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볼수록 안목이 높아진다’. 2006년 한국 국제아트페어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KIAF 2007은 2002년 부산 벡스코에서 첫 행사를 치른 이후 여섯 번째. KIAF는 그동안 국내 여러 아트페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행사로 초고속 성장했다. 특히 백남준, 김동유, 김홍주, 장샤오강, 게르하르트 리히터, 데미언 허스트 등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이 출품해 무게감이 남다르다. 뿐만 아니라 국내 화랑 116개, 독일(28개)을 비롯해 일본 스페인 프랑스 중국 호주 대만 미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해외 화랑 92개가 참여해 규모 면에서도 KIAF는 이제 아시아의 대표적 아트페어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매출규모는 약 130억원. 올해는 180억~ 2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미술 경매와 아트펀드 등 미술 재테크가 주목받는 가운데 이번 아트페어는 일반인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미술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년간 불황 속에서 잠자던 미술계에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강력한 바람이 미술 재테크. 일반인의 문화 욕구가 커지면서 작더라도 미술작품을 직접 소장하려는 컬렉터층이 두꺼워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미술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이들에게 아트페어는 미술에 대해 좀더 알 수 있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트페어(Art Fair)’는 여러 화랑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다. 이를 통해 미술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화랑과 컬렉터 간의 정보 교환과 작품 판매, 작가 프로모션을 통한 시장 확대를 꾀한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3대 아트페어로는 스위스의 바젤아트페어, 미국 시카고아트페어, 프랑스 피악(FIAC)을 꼽는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KIAF를 포함해 화랑미술제, 마니프(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 등 컬렉터층과 일반인의 관심을 끄는 아트페어가 다수 열리고 있다.
그러면 미술 애호가나 이제 막 입문한 컬렉터 처지에서 아트페어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그리고 KIAF를 ‘100배’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궁금한 점은 화랑 관계자들에게 거리낌 없이 물으세요.”
KIAF 2007 준비에 한창인 정종효 디렉터는 이번 아트페어를 찾을 관람객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관람객들이 호기심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미술에 더 다가갈 수 있고, 정보를 얻을수록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시간을 충분히 갖고 전시장을 둘러볼 것을 권한다. 아트페어는 많은 화랑이 참여하기 때문에 미술 정보를 얻고 가격 비교를 하기가 쉽다. 대부분 화랑의 디렉터와 큐레이터가 행사장에 나와 있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관람객들은 이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봄으로써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세계미술의 동향도 파악할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얻는다.
정종효 디렉터는 “아트페어에는 몇억, 몇천 만원대의 비싼 작품도 있지만 신진작가 작품은 100만원 내외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컬렉션에 막 입문한 분들은 이들에게 주목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라며 초심자를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KIAF 2007에는 18개국 208개 화랑이 참여해 5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별전으로는 스페인 현대미술과 신진작가들을 소개하는 ‘스페인 신진작가전(New Contemporary Art from Spain: A Proposal)’이 선보인다. 관련 부대행사로 ‘한국과 스페인 간의 현대미술 교류 가능성’ 포럼이 열려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스페인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한국 측 특별전으로는 ‘Something Mr. C Can’t Have전’이 있다. ‘한국 신진작가전’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신진작가라고 보기엔 존재감이 큰 작가가 많이 참여한다. 김범 임민욱 양혜규 김성환 노재운 이주요 정서영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중점적으로 소개될 예정. 여기서 ‘C’는 ‘컬렉터’의 약자다. 컬렉터나 미술 애호가가 ‘가질 수 없었던’, 즉 경험하지 못했던 복잡미묘한 현대미술의 세계를 소개한다는 취지다.
5월8, 9일 오후 6시30분에는 양혜규 작가가 스피커스 코너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므로 이 시간에 맞춰 KIAF를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KIAF 2007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학술 프로그램과 작가발굴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과거 주빈국과 관련된 포럼만 개최했던 것에서 탈피해 일반인을 위한 ‘강의’ 형식의 프로그램들이어서 눈에 띈다. ‘현대미술의 현황’(이건수 ‘월간미술’ 편집장, 5월9일 오후 5시), ‘그림값 어떻게 매겨지나’(정준모 한국시각문화정책연구원, 5월10일 오후 5시), ‘떠오르는 아트마켓, 두 가지의 매력’(최병식 경희대 교수, 5월12일 오전 11시30분) 등 흥미로운 주제로 열리는 강연은 미술 애호가나 컬렉터들이 빼놓으면 후회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5월9일과 10일에는 ‘영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KIAF Finds Hidden Treasure’라는 이름으로 강지만 김진경 권진수 등 젊은 작가 9명이 세계 미술 관계자들과 국내 화랑 관계자,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자신의 작품을 프레젠테이션하고 프로모션하는 행사를 갖는다.
‘Shooting Hidden Spot’은 사진작가 김현철, 칼리 아이든의 시각으로 아트페어 현장을 소개하는 행사다. KIAF 웹사이트(www.kiaf.org/2007/kor/main.htm)를 통해 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5월8, 11, 12일에는 김종우 윤영완 이원우로 구성된 ‘…좋겠다 프로젝트’가 전시장에서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5월10, 11일에는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학 교수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재 컬렉터 발굴’을 꾀하는 ‘Lunch@KIAF’ 행사가 열린다. 시간을 내 이들 행사에 참여해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이 좀더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KIAF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미술과 가까워지고, 나아가 사랑에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정종효 디렉터의 ‘소박한’ 바람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13일은 오후 6시까지). 입장료는 일반 1만원, 학생 8000원, 단체(20인 이상) 6000원. 문의 02) 6000-2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