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럼의 주제는 △군사주의, 전쟁과 평화 △미디어, 정보, 지식과 문화 △민주주의, 생태적·경제적 안보 △노동 △식량, 보건, 교육 그리고 사회보장 △ 소외 차별 존엄성 권리와 평등 △가부장제, 젠더와 섹슈얼리티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그만큼 세계화는 삶의 모든 영역 깊숙이 스며들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반세계화 운동의 주요 이론과 정치적 쟁점, 향후 과제를 고전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 평가한 ‘반자본주의 선언’(정성진·정진상 옮김, 책갈피 펴냄)이 출간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알레그 캘리니코스 영국 요크대 교수는 이 책에서 세계화를 단순히 경제적 세계화로 이해하는 현상에 반대하며 오늘날 세계화는 무엇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얼굴’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정치·군사적 갈등이 커지고 있고, 오늘날의 세계화는 ‘무장한 세계화’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세계화 운동은 ‘운동들의 운동(movement of movements)’이라고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 외엔 공통점이 거의 없는 다양한 운동들의 집합체다. 1999년 제3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시애틀에 집결한 운동단체만 해도 노동 환경 농민 등 각종 NGO(비정부기구) 단체와 사람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들을 한데 묶은 이슈는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비교적 느슨한 슬로건이었다.
반세계화 운동에 나선 이들 사이에선 지금도 몇 가지 다른 쟁점이 존재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자본주의 틀 안에서 이룰 수 있다고 보는지 여부, 조직적 노동계급이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보는지 여부,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 이후 불거지고 있는 반전운동과의 연대 여부 등이 그것.
캘리니코스 교수는 ‘반자본주의 선언’에서 반세계화운동 내부의 다양한 흐름과 유형을 비교 분석하면서 나름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계획에 기초한 새로운 경제 체제 건설이다. 그는 그 길로 가는 이행기에는 제3세계 부채 탕감, 자본 통제의 회복, 공공서비스 보호와 재국유화, 군산복합체 해체, 주당 노동시간 단축 등이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런 제안들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그가 이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아닌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놓았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