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비코 안티노리. [사진 제공 · 나라셀라㈜]
1943년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로도비코는 학업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한동안 안티노리 와인의 수입을 담당했다. 재주가 많고 모험심도 강한 그에게 단순한 판매 업무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평소 사진을 좋아했던 그는 동남아시아로 가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로도비코가 고향인 토스카나로 돌아온 것은 1980년대 초였다. 삼촌이 만든 사시카이아(Sassicaia)가 세계적으로 호평받자 로도비코는 그에 못지않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의욕에 불탔다. 안티노리 운영은 형 피에로(Piero)에게 맡겨둔 채 그는 도전의 길을 선택했고, 오르넬라이아와 마세토를 세상에 내놓았다. 오르넬라이아는 50만 원대, 마세토는 100만 원대를 호가한다. 하지만 모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2년 그는 오르넬라이아와 마세토를 매각하고 또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테누타 디 비세르노의 대표 와인에 속하는 비세르노, 실크처럼 매끈한 질감이 매력적인 일 피노 디 비세르노, 가장 저렴하지만 맛에서는 명품 와인 못지않은 정교함이 느껴지는 인솔리오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나라셀라㈜]
테누타 디 비세르노의 대표 와인은 비세르노다. 이 와인은 고도가 높고 서늘한 곳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며 28개월의 긴 숙성 기간을 거친 뒤 출시된다. 맛을 보면 잘 익은 과일향, 매콤한 향신료향, 적당한 산도, 강건한 보디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힘과 우아함을 모두 갖춘 와인의 표본이다. 제일 좋은 포도로만 만들기 때문에 생산량이 연간 3만 병에 불과하다.
일 피노 디 비세르노(Il Pino di Biserno)는 비세르노 바로 아래 등급 와인으로 연간 8만 병이 생산된다. 비세르노보다 농밀함은 덜하지만 세련미가 느껴지고, 실크처럼 매끈한 질감이 매력적이다. 과일향이 풍부하고 향신료와 꽃향이 그윽해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
인솔리오(Insoglio)는 엔트리급 와인이다. 가장 저렴하지만 맛에서는 명품 와인 못지않은 정교함이 느껴진다. 푸근한 타닌을 기반으로 피어나는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향이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럽다. 다양한 음식과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다.
테누타 디 비세르노 와인들의 공통점은 원숙미다. 토스카나 명장이 만든 와인답게 무한한 깊이와 절제된 힘이 균형을 이룬다. 비세르노 41만 원, 일 피노 디 비세르노 14만 3000원, 인솔리오는 8만 원이며, 전국 와인타임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