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매출, 95% 감소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한 편의점에 비치된 아사히맥주 등 일본 맥주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된 지금 편의점에서는 일본 맥주를 찾아보기 힘들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5f/04/22/29/5f042229167ad2738de6.jpg)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한 편의점에 비치된 아사히맥주 등 일본 맥주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된 지금 편의점에서는 일본 맥주를 찾아보기 힘들다. [뉴시스]
2019년 일본 맥주의 전체 수출액은 91억8000만 엔(약 1020억 원). 이 중 43.7%가 한국, 15.7%가 대만으로 수출된 금액이다. 세계 최대 맥주시장인 미국 등으로 수출은 연간 10억 엔으로, 대한국 수출액 대비 4분의 1에 불과했다. 일본 맥주시장 규모가 연간 20조 원이 넘는 것을 고려할 때 일본 맥주는 철저히 내수시장을 지향하면서 한국을 중요 교두보로 삼아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일본 맥주는 한국에서 90% 이상 매출을 잃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5월 아사히맥주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95%나 줄었다.
아사히맥주는 일본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18년 기준 일본 맥주시장 1위는 시장점유율 37.4%를 차지한 아사히맥주다. 기린맥주(34.4%), 산토리맥주(16.0%), 삿포로맥주(11.0%)가 그 뒤를 잇는다. 그런데 이 중 유독 1위 아사히맥주가 절체절명의 시기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맥주시장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뉘어 있다. 맥아 비율 50% 이상인 정통 맥주, 50% 미만인 저가형 ‘발포주’, 그리고 맥아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제3의 맥주’로 불리는 초저가 맥주다. 정통 맥주는 주로 요식업장에서, 발포주와 제3의 맥주는 편의점 및 소매점에서 팔린다.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졌던 4~5월, 발포주와 제3의 맥주는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일본 역시 ‘홈술’ ‘혼술’이 유행하면서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가 및 초저가 맥주를 즐겨 구입한 결과다. 반면 사람들이 식당에 가기를 꺼려해 정통 맥주 매출은 확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일본 맥주업계가 발표한 5월 판매 동향에 따르면 매출 감소세가 산토리맥주 55%(62%), 기린맥주 41%(49%), 삿포로맥주 39%(44%)였다(괄호 안은 4월 매출 감소세). 한편 아사히맥주의 ‘슈퍼드라이’는 35%(52%) 감소했다. 수치상으로는 아사히맥주의 타격이 가장 적은 듯하다. 하지만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정반대다.
도쿄올림픽 불발에 위스키 공습까지
![일본 도쿄 지하철의 출근길 시민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맥주의 음식점 소비가 줄고, 가정 소비가 늘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5f/04/22/27/5f0422270aa6d2738de6.jpg)
일본 도쿄 지하철의 출근길 시민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맥주의 음식점 소비가 줄고, 가정 소비가 늘었다. [뉴시스]
경쟁사인 기린맥주는 고급 라인 비중이 33%에 지나지 않는다(발포주 23%, 제3의 맥주 44%). 요식업 의존도가 아사히맥주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산토리맥주 역시 전체 매출의 68%가 저가 제품에서 나온다. 일본 불매운동 전 국내에서도 꽤 소비된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등 고가 제품의 매출 비중은 32%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독 아사히맥주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아사히맥주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 했다. 올림픽을 통해 고급형 맥주에 더욱 힘을 쏟고, 밀레니얼 세대 및 여성 소비자를 더욱 확대해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개최가 연기된 도쿄올림픽은 내년에 과연 개막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이다.
일본 맥주업계는 맥주 소비가 식당에서 가정으로 옮겨가면서 저가형 맥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일본 맥주회사들은 저가형 제품 개발에 목매달고 있다. 실제 기린맥주, 산토리맥주, 삿포로맥주의 저가 제품 매출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10~30% 늘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은 이익률이 극히 낮다는 한계가 있다.
국내 맥주, 소주도 ‘식당 의존도’ 높아
여기에 더해 일본 맥주시장을 위협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으니, 바로 위스키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위스키에 얼음을 넣어 마셨지만, 요즘은 맥주용 저그(Jug)에 탄산수를 타 마신다. 소주를 베이스로 하이볼을 만든 ‘주하이’ 신제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 모두 맥주처럼 시원하게 마시는 술로, 맥주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공략한다.아사히맥주의 사정을 들여다보니 한국의 맥주 소주시장도 걱정된다. 한국 주류시장 역시 편의점 등 소매점보다 요식업 의존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매출 비중이 요식업 60%, 가정 40%이다. 아사히맥주, 그리고 국내 주류업체가 좀체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의 고비를 어떻게 견뎌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