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2

2004.07.08

法으로 짚어본 우리 농업의 현실

  • 입력2004-07-01 16: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法으로 짚어본 우리 농업의 현실
    “중국 마늘 수입에서 생긴 피해 조사를 거부한 무역위원회를 상대로 최초의 농업통상법 소송을 제기한 전남 서남부 채소농협의 조합원과 마늘교역합의서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7명의 농업인에게 이 책을 드립니다.”

    조금은 특이한 헌사로 시작되는 ‘WTO 시대의 농업통상법’을 펴낸 송기호 변호사(41·사진). 지금 진행되고 있는 WTO(세계무역기구) 쌀 협상의 통상법적 법률관계와 학교 급식 조례의 WTO 합치성을 연구한 이 책을 쓰기 위해 그는 법률회사를 사직하고 호주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쌀 협상은 지금 우리에게 초미의 문제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10년간 쌀 개방을 유예받았지만 시한이 끝나 지난 5월6일부터 미국 등과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농업통상법 연구결과는 귀중한 자산이다. 흔히 쌀 시장 ‘자동관세화론’을 해석할 때 개방 재협상을 2004년 내에 타결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관세화(개방)로 가야 한다고 보지만, 이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농업협정 부속서의 원문을 인용하며 “관세화 여부는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협상 당사자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송변호사는 지역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게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에 대해 WTO 농업통상법에 어긋난다고 하는 주장도 법률적 이해가 부족한 탓으로 보고 있다. 그는 미국도 1933년부터 국산품조달법을 제정해 학교 급식담당자가 자국산 농산물과 식품을 우선 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지역 우수 농산물을 조달해 학교에 공급하게 하는 것은 WTO 체계하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法으로 짚어본 우리 농업의 현실
    “한국 정부가 2002년 중국의 휴대전화 수입금지라는 보복에 굴복해 중국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 제한조치를 포기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민에게 수입제한조치를 연장할 법적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정부 담당자가 명심했다면 휴대전화와 마늘을 연계한 중국의 억지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었을 겁니다.”



    송변호사는 2000년 미국 농무부를 방문했을 때 우리에게 맞는 농업통상법 개념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 관행 농업의 문제점과 위생검역조치, 지속 가능한 농업 등에 대한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미국통상법 연수를 받았고, 호주 퀸즐랜드대학에서 환경법과 식품법을 공부한 송변호사는 한때 YMCA 전국연맹 간사와 영암군농민회 경제사업부장을 지내면서 농민운동에 헌신하기도 했다.



    확대경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