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반도체주 랠리가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3배, 4배 수준으로 뛰었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 시장을 주도한 ‘조방원’(조선·방산·원전) 기업의 수주 호조세가 전망되며 투자자들을 불러 모았다. 올해 초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개 후 시가총액 3위 기업에 오른 현대차가 약 80% 오름세를 보이며 코스피 랠리에 힘을 보탰다. 

    직장인 이모 씨(36)는 지난해 말부터 예금 계좌에 들어 있던 1000만 원을 증권 계좌로 옮겨 코스피 랠리에 올라탔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올해 초에는 현대차를 매수해 수익을 거뒀다. 이 씨는 “나만 벼락거지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국장 투자를 시작했다”며 “지금은 너무 과열된 상황처럼 보여 투자를 멈춰야 할지, 돈을 더 넣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수많은 개인투자자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은행에서 증권 계좌로 자금을 옮겨 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16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19조4791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54조5293억 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당좌·보통 예금으로 이자가 적은 대신,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계좌를 가리킨다.

    만기 전 인출하면 이자 손해를 보는 정기예금 잔고도 하락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월 15일 기준 938조6613억 원으로 보름 새 6248억 원이 줄었다. 암흑기를 맞은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원화거래소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감소세다. 지난해 7월 2대 거래소(업비트·빗썸)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31억7298만 달러(약 4조6600억 원)였으나 이달 들어서는 13억2880만 달러(약 1조9500억 원)로 58% 하락했다.

    1년 만에 예탁금 42조 원 증가

    이렇게 빠져나간 자금 중 대다수는 증권 계좌로 유입되고 있다. 3개월 만에 코스피가 1000포인트 오르는 동안 주식 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 개를 바라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1월 20일 기준 95조526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조6969억 원,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하면 42조3001억 원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유입된 대기성 자금을 의미하는 만큼, 증시로의 추가 유입 여력을 나타낸다.

    자금은 미국 증시와 금시장으로도 흘러간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지만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는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월 16일 기준 미국 주식 보관액은 1718억 달러(약 252조4600억 원)로 지난해 말 1636억 달러(약 240조4100억 원)와 비교하면 약 10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추가로 미국시장에 들어갔다. 한 돈(3.75g)에 100만 원을 넘어선 금 수요도 늘고 있다. 1월 20일 기준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3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 골드뱅킹 잔액은 2조633억 원으로, 지난해 1월(8353억 원)과 비교하면 147% 급증했다. 골드뱅킹은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계좌에 예치한 돈을 금으로 적립하는 상품이다.

    직장인 박모 씨(31)는 지난해 12월 만기가 된 예적금 1500만 원을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40%, 빅테크 주식 40%, 금 20% 비중으로 나눠 투자하고 있다. 박 씨는 “코스피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판단해 최근 그린란드 이슈로 조정받은 미국 주식과 금에 투자했다”며 “환율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한동안 높은 환율이 유지될 것 같았고, 미장과 금시장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100위 기업 19.2% 오를 때…

    이 같은 증시 쏠림 현상에도 모두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가 17.52% 오르는 동안 코스닥 상승률은 4.85%에 그쳤다(그래프2 참조). 코스피 내에서도 대형주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시가총액 1~3위를 차지하는 반도체, 피지컬 AI 종목과 ‘조방원’의 순환매가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기업 합산 시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다수의 중소형주와 내수주, 전통산업주는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2일 종가 기준 올해 코스피 대형주(시총 1~100위) 지수는 19.32% 오른 데 비해 중형주(101~300위)는 8.02%, 소형주(300위 아래)는 1.3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도 늘고 있다. 1월 20일 신용공여잔고는 같은 기간 29조586억 원으로 30조 원을 눈앞에 뒀다. 이전 최고 액수인 25조6450억 원(2021년 9월 13일)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성장을 기대하면서도 과열 양상에는 주의를 나타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994년 1000포인트 기록 이후 30년 만에 5000포인트를 찍어 한국 경제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면서도 코스피 양극화와 빚투 증가에는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현재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만 상승세가 몰려 있고, 빚투가 늘어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연초 여러 호재가 겹쳐 코스피가 장중 5000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 영업이익 증가 전망, 정부의 증시 부양책 등으로 주가가 더 오를 여지도 있지만, 생산조차 되지 않은 피지컬 AI에 자금이 몰리는 등 과열된 양상도 보인다”며 “대외 변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조정에 대비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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