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 인기게임 순위 1위에 오른 ‘크로스파이어’. 2 세계적으로 많은 게이머가 즐기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3 게임은 점수를 통해 승리의 쾌감을 느낀다.
오락물은 대부분 대중을 매혹해 관찰자로서 소비를 유도하는 데 반해, 비디오게임은 게이머 자신이 주인으로 참여해 직접 창조해내는 ‘창조형 오락물’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게이머가 비디오게임에 기대하는 것은 골치 아픈 철학이 아니라 통쾌한 즐거움이다. 조지 루카스는 “비디오게임은 철학이 아니라 오락”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을 하는데 계속 패배하거나 현실보다 더 가혹한 성적을 받는다면 누가 하려고 들까. 게임이 교과서보다 어렵고, 더 많은 노력이나 투자를 필요로 한다면 누가 할까. 게임이 자기 소유물이 아니라 타인의 소유물이라면 그렇게 애착을 느낄 수 있을까.
비디오게임이 피부색이나 국경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게이머를 유혹한 원인을 3개 코드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게임은 게이머가 경쟁에서 승리의 쾌감을 계속 맛보도록 하는 ‘승리(V·victory)코드’가 필수적이다. 게이머는 게임 속에서 특정 목표를 달성하거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승리의 쾌감이라는 가장 큰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승리보다 패배를 하는 데 익숙한 현대인에게 이는 더없이 큰 보상이다. 이 때문에 게이머는 계속 도파민을 분비하고 쾌감을 맛본다. 게이머는 이외에도 승리에 따른 점수, 트로피 등 다양하면서도 푸짐한 부상을 받는다.
비디오게임은 승리의 영광을 극대화하지만, 패배의 쓰라림은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성돼 있다. 설령 패배한다 해도 ‘계속(Continue)’ 버튼을 누르면 이전 액트 레벨 스테이지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실제로 게이머가 패배할 경우 ‘아깝게 패배’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게이머는 이것조차 승리로 간주해 도파민을 분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승자는 계속 게임을 하고 싶어 하고, 패자는 게임을 기피하는 ‘승자-패자 효과’가 강력하게 작용한다. 직접 판돈을 거는 도박과 달리 판돈 없이 즐기는 고스톱, 윷놀이 게임을 하면서도 승리하면 즐거워하고, 패배하면 낙담해 게임을 포기하거나 이길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 본성이다.
국경 가리지 않고 수많은 게이머 유혹
둘째, 게이머가 가능한 한 머리를 쓰지 않으면서도 무아지경에 빠진 것처럼 게임에 완전 몰두하도록 하는 ‘몰입(I·immersion)코드’다. 게이머는 비디오게임을 하면서 ‘최소 투자로 최대 수익’이라는 투자원칙, 즉 가능한 한 최소한의 심리적, 물질적 투자로 최대한의 즐거움을 얻기를 기대한다. 이 같은 경험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뇌쇄적인 미남이나 미녀를 볼 경우 정신없이 몰입하는 것과 유사하다.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수학문제 풀이는 머리가 아프지만, 비디오게임은 재미있기만 한 것이다. 동일한 시간을 투자한다 할 때 비디오게임은 대부분 텔레비전이나 영화보다 머리를 적게 써도 되지만 완전 몰입을 요구한다.
4 동서양의 판타지를 적절히 조합한 MMORPG ‘워오브드래곤즈(WOD)’. 5 넷마블의 럭셔리 댄스게임 ‘엠스타’.
비디오게임은 다양한 메커니즘을 활용해 게이머의 투자를 최소화하려 한다. 비디오게임의 소재, 그리고 포장 방식에 따라 게이머의 투자는 달라진다. 게임에서 가장 선호하는 폭력은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이 자동적, 무의식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1인칭 슈팅(FPS·First-Person Shooting)게임’에서는 아군과 적군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컬러로 외모를 구분해 게이머의 몰입을 돕는다. 심지어 캐릭터가 위험에 빠지거나 죽음에 임박했을 때 경고의 뜻으로 화면에 빨간색을 도배하기도 한다. 캐릭터, 스토리, 대사, 배경 등 게임의 모든 요소를 게이머가 쉽게 이해하고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영화는 카메라워크를 통해 관객 시선을 유도하지만, 비디오게임은 포커싱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게임 몰입도를 높인다.
셋째, 게이머가 게임 세계까지 소유하도록 하는 ‘재산(P·possession)코드’다. 게임 에서의 모든 행위나 결과는 게임 캐릭터가 아닌, 게이머의 소유물이다. 게이머가 감독, 각본, 주연 그리고 추가로 소비자 구실, 즉 ‘1인 다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오락물이다. 영화, 드라마, 스포츠를 자기 소유물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비웃을 테지만, 게이머가 비디오게임을 자기 소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비웃음을 받을 만한 일이다. 비디오게임 이전에 인간이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주장하는 오락물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다.
쾌감이 쾌감 부르는 ‘치명적 매력’
게임 디벨로퍼는 게임을 할 때 아바타나 캐릭터의 선택과 게임의 완벽한 통제를 통해 게임이 자기 재산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시간이 곧 성공’인 비디오게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게이머가 시간을 많이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같은 투자 결과물인 보상을 게임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게이머의 소유욕을 부추긴다. 최근 동작감지센서를 도입해 게이머가 움직이면 게임 캐릭터가 그대로 반응하는 기술을 적용함에 따라 인과관계가 분명해지면서 이 같은 소유욕을 부추긴다.
결국 비디오게임의 비밀코드인 37계(計)는 바로 VIP다. 게이머가 쾌감을 느끼도록 하는 승리(V)코드, 몰입(I)코드, 소유물이라는 재산(P)코드가 바로 그것이다. VIP코드를 구체화하려고 디벨로퍼는 다양한 구성요소, 캐릭터, 스토리텔링, 재산, 게임 디자인을 활용해 비디오게임이 갖는 치명적 매력을 추가한다. 절대반지를 내장한 비디오게임은 이처럼 손자병법의 36계에 하나 더 추가한 ‘게임 계(計)’로 우리를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