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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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景에 넋 잃고 온달 전설에 취하고

  • 강은옥 dreamloco@hanmail.net

    입력2003-03-19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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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八景에 넋 잃고 온달 전설에 취하고

    단양역 앞에 조성된 시민공원과 단양군에서 제작한 온달과 평강공주의 캐릭터.

    ‘충북 단양’ 하면 ‘단양 팔경’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단양 팔경은 소백산과 도락산을 휘감는 남한강의 맑은 물과 폭포가 한데 어우러져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외에도 볼거리들이 즐비하다. 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스며 있는 온달공원과 온달산성, 그리고 천태종의 본산인 구인사 등이 그것이다.

    또한 단양으로 가는 기차여행 도중에는 이색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 일명 ‘또아리굴’이라고 하는 금대2터널은 입구와 출구가 같아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 단양으로 가려면 청량리발 부전행이나 안동행, 또는 부산행과 강릉행 기차를 타면 된다. 아침 6시50분에 첫 출발해 밤 11시30분까지 총 9회의 열차가 있다. 무궁화호로는 3시간, 새마을호로는 2시간 40분 가량 걸린다. 대구, 부산, 강릉지역에서는 중앙선 하행이 하루에 11회, 조치원과 대전지역에서는 충북선이 9회 있다.

    원주를 지나면 그 유명한 또아리 굴이 나온다. 뱀이 똬리를 튼 형상을 하고 있는 이곳은 총길이가 2km 정도이고 입구와 출구가 위아래로 놓여 있어 들어갈 때 봤던 풍경을 나올 때도 볼 수 있다. 단양역에 도착한 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영춘행 버스를 타고 40분만 가면 온달공원에 도착한다.

    온달공원·산성 등 볼거리 가득



    八景에 넋 잃고 온달 전설에 취하고

    온달동굴 안에 있는 종유석(오른쪽). 구인사 전경.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바보 온달’에 대한 전설이 사실은 의도된 역사적 왜곡에 의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온달은 바보가 아니라 건장하고 능력 있는 청년장교였다는 것. 당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온달을 발탁했는데 온달이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하자 이후 고구려 귀족 세력들에 의해 ‘바보’라고까지 격하됐다는 이야기다.

    온달산성에 오르면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남한강 물줄기와 첩첩이 들어선 산들이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한다. 예로부터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산성이 있었다는 말을 절로 실감하게 된다. 산성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형적인 ‘테뫼식(산정식) 산성’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산의 정상 부근을 마치 ‘테’처럼 돌로 둘러싼 산성이라는 뜻이다. 6세기경 신라와 고구려가 한강 유역의 세력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투를 벌였을 때 이곳에서 온달장군이 전사했다고 해서 온달산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온달공원의 볼거리로는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부를 만한 기념탑들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보 캐릭터들, 즉 영구와 비실이, 돈키호테 등의 기념탑이 세워져 있으며 그 옆에 숲 속의 공주,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바보와 공주, 참으로 ‘드라마틱한’ 구성 요소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남자는 ‘바보’로 격하되고 공주는 한없이 착한 인물로 그려진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성을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의 일종일까, 아니면 여성은 한없이 착해야 한다고 강변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남성중심주의를 강화하는 것일까.

    八景에 넋 잃고 온달 전설에 취하고
    강가에는 온달동굴이 있다. 약 4억5000만년간 생성된 종유석과 석순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면 교육적 차원에서도 좋을 듯하다. 지표수가 항상 흘러 들어와 물이 고여 있으며, 지네나 거미 등이 서식하고 동굴 아래 부분의 작은 연못에는 물고기도 있다고 하는데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온달이 이곳에서 무예를 연마했고, 한국전쟁 때는 인근 주민들의 피신처가 됐다고도 하니 사람에게 이로움을 준 동굴이라 할 수 있겠다. 이곳을 돌아본 후 다시 버스 정류장에서 구인사행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구인사에 도착한다.

    구인사는 소백산의 여러 봉우리 가운데 연화봉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연화자’라고도 불리는데 그 산세가 연꽃을 연상시킬 만큼 매우 신비롭다고 한다. 온달산성에서 볼 수 있었던 시원한 전경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다. 기도하러 온 불자들이 오히려 그 경치에 감탄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이 구인사의 모습은 여느 절과는 좀 다르다. 평지에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굽이굽이 계곡을 따라가듯이 기다란 모습을 하고 있다. 곳곳에 수련하러 온 듯한 사람들이 있어 고즈넉하기보다는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다. 이색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구인사 곳곳을 한가롭게 거닐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러가버린다.

    단양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이 있는데 그 위로 우뚝 솟아 있는 3개의 봉이 도담삼봉이다. 가운데 장군봉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첩봉, 오른쪽에는 처봉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둔 남편과 그를 미워하는 본처, 그리고 첩의 모습이라고 한다. 옛 선인들의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 장군봉에는 ‘삼도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퇴계 이황 선생이 그곳에서 ‘산은 단풍잎처럼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어우러지더라’는 시를 읊어 아름다운 모습을 기렸다고 한다.

    이곳 단양에는 ‘명물’이라고 할 만한 먹을거리는 없다. 대신 평소에는 먹기 어려운 음식들이 곳곳의 식당에서 판매되는데 자라용봉탕이나 송어 백숙구이, 멧돼지불고기, 염소수육 등이 그것이다. 특별히 내세울 먹을거리가 없어서 오히려 이런 이색적인 음식들이 발달한 듯하다. 애주가라면 염소수육을 권할 만하다. 육질이 단단하고 국물맛이 담백해 안주로는 그만이다. 특히 곁들여 먹는 백김치가 입맛을 자극한다. 산모나 노약자는 송어백숙구이가 좋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육질이 연하며 맛이 고소하다. 값은 다소 비싸지만 인삼, 영지버섯, 황기 등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영양식이다.

    서울에서 간다면 단양은 하루 코스 여행으로 충분한 곳이다. 오전 9시 기차를 타고 내려와 구경하고 저녁식사를 한 다음 막차인 오후 8시34분 기차를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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