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기아 EV 시리즈는 디자인도, 가격도 괜찮은 편이네요.”
기아가 10월 12일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중소형 전기차 EV3·4·5 콘셉트카를 공개한 직후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올라온 반응들이다. 12일 공개된 EV 라인은 모두 기아가 생산하던 기존 전기차보다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하다.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실구매가는 3000만~4000만 원대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합리적인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정식 출시 전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간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높은 가격이 판매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를 돌파하고자 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저가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아가 10월 12일 ‘2023 기아 EV 데이’에서 공개한 중소형 전기차 EV3(왼쪽)·4(오른쪽)· 5(가운데) 콘셉트카. [기아 제공]
기아 EV9, 레이 EV에 밀려…
기아가 새롭게 선보인 EV 라인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 소형 세단 EV4, 준중형 SUV EV5다. 이들은 기아의 앞선 전기차 모델인 준중형 SUV EV6, 준대형 SUV EV9에 비해 크기가 작다. 가격도 최저 3만5000달러(약 4750만 원)에서 최고 5만 달러(약 6780만 원)가 될 예정으로 기존 모델들보다 저렴하다. 여기에 전기차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정부 보조금 혜택까지 더하면 EV3의 경우 3000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몸집을 줄인 대신 값이 싼 전기차 모델이 대거 시장에 공개된 것이다. 이 밖에도 기아는 EV 데이 행사에서 “향후 3만5000달러 이하 엔트리 가격을 목표로 EV1·2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기아는 지난달 이미 2000만 원대 경형 전기차 레이 EV를 출시해 한 차례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9월 21일 판매를 시작한 레이 EV는 한 달 만에 6000대가 계약됐다. 기아가 올해 판매 목표치로 잡은 4000대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레이 EV는 경차인 만큼 1회 충전당 주행거리(205~233㎞)가 다소 짧은 편이다. 하지만 2000만 원대라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실속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9월 21일 판매를 시작한 경형 전기차 레이 EV는 한 달 만에 6000대가 계약되며 목표(4000대)를 초과 달성했다. [기아 제공]
이에 기아는 EV 데이 행사에서 중소형·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사업 방향성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인 높은 가격 문제를 해소해나갈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부터 가격을 낮춘 새로운 EV 라인을 순차적으로 론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델Y 가격 내리자 판매량 ↑
중소형·저가 전기차에 대한 선호는 전기차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 예가 가격을 낮춰 판매량이 수직 상승한 테슬라의 모델Y다. 중형 SUV인 모델Y는 테슬라 전기차 중 가장 대중적인 모델임에도 올해 들어 판매가 부진했다. 이에 테슬라는 모델Y의 배터리를 저렴한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바꾸고 판매가를 국내 기준 2000만 원가량 인하했다. 정부 보조금을 합하면 4000만 원대에 모델Y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자 지난달 모델Y 국내 판매량은 8월 대비 876% 급증한 4206대를 기록했다. 수입차 판매량 중에서도 벤츠 E클래스를 누른 1위였다.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의 소형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EUV가 인기몰이 중이다. 실구매가 2000만 원대인 쉐보레 볼트 EV·EUV는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세부 모델별 판매량 3위를 기록했는데, 이에 연말 단종 예정이었지만 생산을 지속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닛산과 미쓰비시가 공동개발한 1000만 원대 경형 전기차 사쿠라 EV(지난해 6월 출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저조한 일본에서 1년에 5만 대 이상 팔리며 ‘2022~2023 일본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너나없이 저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출시 예정 및 개발 중인 전기차 상당수가 중소형·저가 모델이다. ‘반값 전기차 전쟁’에 불을 댕긴 테슬라와 BYD가 그 선두에 있다. 테슬라는 2만 달러(약 2716만 원)대 중소형 전기차 모델2를 개발 중이며, BYD는 4월 중국에서 선보인 1000만 원대 소형 해치백 전기차 시걸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진짜 반값 전기차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의 저가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누가 ‘진짜 반값 전기차’를 만드느냐에 따라 기업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 완성차 기업 대부분이 값싼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LFP 배터리는 리사이클링(재활용)이 불가능해 향후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는 시점에는 기업이 지불해야 할 환경부담금이 전기차 판매에 따른 이익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기가프레스 공법 도입, 고단변속기 개발 등 기술력 면에서 전기차 생산비용을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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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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