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디스테이션, 판씨네마]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웨딩 플래닝 업체를 운영하는 중년의 맥스(장피에르 바크리 분). 그는 행복을 다루는 직업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창의적 능력으로 가격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클라이언트와 자기 마음 같지 않은 직원 때문에 그는 늘 피로하다. 결혼 생활은 권태롭고, 이혼을 기다리던 애인은 떠나려 한다.17세기 고성에서 벌어지는 결혼 피로연은 맥스의 인생을 보여주는 축소판 같다. 다툼을 일삼는 매니저와 밴드의 보컬, 염불(촬영)보단 잿밥(음식) 챙기기에 바쁜 사진사, 신부에게 집적대는 처남이자 아르바이트생까지…. 일손이 모자란 와중에 실수와 사고가 연달아 벌어지고 맥스는 결국 폭발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이별을 통보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맥스와 주변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황당무계한 사고, 마법 같은 해결 과정이다. 얽히고설키며 도통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사건이 마지막엔 우연치 않은 행운과 반전으로 술술 해결된다. 모든 걸 망쳤다고 생각한 순간, 정전으로 어둠에 휩싸인 피로연장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까칠하던 신랑은 맥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냉담했던 애인의 마음도 다시 얻는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인 인생의 특징을 잘 담아냈다. 맥스 또래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관객이라면 프랑스 식 코미디가 주는 웃음과 함께 적잖은 위로를 받을지도. 결국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나고 보면 행복했던 추억도 남으리라.
논리적인 결론은 단 하나, ‘직진’
‘세라비, 이것이 인생!’이 인생의 본질을 낙관하는 영화라면, 다코타 패닝이 자폐증 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는 ‘스탠바이, 웬디’는 인생의 태도에 대한 영화다.자폐증으로 언니와 떨어져 재활시설에서 지내는 웬디. 누군가와 3초 이상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힘들고 간혹 감정 조절을 못 해 늘 “스탠바이(stand by)하라”는 말을 듣지만, 영화 ‘스타트렉’만큼은 달달 꿰는 ‘덕후’다.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전 광고를 본 웬디는400쪽 넘는 각본을 쓰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영화사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길을 떠난다.
예상대로 웬디의 여정은 험난하다. 어렵게 탄 버스에서 쫓겨나고, 몇 푼 안 되는 돈과 아이팟을 도둑맞으며, 급기야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다. 물론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에 여정은 마법처럼 계속된다.
‘스타트렉’ 덕질 경험도 도움이 된다. ‘스타트렉’ 속 외계어(클링온어)를 사용하는 경찰을 만나 도움을 받는가 하면, 지구인과 외계인의 경계에 있는 스팍과 커크 선장의 관계를 통해 자신과 언니의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동화 같은 해결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아쉬운 점. 인생의 막다른 길에 이르거나 늘 ‘스탠바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공감할 보편성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미지의 세계는 정복해야 하지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다” “논리적인 결론은 단 하나, 전진이다” 같은 웬디의 대사가 곱씹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