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쉰이 될 때까지는 글 쓰는 사람이 글만 쓰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대신 미술평론이나 전시회 서문을 쓰는 것으로 만족했지요. 그런데 쉰이 되자 공자도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다고 했듯이, 그때부터 그림에 대한 마음이 너무도 절실해지더군요.”
특이하게도 이번 전시의 부제는 ‘자궁에서 왕관까지’다. ‘자궁’은 한라산을, ‘왕관’은 백두산을 의미한다. “산은 굉장한 모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입니다. 높은 산 옆에는 반드시 깊은 물이 흐르게 마련인데, 그 상생(相生)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언젠가는 제 그림을 가지고 세계로 나갈 겁니다. 이번 전국 순회전은 그 전초전인 셈이죠. 글과 그림, 어느 쪽이 더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요즘은 그림에 푹 빠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글은 40년을 넘게 써왔지만 그림을 그린 지는 이제 겨우 4년쨉니다. 늦게 만난 사랑에 더 깊이 탐닉하고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