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가 자유한국당 유정복 후보를 13.4%p 앞서며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는 인천 제물포고와 행정고시 합격 기수 1년 선후배(유 후보 20회, 박 후보 21회) 사이로 개인적으로는 가깝지만, 최근 유 후보의 시장 재직 시 부채 3조7000억 원 상환 등 시정의 공과(功過)를 두고 ‘과대포장’ ‘흠집 내기’ 등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5월 중순부터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20%p 이상 꾸준히 앞서고 있고, 유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워 본격 추격전에 나섰다.
6·13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간동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6월 4~5일 인천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남춘 후보는 50.0% 지지율을 보여 1위를 달렸고 이어 유정복 후보(36.6%), 바른미래당 문병호 후보(3.7%), 정의당 김응호 후보(2.0%)가 뒤를 이었다(그래프1 참조).
자유한국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뉴시스]
‘인천시장으로서 일을 잘할 것 같은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도 박 후보 45.8%, 유 후보 39.0%로 조사돼 지지율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4명 중 3명은 현 지지후보를 투표일에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후보를 투표일까지 계속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75.7%가 ‘현재 지지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응답했고,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19.3%였다(그래프2 참조).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19~29세(28.8%) 청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30대(23.8%), 40대(15.2%) 순으로 조사돼 선거 막바지에 후보들의 청년층 표심 잡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50대 ‘한국당 심판’ 43.3%, ‘文 경제심판’ 42.2%
선거 전날 열리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요소는 지방선거 표심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평화정착을 위한 남북, 북·미 관계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63.7%가 ‘영향을 미칠 것’(남자 68.2%, 여자 59.2%)이라고 응답했다. 직업별로는 학생(72.3%)과 사무·관리직(70.7%)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높았다.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27.9%(남자 24.5%, 여자 31.4%)로, 자영업자(32.3%)와 전업주부(31.6%)가 상대적으로 적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해치는 자유한국당을 심판해야 한다’(한국당 심판론)는 더불어민주당 측 주장과 ‘최저임금 문제 등 소득주도성장 실패를 책임져야 한다’(문재인 정부 경제심판론)는 자유한국당 측 주장 가운데 더 설득력 있는 것을 묻는 질문에는 과반(51.5%)이 ‘한국당 심판론’이라고 응답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심판론’은 31.3%,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2%였다.
흥미로운 점은 50대(한국당 심판론 43.3%, 경제심판론 42.2%)와 60세 이상(한국당 심판론 36.2%, 경제심판론 32.4%) 연령층에서 응답률이 엇비슷하다는 것. 50대(더불어민주당 48.6%, 자유한국당 24.4%)와 60세 이상(더불어민주당 40.5%, 자유한국당 32.4%) 연령층의 정당 지지율을 감안하면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정부 경제심판론’이 일정 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두 후보의 공약 기조에서도 잘 나타난다. 박 후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따른 유엔평화사무국 유치, ‘동북아 경제중심지 조성’ 같은 현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춘 공약을 내세운 반면, 유 후보는 자유한국당 선거 기조에 맞게 경인전철 지하화와 원도심 부흥, 일자리 50만 개 창출 같은 경제부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 고공행진은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1.2%가 ‘아주 잘하고 있다’, 27.6%가 ‘잘하는 편이다’라고 응답해 ‘잘한다’가 68.8%에 달했다. ‘잘 못 한다’는 응답은 26.7%(‘잘 못 하는 편’ 16.6%, ‘아주 못 한다’ 10.1%)였다. 흥미로운 점은 19~29세 연령층의 평가(‘잘한다’ 60.6%, ‘잘 못 한다’ 37.5%)가 60세 이상(‘잘한다’ 69.3%, ‘잘 못 한다’ 21.1%)보다 박하다는 것.
현직 시장인 유 후보의 시정운영에 대해선 ‘잘한다’는 평가(‘아주 잘하고 있다’ 21.8%, ‘잘하는 편이다’ 27.9%)가 절반가량(49.7%)으로 나타나 유 후보의 지지율(36.6%)을 상회했다. ‘잘 못 한다’는 평가는 34.5%(‘잘 못 하는 편’ 20.0%, ‘아주 못 한다’ 14.5%)였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47.0%로 가장 높았고 △자유한국당(23.6%) △바른미래당(7.6%) △정의당(7.3%) △민주평화당(0.6%) 순이었다. 정당 지지율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더불어민주당(40.5%)이 자유한국당(32.4%)을 앞서는 등 전 연령대에 걸쳐 더불어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미 정상회담 ‘큰 영향’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뉴시스]
한편 차기 인천시교육감 후보 지지율은 △도성훈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장(29.7%) △최순자 전 인하대 총장(22.1%) △고승의 전 덕신고 교장(17.7%) 순이었다. 그러나 ‘기타 후보’와 ‘투표할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30.5%로 나타나 막판 유동층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28.6%)와 유선전화 임의걸기방식(RDD·71.4%)을 병행해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2.4%. 4월 말 현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 지역, 연령별 가중치(셀가중)를 적용했으며,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인천시교육감 선거는 시계 제로
인천시교육감 선거는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는 후보 없이 세 후보가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6월 4일과 5일 실시한 ‘주간동아’ 여론조사에서 도성훈 후보가 29.7%로 앞섰고, 최순자 후보가 22.1%로 뒤를 이었다. 고승의 후보는 17.7%를 기록했다.
도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44.8%)와 40대(41.2%), 50대(33.3%)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에 비해 최 후보는 자유한국당(38.4%)과 바른미래당(30.7%) 지지층이 높은 지지를 보냈고, 연령별로는 30대(29.6%)와 60세 이상(22.0%)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고 후보는 지지 정당이나 연령대에 따라 뚜렷한 지지세 편차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평균 지지율과 비슷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 후보가 투표 일주일 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앞서나가고 있지만 불안한 리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표할 후보가 없거나(12%) 모름, 무응답(18.5%)이 많아 투표 당일에 부동층 표심이 어느 후보로 모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