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 생활비 확보 난항 예상 “음식점 창업은 꿈도 꾸지 마라”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높은 50대에게 주택을 적극 활용해 현금화하라고 조언했다. [조영철 기자]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4월 22일 발간한 ‘2020 미래에셋 은퇴라이프트렌드 조사보고서-대한민국 50대 직장인의 은퇴자산 인식·태도 및 운용계획’에 따르면 50대 직장인의 평균 가계 보유 자산은 6억6078만 원이며 이 가운데 72.2%(4억7609만 원)가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에서도 주택 자산이 4억2256만 원으로 전체의 63.9%를 차지했다. 금융 자산 중에서는 예·적금 및 저축성보험(6780만 원)과 사적 연금(5139만 원)의 비중이 컸다. 사적 연금은 부부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전부 합한 것이다. 평균 부채 규모는 6987만 원,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억9091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00인 이상 종업원을 둔 사기업의 50대 수도권 직장인 19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은 “은퇴 후 25년 동안 매달 100만 원이 필요하다면 적어도 3억 원이 있어야 하지만, 금융 자산을 3억 원 넘게 보유한 50대 직장인은 전체의 15.5%에 그쳤다”며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선 가계 자산의 70%를 넘어서는 부동산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 최고정보책임자(CIO),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 부문 대표이사 등을 지냈으며 2013년부터 미래에셋은퇴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인구 구조 및 자산 운용 전문가인 그에게 50대 직장인의 은퇴 준비를 위한 해법을 물었다.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높고 금융 자산이 적은 경우 어떻게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좋은가.
“우선 주택을 유동화해야 한다. 주택연금 가입이 한 방법이다. 3억 원짜리 주택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맡기면 월 90만 원가량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최근 만 55세부터 받을 수 있게 정책이 바뀌었는데, 일찍 받을수록 연금 수령액이 줄어든다. 또 주택이 비싸고 크다면 좀 더 싸고 작은 집으로 옮기고 그 차액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 자산의 약 70%를 예금이나 보험이 차지하는데, 지금 같은 제로(0) 금리 상황에서는 수익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금융 자산을 좀 더 수익성 높은 금융상품에 넣어두는 것도 노후 대비에 도움이 된다.”
지역별 자산 구성.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익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REITs)’가 해법이 될 수 있다. 리츠는 일반 공모로 투자금을 모아 건물이나 도로, 물류창고, 백화점 같은 부동산에 투자하고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뮤추얼 펀드다. 예를 들어 연 40억 원 임대료가 나오는 1000억 원짜리 건물을 개인이 무슨 수로 매입하겠나. 그런데 리츠를 이용하면 5000원짜리 한 주만 사도 그에 따른 지분을 받게 된다. 최근 주가가 떨어지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50대에 은퇴 준비를 하면서 유의해야 할 점을 꼽는다면.
“무엇보다 연금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 연금은 노후에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이직이나 휴직 등으로 내지 못한 기간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이를 메우면 훨씬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여력이 된다면 개인연금도 들어둘 필요가 있다. 개인연금 가입자는 연봉이 5000만 원 이하라면 16.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50대엔 자녀의 교육, 결혼 등으로 지출이 많아진다. 그만큼 나가는 비용을 잘 통제해야 한다. 자녀의 결혼식이나 혼수 장만도 간소하게 할 것을 권한다. 흥청망청 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퇴직 후 어느 정도 소득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냉철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적정한 노후 생활비는 얼마인가.
“5년 전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측정한 적정 액수는 가구당 월 300만 원이었다. 도시에서 생활한다면 그렇다. 아파트 관리비, 건강보험료, 교통비, 경조사비까지 고려해서다.”
-매월 300만 원의 생활비를 꾸준히 얻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부부가 맞벌이해 30년간 국민연금을 냈다면 각각 매달 150만 원가량을 받으니 이를 합쳐 300만 원이 된다. 그런데 5060세대는 상당수가 외벌이라 국민연금이 매달 100만 원 정도 나온다. 부족한 200만 원을 채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 직장을 더 오래 다니든가, 비용을 줄여 저축을 더 하든가, 아니면 자산 운용을 잘해서 수익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 방법이 제일 어렵다.”
김경록 소장은 “은퇴 전후에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기술을 배우라”고 권했다. [조영철 기자]
“두 번째 직업을 준비하면 가능하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정년은 만 60세라 이후 10~15년간 근로소득을 더 얻을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금리가 1%이면 은행에 10억 원을 넣어둬도 이자가 연간 1000만 원밖에 안 되지만, 한 달에 100만 원을 벌면 연소득이 1200만 원이 된다. 은행에 10억 원을 넣어두는 것보다 낫다. 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 돈의 가치가 뚝 떨어지고 일의 가치가 쑥쑥 올라간다. ‘세컨드 잡’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자기 자신에게 투자해 자격증을 따거나 기술을 배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일본에서는 은퇴 전후로 자격증을 따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예전에는 서점 시니어 코너에서 노후 파산, 부부 고독사, 부부가 잘 지내는 법에 관한 책이 많이 팔렸는데 요즘은 자격증 수험서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안정적인 세컨드 잡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노후 대비책인 셈이다.”
-퇴직 후 음식점을 내는 이가 적잖다. 음식점 창업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가.
“은퇴 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음식점 같은 소자본 창업이다. 그런데 소자본 창업은 경쟁력 없이는 힘들다. 음식점을 내려면 적어도 자신이 주방장을 할 수 있을 만큼 요리 솜씨가 월등하거나 조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비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메뉴도 직접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2억~3억 원의 퇴직금으로 매장을 얻고 인테리어를 하며 종업원과 주방장을 들이면 망하기 십상이다. 남는 것도 없이 생고생만 한다. 상장 폐지될 확률이 50% 이상인 주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은 일종의 기만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주위에서 말려도 자기는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는다.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실패를 줄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평균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50%가 망하는 사업은 자기가 망할 확률도 50%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