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ETF 포트폴리오’ 저자 송민섭 씨. [지호영 기자]
송 씨는 “수페TV 운영 외에 기업과 개인 대상으로 유튜브 컨설팅도 하고 있는데, 그 노하우 덕분에 채널에서 좀 더 빠르게 성과를 낸 것 같다”고 웃으며 자평했다. 최근 ‘나의 첫 ETF 포트폴리오’(토네이도)를 낸 그에게 ETF에 푹 빠진 이유와 초심자도 게으르게 투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짜는 법을 들었다.
전업 투자자 아니면 ETF 바람직
송민섭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수페TV’. [유튜브 캡처]
“2011년 사회초년생 시절 월급을 받자마자 주식투자를 시작했어요. 초심자의 행운 덕에 처음에는 수익률이 꽤 나왔는데 나중에는 손해를 좀 봤죠. 지금 생각해보면 하지 말라는 행동은 다 한 거 같아요. 확증편향부터 확률 무시, 적정가 판단 오류까지…. 그러다 동료가 해외주식을 하는 걸 보고 눈을 돌리니 해외에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수십 개씩 있더라고요. 늦게라도 이런 시장에 투자해야겠다 싶었고, 그러다 ETF를 알게 돼 공부하면서 계속 담아갔어요. 지금은 투자자산의 90%가 ETF이고, 장기투자 개념으로 가져가고 있어요. 원래는 100%로 가져가다 투자 재미나 원동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들어 10%는 중단기투자에 쓰고 있어요.”
매달 ETF를 어떻게 모으고 있나요.
“20일을 월급날이라고 봤을 때 주로 보는 건 3가지인데요. 20일 이동평균선은 한 달 평균을 선으로 나타낸 것으로, 이 선보다 밑에서 매수하면 한 달 가격보다 저렴하게 매수한 꼴이라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이 선을 잘 보는 게 좋아요. 20일 이동평균선보다 밑으로 내려와 있을 때는 바로 사요. 그리고 5일 정도 기다렸다 상대강도지수(RSI)와 현금흐름지표(MFI) 두 가지를 보고 과하게 매도된 구간이 오면 또 매수해요. RSI는 30 밑이면 침체구간으로 보고, MFI는 20 이하면 침체구간으로 봅니다. 물론 이 셋이 다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매달 금액을 정해 계속 모아가는 형태로 투자해요.
학생이거나, 회사에 다니거나, 퇴근 후 아이를 돌봐야 하는 등 투자 공부할 시간이 따로 없다면 기업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보다 ETF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봐요. 전업이 아닌 이상 대부분 이런 투자자일 거예요. 딱히 어느 시점부터 투자하라기보다 지금부터 조금씩 투자하면서 모아나가자고 말씀드려요.”
커피 값 아껴 ETF 매수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면 보수가 저렴한 걸 고르는 편이 좋다. [GettyImages]
“갑자기 목돈을 가지고 투자하기는 어려우니 소비금액을 줄여 그걸 투자하기로 했죠. 매일 마시는 커피 값을 아껴서 30년간 투자하면 2억4000만 원이 생긴다는 콘셉트예요. 커피 값이 아니어도 금연하거나 술값을 줄이고 이동통신비를 아껴 투자하는 분도 있어요. 참여하는 분 중에는 4050세대도 꽤 있죠. 같이 달리고 인증하고 격려하면서 지치지 않게 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어요. 참여하려면 오늘부터라도 바로 글 쓰고 시작하면 돼요.”
지금 자신의 포트폴리오에는 어떤 ETF를 담았나요. ‘나의 첫 ETF 포트폴리오’에 나오는 금액대별 포트폴리오와 비슷한가요(책에는 ETF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막연한 이들을 위해 30만 원부터 1000만 원까지 금액대별 포트폴리오 구성법이 나와 있다).
“성장 40%로 KRBN과 QQQM, VOO, 배당 40%로 SCHD, VNQ, VEA, 채권 10%로 IEF와 TLT, 원자재 10%는 IAU에 투자하고 있어요. 탄소배출권 투자 ETF인 KRBN은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외치고 있고 그렇게 너도나도 하는 산업은 뜰 수밖에 없으니까 넣었고, SCHD는 제가 좋아하는 배당도 주면서 성장도 챙길 수 있는 타입이라 넣었어요. 10년간 배당성장률이 12%라 매력적이더라고요. VNQ는 미국 부동산시장에 투자하는 리츠 ETF, VEA는 신흥국에 투자할 수 있는 ETF예요. 개인적으로 채권은 장기, 중기, 단기 중 중기 채권을 좋아하는데 단기는 변동성이 없고, 장기는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에요.”
ETF는 몇 종목 정도 담으면 좋을까요.
“12개는 넘지 않는 편이 좋을 거 같아요. 12개가 넘어가면 관리가 힘들어져요. 더 줄여도 돼요. 한 ETF에 수백 개 기업이 들어 있는 셈이니, 30만 원으로 운용할 생각이라면 3개 정도만 가지고 가도 돼요. 투자 금액에 따라 3~12개 정도 운영하는 걸 권합니다.”
ETF를 들여다보면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데도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는 걸 알 수 있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QQQ와 QQQM,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 VOO, IVV, SPLG처럼 비슷해 보이는 ETF라면 어떤 걸 담는 편이 좋을까. QQQ 1주 살 돈이 있다면 QQQ와 QQQM 중 뭐가 더 좋은 선택일까.
QQQ vs QQQM
송 씨는 “매달 50만 원을 나스닥100과 S&P500에 투자한다고 하면 QQQM과 SPLG를 추천한다”며 “총보수도 저렴하고 주당 단가도 저렴해 적립식으로 분할매수하기 좋은 ETF”라고 설명했다.“지지난해부터 이렇게 말씀드리면 댓글에 ‘자산 규모랑 거래량이 너무 적지 않냐’는 내용이 항상 달렸는데, 그때마다 자산 규모와 거래량이 커질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이제는 그런 질문은 안 하세요. 실제로 그렇게 됐거든요. ETF 상장폐지(상폐)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요. 기업 상폐랑은 조금 달라서, 예를 들어 QQQM이 상폐한다고 하면 그 금액을 빼서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QQQ를 사면 돼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대해서는 “자주 하지는 않는다. 정기적으로는 매년 1월에 리밸런싱을 한다. 그 외에 주가가 많이 내려갔을 때 리밸런싱을 하기도 한다. 성장 40%, 배당 40%, 채권 10%, 원자재 10%로 가져가다 이 비율이 7% 이상 틀어지면 리밸런싱을 바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ETF 투자를 할 때 유의점은 무엇인가요.
“미국에 상장한 ETF가 2500개 이상이고 국내에도 600개가 넘어요.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고요. 이 중에서 공통적으로 봐야 할 건 자산 규모, 총보수, 투자 섹터, 투자 기업 4가지예요. ETF도 결국 기업에 투자한 걸 모아서 진행하는 거라 투자 기업의 실적과 미래 가치가 중요해요. 다만 지수 추종 ETF처럼 정해진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의 경우 동일 지수 추종 ETF 중 총보수가 가장 저렴한 상품을 고려하세요.”
본인의 투자 철학과 롤모델이 궁금해요.
“투자에서만큼은 ‘꼰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과거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험난한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았다는 증거거든요. 오랜 시간 투자하며 복리 효과를 맛본 사람만이 살아남는데, 고수에게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고 그걸 잘 지켜야 승자가 된다고 생각해요. 마음으로는 심리투자의 대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를 따르고 싶고, 머리로는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을 꿈꾸고 있어요. 지금 많이 힘들고 지쳤다면 가지고 있는 종목이 나를 더 깊은 늪으로 빠지게 하는 건 아닌지 꼭 점검해보세요.”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몇 억을 벌겠다, 어떤 사업을 하겠다기보다 송민섭이 누구인지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찾아보고 싶은 사람, 매력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에요. 슈퍼맨의 앞 글자에서 따온 닉네임 수페(SUPE)처럼, 모르고 당하는 경우가 많은 개인투자자가 건강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힘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만의 ETF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투자는 결국 딱 맞는 옷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보기 좋다고 얘기하거나 유행이라고 해도 결국은 자신에게 잘 맞는 옷, 내가 좋아하는 나다운 옷을 자주 입게 되잖아요. 투자도 똑같이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고, 자신이 기업 투자를 원하는지, ETF 투자를 원하는지를 안 다음에 포트폴리오를 짜야 끝까지 갈 수 있어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포트폴리오를 하나하나 채워가며 리밸런싱해 강력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