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희성은 17년 경력을 자랑하는 관록의 뮤지컬 배우.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연기 감독이기도 한 그의 연출가 변신은 한 뛰어난 뮤지컬 배우가 제작 스태프로 영역을 넓혔다는 데서 적잖은 의미를 가진다. 배우와는 달리 뮤지컬 제작 인력은 아직 공식적인 양성 경로가 없기 때문. 정작 유희성 자신은 “워낙 이 바닥에서 오래 활동해 왔기 때문에 연출가로 데뷔한다는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기자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만 푹 빠지면 되지만 연출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 골치가 아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며 느끼는 성취감이 크다는 것이 연출자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60여 편의 뮤지컬 무대에 서 온 유희성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고종 역을 맡았던 ‘명성황후’를 꼽는다. “‘명성황후’로 두 번 뉴욕 공연을 갔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가 저에 대해 ‘독특한 감성과 파워를 가진 가수’라는 호평을 해주었어요. 아마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배우들과는 좀 다른 점이 있었나봐요. 제가 항상 추구하는 ‘한국적인 뮤지컬 배우’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원작에 체코 작곡가인 데니악 바르탁이 음악을, 그리고 일본의 스태프들이 무대미술과 조명을 맡은 국제적인 창작뮤지컬이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하게 부각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또 르네상스풍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유럽 작곡가에게 청탁을 했지요.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가지고 있는 서정적인 러브스토리의 느낌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자부합니다.”
유희성은 이번 작품에 이어 ‘슈퍼스타 예수 그리스도’와 ‘뜬쇠’를 연출할 예정. “하지만 아직 저는 연출가보다는 배우의 입장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제 소개를 하게 되면 저절로 ‘뮤지컬 배우 유희성입니다’ 하고 말이 나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