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LG디오스 오브제컬렉션 와인셀러(왼쪽)와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와인냉장고. [사진 제공 · LG전자, 사진 제공 · 삼성전자]
#2 30대 직장인 윤 모 씨는 친구들로부터 43병짜리 와인셀러를 결혼 축하 선물로 받았다. 다양한 와인을 종류별로 채워두고 집들이 때, 부부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때 한 병씩 꺼내 즐기고 있다. 윤 씨는 “최근 집에 들인 가전 중 가장 만족도 높은 제품은 의류건조기와 와인셀러”라면서 “의류건조기는 출근 준비를 돕고 와인셀러는 퇴근 후 기분을 좋게 해준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가전 삼신기(로봇청소기·식기세척기·건조기) 자리를 와인셀러가 넘보고 있다. 술을 즐기는 1인 가구는 오히려 다른 가전보다 와인셀러를 우선 구매 대상으로 꼽는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와인은 맥주를 제치고 주류 수입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회식보다 ‘홈술’ ‘혼술’ 문화가 자리 잡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도수 주류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세계 주류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2조 달러(약 2530조 원) 수준으로, 와인은 맥주와 증류주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2024년까지 연 6% 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3995억 달러(약 50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와인 수입액 역시 계속 증가세로, 지난해 처음으로 5억 달러(약 6340억 원)를 넘어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전년(3억3002만 달러)보다 69.6% 증가한 5억5981만 달러(약 7098억 원)로 집계됐다. 2011년 와인 수입액이 1억3208만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년 만에 4배 수준으로 크게 성장했다.
퇴근 후 한 잔의 여유
홈술·혼술 문화 덕에 와인에 관심을 갖는 이가 늘었다. [GettyImages]
온라인 와인 구매 서비스도 인기다. 와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플독’은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알코올 도수, 타닌, 산도, 당도 등에 따라 구독자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선별해 정기적으로 보내준다. 월 3만9000원부터 100만 원까지 예산에 맞게 구독할 수 있다.
‘렛츠와인’ 구독클럽은 전문 MD가 추천한 이달의 와인 또는 와인과 어울리는 페어링 푸드를 정기배송받는 멤버십이다. 월 2만3900원 데일리, 월 3만9900원 프리미엄, 월 5만9900원 페어링 서비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단, 정기배송 신청 전 가까운 페어링파트너 매장을 방문해 성인 인증을 받아야 한다.
와인이 가정 ‘상비군’인 이들은 액세서리에도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마켓컬리에서는 무알콜 와인 이외에도 와인 잔, 잔 걸이, 와인 에어레이터, 와인셀러 등 각종 와인 관련 상품을 함께 주문할 수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다이소’가 의외의 와인 아이템 핫 플레이스로 꼽힌다. 하나에 10만 원 넘는 유명 와인 잔 브랜드 ‘잘토’와 디자인이 비슷한 3000원짜리 ‘달토’(다이소+잘토) 잔이나 칠링백, 와인 마개, DIY(do it yourself) 우드 거치대 후기 등을 주류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잔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 맛을 눈치 챌 정도의 중수 이상이라면 성에 차지 않겠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초심자에게는 가성비 좋은 아이템으로 인기다.
와인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직사광선 노출이 없는 곳에서 진동 없이 보관했을 때 최상의 맛을 낸다. 이 때문에 와인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와인셀러는 꼭 갖고 싶은 가전이다.
LG전자는 5월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와인셀러’를 출시하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팝업스토어를 와인바 자리에 내고 시음 행사를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각각 8·49·77·81·121병을 보관할 수 있는 제품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와인셀러와 스마트폰 ‘LG 씽큐(LG ThinQ)’ 앱을 연동하고 와인 라벨을 찍으면 제품명, 종류, 생산지, 가격, 풍미, 어울리는 음식, 고객 평점 등을 볼 수 있어 마시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와인을 보관하고 위치를 설정해 앱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격은 용량에 따라 51만~250만 원 선.
라벨 찍으면 정보가 딱
주세법 개정으로 와인을 애플리케이션에서 주문하고 퇴근길에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사진 제공 · GS리테일]
전문가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최근 와인 관련 기고나 강의를 해달라는 문의가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와인은 끝없이 공부할 거리가 있는, 일종의 챌린지 정신을 자극하는 술이라서 배우고자 하는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포도 종류, 토양, 숙성 방법, 어울리는 음식, 라벨 디자인 등등 공부할 거리가 많아 끝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초저가 와인이 등장하면서 소비자에게 고가 와인 이외에도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며 “와인셀러부터 잔, 오프너, 거치대, 디켄터까지 확장성이 뛰어나 자기 개성에 맞게 꾸밀 수 있는 애프터마켓 시장도 다른 주류에 비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