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12억원에 거래된 달 항아리 조선백자.
이론적으로 작품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를 살펴보면 △ 자산(wealth) △ 기대수익(expected return) △ 위험부담(risk) △ 유동성(liquidity) △ 기호(taste) 등이 될 것이다. 이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미술품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미술품의 절대가치, 구입자의 기호, 미술품과 사회적 역학관계, 보존상태, 크기, 제작연대, 재료, 방법, 지위 등이다. 미술품의 절대가치란 작품의 예술적 수준을 말하는 것으로 미술사적 위상 등 학술평가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구입자의 기호에는 크게 세 가지 의미가 포함된다. 첫째는 순수한 심미 판단에 따른 구입자의 선호도를 말한다. 둘째는 필요에 따라 요구되는 조건이다. 이는 기증, 전시 등 구입 목적이 분명한 경우로 구입자 기호와는 별도의 요소다. 셋째는 투자, 즉 재산증식 수단을 말한다.
사회적 역학관계란 대표적으로 경제상황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즉, 당시 시장경제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높낮이가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국가에서 지정하는 보물이나 국보의 경우 작가의 신분, 직위, 연령, 생존연대, 저명도, 작품의 발표 및 공개 횟수, 전시, 수상 여부, 평가척도, 학술 및 언론매체의 인정 여부, 사회 기여도 등이 해당된다.
작가의 가치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는 주요 미술관의 개인전 또는 기획전의 참여도, 미술전문지의 리뷰 게재 빈도, 미술관의 작품 소장 여부, 비엔날레 등 국제전 참가도 등이다.
이 같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한 점 또는 한 작가의 그림값이 결정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일시적이고 한정적인 면을 전제로 한다. 즉, 그만큼 그림값의 결정은 한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시대마다 작품마다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술품 가격은 결국 사려는 사람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손안에 넣을 때까지 내고자 하는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다시 말해 그림값은 사는 사람이 결정한다.
물론 시장원리에 따라 많은 사람이 원하는 그림이 값어치가 올라갈 수 있지만, 미술품에는 반드시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중이나 대중이 좋아하는 그림의 경우 대중성은 있을지언정 작품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가격도 부담 없는 풍경화가 대중성은 있지만 미술시장의 본류에는 결코 들어올 수 없는 것이 그런 예다.
1_ 25억원에 거래된 박수근의 ‘시장의 사람들’.<br>2_ 96억원에 거래된 18세기 이탈리아 화가 카날레토의 베네치아 풍경화.<br>3_ 150억원에 거래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습작 스케치 ‘말과 기수’.
일반적으로 미술품 가격은 세상이 안정되고 경제가 큰 기복을 보이지 않는 한 꾸준히 상승한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어느 정도 부를 쌓으면 부유함보다는 우아함과 교양을 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국가경제 규모나 잠재능력에 비해 미술품 가격이 저평가돼 있으므로 경제규모에 걸맞은 지점까지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