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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리구리아(Liguria) 주는 해산물 요리와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하다. 지중해를 따라 좁고 긴 반원형의 지형을 형성한 이곳은 항구도시 제노바와 휴양지 친퀘테레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시대 리구리아는 대리석과 와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카라라산에서 캔 대리석은 피렌체 두오모와 다비드상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고, 콜리 디 루니(Colli di Luni · 루니 언덕) 지역에서 만든 와인은 팔마(Palma)로 불리며 로마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루니 항구는 대리석과 와인을 싣고 로마로 향하는 배로 북적였다. 항구는 모래가 유입돼 10세기부터 그 기능을 상실했지만, 콜리 디 루니 지역은 지금도 리구리아 와인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라 바이아 델 솔레(La Baia del Sole)는 루니 항구가 있던 자리에 설립된 와이너리다. ‘태양이 비치는 만’이라는 뜻처럼, 이곳 포도는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 속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다. 라 바이아 델 솔레의 와인 가운데 오로 디제(Oro d’Isee), 우리말로 ‘이제의 황금’이라는 뜻의 화이트 와인이 있다. 이제는 라 바이아 델 솔레를 운영하는 페데리치(Federici) 가족의 고조할아버지 이름이다. 고조할아버지는 제일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따로 깊숙이 보관했다 특별한 날에 가족과 마셨다고 한다. 고조할아버지의 이런 마음을 이어받고 그를 기리고자 만든 와인이 오로 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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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티콜라(Sarticola)는 라 바이아 델 솔레가 만드는 최고급 베르멘티노 와인이다. 사르티콜라를 생산하는 밭은 해발 330m에 위치한다. 고지대에서 강한 햇빛을 받고 자란 베르멘티노로 만들어 사르티콜라는 훨씬 더 묵직하고 질감이 촘촘하다. 열대과일향이 달고 진하며, 꽃향과 미네랄향은 와인에 복합미를 더한다. 해산물과도 잘 어울리지만 닭고기나 돼지고기에 곁들여도 좋은 와인이다.
라 바이아 델 솔레는 최근 상복이 터졌다. 오로 디제는 대전에서 열린 2017년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금상을, 사르티콜라는 2016년 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페데리치 가문의 와인에 대한 열정, 인내, 경험이 빛을 발한 것이다.
어느덧 10월 말이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 오로 디제와 사르티콜라를 챙겨 대하구이를 먹으러 나서야겠다. 와인에서 느껴지는 지중해의 햇살과 바람이 서해안의 붉은 노을과도 근사한 마리아주(mariage)를 이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