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초와 황톳길이 어우러진 경기 가평군 청리움 약초원. 청리움 제공
오행 기운 느껴지는 약초밭
풍수에서 오행은 땅 기운을 살피는 절대적 기준이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학자 곽박(276~324)은 저서 ‘장경’에서 “장사를 지낸다는 것은 땅의 생기(生氣)를 얻는 것이며, (생기란) 오행의 기가 땅속에서 흐르는 것(葬者乘生氣也 五氣行乎地中)”이라고 했다. 이 대목은 지금까지도 풍수의 불문율이자 금과옥조로 평가된다.문제는 ‘오행의 기’라는 게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수 없는 무형의 에너지라는 점이다.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보니 어떤 이는 오행 기운을 방위와 연결해 동쪽은 목 기운, 남쪽은 화 기운, 서쪽은 금 기운, 북쪽은 수 기운, 중앙은 토 기운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이는 오행 기운을 색깔에 비유해 푸른색은 목 기운, 붉은색은 화 기운, 흰색은 금 기운, 검은색은 수 기운, 노란색은 토 기운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처럼 방위나 색을 사용하면 오행 기운이 뚜렷이 구분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오행 각각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청리움 약초원은 이런 오행 기운을 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먼저 작약, 시호, 천궁, 우슬, 쇠비름 등 목성(木性)이 왕성한 약초가 모여 있는 ‘목 구역’에서는 움츠려 있던 것이 수직으로 펼쳐지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봄철에 새싹이 피어나는 것과 같다. 이 기운을 느끼려면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한 상태에서 잠시 서 있거나 천천히 걸으면 된다. 자신이 목 기운과 교감한다는 생각을 갖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 위쪽으로 무엇인가 스프링처럼 휘감아 오르는 듯하거나 손이 저릿저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람마다 감각하는 지점이 다를 수 있는데 그것을 기억해두면 된다. 모두 목 기운의 생명력에 우리 몸이 반응하는 신체적 기감(氣感) 현상인 것이다.

청리움 약초원에서는 국내 자생 산약초 150여 종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청리움 제공
태어난 계절 따라 도움 되는 약초 달라
이처럼 목성이 강한 약초가 모여 있는 곳에서 한번 목 기운을 느끼고 나면 나중에 다른 지역이나 환경에서 목 기운을 만났을 때 몸에서 자연스러운 반응이 일어난다. 이른바 동기감응(同氣感應: 같은 기운은 서로 감응함) 원리다. 이는 풍수학을 대학 강단으로 이끈 고(故) 최창조 서울대 교수가 주장한 ‘지기(地氣) 감지(感知)’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는 풍수에서 기본은 땅과의 대화이며, 지기(地氣)를 감지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약초원 내 ‘화 구역’에 들어서면 또 다른 감각이 전해진다. 후각이나 미각이 발달한 사람의 경우 고삼, 익모초, 구절초 등 화성(火性)이 강한 약초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잔잔한 쓴맛을 느끼기도 한다. 신체적 감각으로는 햇볕에 달궈진 지면에서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며 생기는 아지랑이 현상처럼 어떤 기운이 머리 위로 넓게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민감한 감각 기관 중 하나인 손에서 모세혈관 흐름이 느껴지는 현상도 생길 수 있다.
약초원 내 다른 구역에서도 각각 독특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토 구역’에서는 머리 위가 지긋이 눌려 평평해지는 듯하거나 철모를 뒤집어쓴 듯한 기운을 느낄 수 있고, ‘금 구역’에서는 얼굴 하단으로 조이는 듯한 감각을, ‘수 구역’에서는 기둥이 척추를 따라 머리 위까지 수직으로 곧추서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오행 기운이 서로 다른 속성을 갖고 있으며, 인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청리움 약초원에서는 태어난 계절별로 오행에 맞는 약초도 소개한다. 봄에 태어난 사람은 목체질, 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화체질, 가을에 태어난 사람은 금체질,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수체질로 분류한다. 이들이 자기 체질에 맞는 약초밭 기운을 집중적으로 받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다. 이를 테면 4월에 태어난 봄체질은 약초원에서 목 구역의 약초 기운을 집중적으로 받으면 좋다는 것이다(청리움 약초원 공식 블로그 참조).
이는 최근 출간된 ‘5계절5체질 생명 법칙’의 저자 김봉규 씨가 백두산 선인(仙人)들로부터 전수받은 내용과도 유사하다. 김 씨에 따르면 1년을 24절기로 구분한 역법(曆法)을 기준으로 태어난 날이 입춘(2월 4일 전후)~입하(5월 5일 전후)에 해당하면 봄체질(목체질)이다. 입하~하지(6월 20일 전후)는 여름체질(화체질), 하지~입추(8월 8일 전후)는 늦여름체질(토체질), 입추~입동(11월 8일 전후)은 가을체질(금체질), 입동~입춘은 겨울체질(수체질)로 분류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체질을 분류하는 것보다 좀 더 오행 기운에 충실한 분류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하지에서 입추 사이에 태어난 늦여름체질은 토 기운이 가장 필요하니 약초원 방문 시 토 구역을 집중적으로 이용하면 좋다.

서울 관악산 연주대. 불꽃 모양이라 화산(火山)으로 분류된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사람 몸은 정밀한 기 측정 도구
이 같은 5행 기운은 운을 부르는 기(氣) 풍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서울 근교 최고 기도 효험처로 소개된 후 등산객이 부쩍 늘어났다는 관악산을 예로 들어보자. 멀리서 보이는 관악산은 흔히 불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화형산(火形山)으로 불린다. 또 12개 암봉으로 이뤄진 관악산 연주대가 벼슬아치가 쓰는 관모나 닭 벼슬을 닮았다고 해서 높은 벼슬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또는 주로 암반으로 이뤄져 있어 금 기운이 강한 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나의 산을 이처럼 여러 갈래로 풀이하는 것은 밖으로 드러난 모습이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때문이다.그런데 관악산 정상 연주대를 오행 약초원에서 느낀 감각으로 해석하면 목 기운이 강한 산으로 보인다. 예부터 목 기운은 봄에 솟구치는 생명력처럼 성장과 확장성을 의미하며 신분 상승, 학문 성취, 성공운 등과 관계 깊은 기운으로 해석돼왔다. 관악산 연주대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얘기가 아주 빈말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이곳은 봄에 태어난 목체질, 그리고 목과 상생하는 겨울체질과 여름체질이 찾을 경우 다른 체질보다 더 빠르게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이와 달리 봄과 상극되는 늦여름체질(목극토 원리)이나 가을체질(금극목 원리)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풍수에서 산 형상이나 형세보다 그 자체가 가진 고유 기운을 살피는 것을 ‘기 풍수’ 혹은 ‘기감 풍수’라고 한다. 말 그대로 자연 상태 기운을 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구별해내는 것이다. 사람 몸이야말로 가장 정밀한 기 측정 도구라는 사실을 약초원에서 오행의 기를 체험하며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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