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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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의 구구절절

저주받은 걸작을 위한 변명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 ’

  • 채널A 문화과학부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17-10-24 0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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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35년 만의 속편이다. 1982년 작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최근 개봉했다. 전편이 2019년을 배경으로 했고, 속편 배경은 2049년이다. 평단의 호평에도(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평점 기준 10점 만점에 8점대) 관객 반응은 싸늘하다. 이유가 뭘까. 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 분), 그리고 전편의 주인공이자 속편에도 출연한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 분)와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새 영화를 위한 변명을 말해본다.

    두 분 반갑습니다. 이번 새 영화 ‘때깔’이 좋아요.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고 하는데, 전편 팬들은 꽤 만족해하는 분위기입니다.
    K_ 감독이 워낙 ‘블레이드 러너’ 팬이라 전편의 세계관을 속편에 연결하는 데 공을 들였어요. 제작자가 전편 감독인 리들리 스콧이기도 하고요. 현재 흥행 성적은 아쉽죠. 제작비(1억5000만 달러 · 약 1697억 원) 회수가 걱정이에요.
    데커드_ 그래도 이번 영화는 평단 반응이 좋잖아요. 전편은 개봉 당시 평단 반응도 최악이었어요. 오죽하면 나중에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했겠어요. 

    잘 만든 영화가 외면받는 이유는 뭘까요.
    K_ 아무래도 좀 어려우니까. 163분이라는 상영시간도 만만치 않고요. ‘선행학습이 필요한 영화’라는 말이 있더군요.
    데커드_ ‘인간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진부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진 듯해요. 우리 영화 이후 많은 SF영화가 비슷한 질문을 이어오긴 했죠. 어쩌면 30여 년 전 했던 철학적 고민에서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어요.
    K_ 아뇨, 그랬다면 더 망했을지도 몰라요.

    주인공 K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복제인간)를 쫓는 특수 경찰, 곧 블레이드 러너지만 동시에 복제인간입니다.
    K_ 저는 타이렐사가 제조한 신형 모델 복제인간이에요. 반란을 꾀하는 구형 모델을 제거하는 일을 하다 복제인간 유골에서 출산 흔적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지죠. 복제인간이 생식(生殖)을 통해 태어날 수 있다면 영혼도 있지 않을까…. 복제인간이 이처럼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데커드_ 쩝. 인간이건, 복제인간이건 이놈의 자의식이 문제예요.  

    데커드 씨는 30여 년 만에 뵙는데 세월이 느껴지더군요. 전편부터 데커드 씨가 인간인지 복제인간인지 계속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까.
    데커드_ 노화는 무척 인간적인 현상인데, 영화에는 제가 복제인간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대사도 꽤 많습니다. 보시는 분의 해석이 중요한 거죠. 좋은 영화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전편에 비해 여성 출연자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인간 여성과 복제인간 여성은 물론, 인공지능(AI) 홀로그램 여성도 등장하고요.
    K_ 네, 연인 조이가 홀로그램 AI이고 인간 상사, 복제인간 악당… 뭐 이런 식이죠. 여성 비중이 높은 건 요새 할리우드의 흐름 같아요.

    ▼그나저나 속편이 또 제작될 수 있을까요.  
    K_ 글쎄요. 내용상으로는 가능성이 충분한데 말이죠. 이번 흥행 성적이 참….
    데커드_ 저는 분명 또 나올 거라고 믿어요. 전편 개봉 때는 이보다 더 심했다니까요. K, 힘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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