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뺨치는 가짜그림 “야! 예술이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1/07/200501070500041_1.jpg)
서화(書畵) 감정전문가 이동천 박사(랴오닝성박물관 객좌연구원, 선양공업학원 외적교수)는 옛 말을 빌려 서화가 경제적 가치가 있는 그날부터 위조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남조 효무제(454~464)가 유명 작가의 법서를 편집하려 했으나 경성과 인근 선비들이 헌납한 글씨 중 진품과 위조품이 섞여 있어 혼란을 겪었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에 이미 빗물로 종이를 염색하고, 인위적으로 손상해 마치 오래된 서신처럼 만든 뒤 진위를 분별할 수 없도록 진품과 섞는 작업이 유행할 만큼 위조의 뿌리는 깊다. “최근 중국에서 투기 목적의 서화수집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르죠. 공방에서 만든 위작(僞作)들이 경매를 통해 유통되고 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여겨 위작만 수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이동천).
중국 서화 위조의 지역별 특성도 감상
이처럼 진짜 같은 가짜와 가짜 같은 진짜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이색전시가 열린다. 7월14일부터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마련하는 ‘명작과 가짜명작전’에 랴오닝성박물관이 소장한 중국 명·청 근대기의 진품들과 이를 토대로 만든 위작이 나란히 걸린다. 전시작은 구영(기사 중 이름은 우리에게 친숙한 한자음을 그대로 표기했음)의 ‘적벽도’, 석도의 ‘고목수음도’ 등 중국의 국보급 서화 2점을 포함해 명(明)과 청(淸)나라, 근대기 중국회화의 거장들이 남긴 작품 40점과 위작 40점 등 총 80점이다. 참고로 중국 선양에 있는 랴오닝성박물관은 베이징의 고궁박물관, 난징박물관과 함께 중국 3대 국립박물관으로 꼽히며 중국서화 감정계의 대부인 양인개(楊仁愷, 87) 선생이 명예관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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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모본(摹本)은 원화 위에 초를 입혀 투명한 경화지를 대고 이를 창문 구멍에 고정한 다음 필선으로 윤곽을 그리고 먹으로 채워 그리는 방식이다. 주로 손상되기 쉬운 원화의 복제품을 만들어 보관하는 데 이용했다. 다음으로 임본(臨本). 중국에서는 “임이란 고첩(古帖) 옆에 종이를 놓고 그 형세를 보고 배우는 것으로 마치 연못을 바라본다는 임(臨)이다”고 설명한다. 분명 모본과는 역할이 달라 유명 서화가의 작품을 학습하는 데 널리 이용했다.
끝으로 방본(倣本)은 위조자들이 흔히 작가나 유파의 예술풍격(藝術風格)과 창작방식을 숙련한 후 자신의 예술적 구상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모본·임본과 구분한다. 방본 중에는 진품에 버금가는 예술성을 지닌 게 많아 감정하기가 까다롭다. 일종의 서화 학습방식으로 권장한 모본·임본·방본과 달리 상업적 거래의 목적으로 위조한 것은 ‘조본’(造本)이라고 한다. 아직 서화감정학이 학문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한국에서 이번 ‘명작과 가짜명작전’은 중국서화의 위조방식에서 지역별 특징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7월14일~8월26일에 예술의전당 미술관 1전시실에 전시하며 날마다 오전 11시와 2시에는 전문가가 직접 설명도 한다. 또 ‘중국서화의 진위 감정을 말한다’는 주제로 7월14일 오후 2시 양인개 선생과 7월21일 같은 시각 이동천 박사의 특강이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