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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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스타, 8년 만에 ‘짠해’ 리메이크로 컴백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9-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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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스타가 8년 만에 2015년 발매된 ‘짠해’를 리메이크해 발표했다. [유튜브 ‘차오루’ 채널 영상 캡처, 피에스타 제공]

    피에스타가 8년 만에 2015년 발매된 ‘짠해’를 리메이크해 발표했다. [유튜브 ‘차오루’ 채널 영상 캡처, 피에스타 제공]

    피에스타(Fiestar)가 8년 만에 내놓은 신곡이다. 재결합을 선언하고 2015년 발매된 ‘짠해’를 리메이크해 발표한 것이다. 당시 기획을 주도했던 고(故) 신사동호랭이의 곡이기도 하다. 재결합을 주도한 멤버 차오루는 곡 저작권을 구매하고 기존 기획사와 상표권 협의, 프로듀서 접촉 등 다방면에서 꼼꼼하게 활동을 준비한 모양이다. ‘짠해’는 당대 히트곡으로 꼽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팬들을 중심으로 은근히 꾸준하게 사랑받은 곡이다. 보아, 스테이씨, 청하 등과 작업한 Prime Time이 새롭게 프로듀싱했다.

    ‘짠해 2024 Ver.’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뮤직비디오와 안무다. 남성적 시선의 페티시즘을 곳곳에 심어놓고 안무에서 하체를 지나치게 부각하던, 그리고 하체 강조를 1㎜라도 놓치기 아깝다는 양 집요하게 카메라가 들어가던 원곡과는 상당히 결을 달리한다. 팔과 얼굴을 중심으로 부드럽고 감성적인 표현을 적극 시도하는 안무는 곡의 서글픈 정조를 훨씬 우아하고 적절하게 살려낸다.

    음악적으로는 쾅쾅 울리며 찍어 누르던 비트를 UK 개라지(Garage) 스타일로 대체했다. 최근 K팝의 비트 패턴이 다양화되고 오밀조밀해지는 트렌드에 맞춘 인상도 있고, 물처럼 흐르는 공간을 연출해 곡의 감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경보음처럼 울리던 신스 테마는 좀 더 밝고 또렷한 사운드로 만들어졌다. 이것이 다른 소리들을 다소 가리는 효과가 생기는데, 그래서인지 뭉근하게 들어가는 피아노와 기타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간결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비트와 함께 귓전에 튀어나올 듯하던 보컬 역시 상대적으로 반 발짝 정도 뒤로 물러나서 들린다.

    원곡에서 확실하게 방점이 찍히던 ‘너 정말 짠해’의 훅(hook)은 그래서 다소 누그러든다. 훨씬 부드러워진 보컬 연출도 이에 한몫한다. 구슬픔을 듬뿍 담은 멜로디는 당시로서도 다소 고풍스럽게 느껴진 데가 없지 않았는데, 새 버전은 그 감정의 온도를 살짝 덜어냈다. 은근한 비애나 낭만적 여유, 또는 당당한 공격성 등으로 갈라볼 수 있는 최근 K팝 감성 트렌드에 비춰 이질감 적게 ‘틈새’를 차지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 대신 사운드에 잘 묻어나는 부드러운 발성, 특히 혜미와 린지를 주축으로 구성된 후렴이 이들 음색의 매력에 분명히 귀 기울이게 한다. 특히 흥행 ‘한 방’을 위해 섹시 코드를 선택하며 손쉽게 누락되고는 하던 것들을 새롭게 비추고 있어 더 반갑다.

    기존 곡에 아티스트 새로운 시선 담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곡이다. 아이돌은 인형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새삼스러운 사실이 대표적이다. 이 곡은 작품을 ‘대상’으로, 아티스트를 ‘주체’로 바라볼 분명한 방증이 된다. 같은 작품이라도 아티스트는 이를 스스로 판단하고,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2015년 ‘짠해’가 히트를 노렸으나 제한적 성과를 낸 작품이었다면, 2024년 ‘짠해’는 피에스타라는 인적 구성의 더 많은 가능성, 팬들과의 소중한 기억을 담는 작품이 됐으니 말이다. 또한 K팝 음악에 대한 시선도 새롭게 한다. 같은 곡이라도 전혀 다른 맥락과 시도가 있다면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그리하여 하나의 곡에 다층적 판단과 고찰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 역시도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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