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1

2007.01.30

9개 강대국의 흥망성쇠 조명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01-24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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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개 강대국의 흥망성쇠 조명
    EBS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방송돼 큰 화제를 모은 12부작 다큐멘터리 ‘대국굴기(大國 起)’를 1월29일부터 12일간 방송한다. ‘대국굴기’는 ‘대국은 어떻게 일어섰는가’라는 뜻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15세기 이후 세계를 호령했던 9개 나라의 흥망성쇠를 통해 현대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바를 점쳐본 역사 다큐멘터리다. ‘대국굴기’를 제작·방송한 중국중앙텔레비전 CCTV는 3년여에 걸쳐 9개국의 역사현장과 박물관을 찾고, 베이징대학 역사학과 쳰청단(錢乘旦) 교수를 비롯해 수도사범대학 류신청(劉新成) 교수, 영국 노팅엄대학 쩡용녠(鄭永年) 교수 등 중국 안팎의 각 분야 학자ㆍ전문가 100여 명을 찾아 자문하며 프로그램을 완성해냈다.

    ‘대국굴기’는 중국 사회에서 하나의 신드롬으로 작용했다. 11월13일 첫 방송을 본 13억 중국 시청자들은 “2006년 중국 사회를 뒤흔든 최고 TV 프로그램”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CCTV는 방송을 미처 보지 못한 이들의 열화와 같은 재방송 요청에 방송이 끝난 지 3일 만에 다시 전파를 내보내기도 했다. 방송 직후 출시된 6장의 DVD는 2~3일 만에 매진됐고, 방송 내용을 정리해 출간한 8권의 책은 순식간에 1만 세트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도대체 ‘대국굴기’가 어떤 프로그램이었기에 중국인들이 이렇게 성원을 보내는 것일까.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네덜란드는 불굴의 모험정신으로 해양시대를 개척해 초기 유럽의 강자가 될 수 있었으며, 영국의 경우 의회의 역할을 부각하고, 과학정신과 발명 지원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공업화 대륙을 이뤘다는 것. 그리고 프랑스가 대혁명을 거치며 어떻게 현대 민주주의의 기반인 자유·평등·박애사상의 발원지가 됐는지도 탐구한다. 더불어 학문과 의무교육(독일), 언론의 자유(미국), 서구의 제도와 가치를 수용한 것(일본)이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어떤 원동력이 됐는지도 소개한다. 러시아편에서는 중국의 개방이 옳은 길이었음을 은유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한 이유는 다큐멘터리 어디에도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큐에는 현대 중국이 무엇을 취하고 버려야 할지에 대한 현대 중국의 진지한 고민만이 엿보인다. 한편에서는 이 작품이 후진타오-원자바오 지도부가 정치개혁에 손을 대보려는 신호라고도 하고, “중국이 강대국이 되려면 중앙집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설을 내놓기도 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국굴기’가 더욱 강한 나라를 꿈꾸는 현대 중국의 가치관을 반영한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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