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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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연기는 양념따라 다양한 맛을 내죠”

  • 입력2005-12-14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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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연기는 양념따라 다양한 맛을 내죠”
    장현성은 차갑다. 장현성을 보면 항상 팽팽한 피아노 줄처럼 긴장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배우의 이미지는 그가 지금까지 어떤 배역을 맡았는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가 지금까지 맡은 배역은 대부분 지적 고뇌에 빠져 있는 지식인이거나 차가운 감성의 도시인이었다. 실제로 그를 만나보면, 이런 배역이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우는 누구를 쉽게 만나서 금세 친해지기는 힘든 직업이다. 대신 그는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장현성은 1970년 경남 거제 출생이지만 구파발 부근의 삼송리에서 성장했다. 학창시절에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는 게 꿈이었다. 대학도 경제학과에 진학했다가 그만두고 친구 따라 서울예대 연극과에 갔다. 대학시절 그는 연출을 전공했다.

    “어렸을 때는 연기에 관심이 없었고, 취미 삼아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가 소중하고 나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주는 것을 느꼈다.”

    대학로 연극무대서 탄탄한 내공 쌓아

    그를 연기자로 만든 사람은 김민기였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와서 연극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그에게 대학로에서 학전소극장을 운영하던 김민기는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할 것을 제의했고, 장현성은 ‘지하철 1호선’에 출연했다. 설경구, 황정민 등을 잉태시킨 대학로 스타 배우의 산실인 ‘지하철 1호선’은 아직 또 한 사람의 스타를 더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하철 1호선’에 등장하는 남자 배역은 모두 60여개. 장현성은 그중에서 3개배역만 빼고 다 해봤을 정도로 ‘지하철 1호선’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대중 앞에 나타난 것은 동년배 배우들보다 훨씬 늦은 편이다.



    장현성이 실제로 영화에 뒤늦게 데뷔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1997년 ‘백수 스토리’로 스크린에 발을 디뎠고 강제규 감독의 ‘쉬리’(1999년), 김기덕 감독의 ‘실제상황’(2000년) 등에 연이어 출연했으니 비교적 작품운도 있는 편이다. 그러나 그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문승욱 감독의 디지털 장편영화 ‘나비’(2001년)를 통해서였다. 강혜정, 김호정 등과 공연한 이 영화에서 그는 택시운전사 역을 맡아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나는 ‘나비’에서 처음 장현성을 발견했다. 그의 연기는 충무로의 관습적인 제스처에 적응하지 않았고 날이 서 있었다. 그의 몸을 감싸고 도는 푸른 긴장감은 상업주의에 동화되지 않으려는 스스로의 안간힘인지도 모른다.

    그 뒤로도 장현성은 ‘베사메무쵸’(2001년) ‘비디오를 보는 남자’(2002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2003년) ‘꽃피는 봄이 오면’(2004년) 등의 영화작업을 하면서 TV 드라마 ‘로즈마리’ ‘부모님전상서’ 등에 출연했다. 특히 ‘부모님 전상서’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으로, 작가는 배우 고르는 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제 연기는 양념따라 다양한 맛을 내죠”

    연극 ‘육분의 륙’(위), ‘연애’, ‘나비’

    “지금 TV를 안 하는 이유가, TV 속의 내 모습에서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나를 객관적으로 봐도, 저 연기자의 매력이 무엇인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영화는 오직 나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개성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다. 내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똑 부러지는 역할보다는 은은한 매력을 가진 것이 좋다. 무겁지만 느낌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연기하려고 했다. 그래서 TV는 당분간 하지 않으려 한다.”

    장현성은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 ‘깃’ ‘마법사’에 연이어 출연했다. 또 그의 인상적인 주연작 ‘나비’에서 함께했던 문승욱 감독의 새 영화에 출연할 계획도 있다. 이렇게 그를 선호하는 감독들은 비교적 한정되어 있다. 그의 연기를 좋아하는 감독들은 열렬히 그를 지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감독들은 그를 범상한 배역에 출연시킨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목록들은 화려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