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으로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미니멀 라이프’가 화두로 떠오른 지는 좀 됐다. 미니멀 라이프는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사물의 본질만 남겨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 및 문화 사조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영향을 받아 2010년대 즈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2012),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2016) 등의 인기에 힘입어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런 미니멀 라이프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정리할 시간이 없어 물건을 쌓아놓고 살던 이들에게 ‘버리기’와 ‘정리’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것이다.
그렇지만 버리기를 결심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곤도 마리에는 물건에 손을 댔을 때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했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서면 그보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찍부터 미니멀 라이프 실천에 나선 선구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성공에 이르렀을까.
‘나만의 버리는 기준’이 우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유튜버 ‘에린남’은 최근 자신의 미니멀 라이프 실천기를 담은 책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를 펴냈다. [에린남]
“처음으로 가볍게 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게 지난해 1월이었어요. 당시 호주에서 살고 있었는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호주에서 마련한 살림들이 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질린 것도 미니멀 라이프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됐어요.”
그가 맨 처음 세운 기준은 ‘안 쓰는 물건’ 버리기였다. 자신의 취향과 무관하게 선물로 받은 물건의 경우 쓰지도 않으면서 몇 년씩 보관해둔 것들도 있었다. 이 기준으로 살림의 3분의 1을 정리한 후 가만히 살펴보니 버리지 못하는 물건에는 2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필요한 것이거나 좋아하는 것. 이후에는 미니멀 라이프로 더 나아가기 위해 좋아하는 것이라도 특별한 용도가 없으면 사진으로 남긴 뒤 물건을 버리는 방식을 택해 살림의 부피를 줄여나갔다.
“남편과 연애할 때 받은 인형이 있었어요. 기념품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갖고 있었는데 몇 년 뒤 오히려 남편이 ‘아직도 안 버렸느냐’고 묻더라고요. 그 말에 버릴 용기를 내게 됐죠.”
꼭 필요한 살림들만 갖추고 살다 보니 38㎡(12평형) 집이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구매한 물건의 최종 종착점이 ‘버리기’라는 점을 떠올리면 필요한 제품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구입을 결정했을 때는 환경에 무해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고르게 된다고 한다.
미니멀 라이프 실천 5년 차, 유튜브 ‘심플TV’를 운영 중인 초아의 주방. 컵을 제외하고 5인 가족에게 필요한 그릇은 딱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심플 tv]
유튜브 ‘심플TV’를 운영하는 초아는 미니멀 라이프 실천 5년 차다. 직업군인인 남편과 8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사를 4번 했다는 그는 잦은 이사와 더불어 집을 고를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신혼집은 20평형대였는데 두 번째 이사한 집은 10평형대였어요. 아이가 태어나 처음보다 살림살이는 더 많았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방 하나를 아예 창고로 만들어 물건들을 보관했어요. 그러다 다시 큰 집으로 이사를 가니 여유가 느껴지더라고요. 그 무렵 도미니크 로로가 쓴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쓸모도 없는 물건을 계속 보관하는 것은 낭비’라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 말이 너무 공감돼 버리기와 비움을 시작했죠.”
일단 쓰레기부터 버렸다. 쓰지도 않으면서 모아둔 쇼핑봉투, 비닐봉지, 아이스팩, 세탁소 옷걸이 등이 그것에 해당했다. 그다음은 고장 난 물건이었다. 그렇게 기준을 세분화해가면서 많은 물건을 정리했고, 지금도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린다’는 마음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 시작 전 육아용품과 생활용품으로 꽉 차 있던 유튜버 ‘그래서젊다’의 거실은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린 후 싱그러운 식물로 채워졌다. [그래서 젊다]
‘미니멀 라이프, 나의 주방 사용법’으로 106만 조회수를 기록 중인 유튜버 ‘그래서 젊다_my minimal’은 2년 전 더는 사용하지 않는 육아용품, 부부가 결혼 전 사용하던 물건들, 자리만 차지하는 가구, 서랍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며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팔 것, 나눔 할 것, 버릴 것을 분류하는 데만 6개월가량 걸렸어요. 저는 버리는 것보다 팔 수 있는 물건들 위주로 먼저 골라냈어요. 그렇게 하니 집은 비워지고 돈은 생기는 선순환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한 달 한 달 하다 보니 쓰지 않는 것들이 계속 보였죠. 그런 과정을 거쳐 남은 것들은 나눔 혹은 버리기 과정을 거쳤고요.”
2년 전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며 늘 부족한 시간과 체력으로 고민하던 그는 미니멀 라이프 실천 후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줄면서 가족의 삶에 더 집중하게 됐고 마음의 여유도 얻게 됐다고 한다.
나도, 환경도 행복해지는 법
이렇게 3인의 경험을 토대로 버리기 기준을 정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버릴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유튜버 초아는 “처음에는 제일 큰 종량제봉투에 담아 다 버렸다. 그러다 환경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재활용, 올바른 분리배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재활용 여부를 잘 모를 때는 분리배출 정보가 상세히 담겨 있는 앱(애플리케이션)을 보며 공부했다. 아이스팩의 경우 내용물을 모두 버린 상태에서 분리배출을 해야 하는데, 간혹 재활용이 안 되는 아이스팩도 있다. 그런 제품은 아이스팩을 많이 사용하는 동네 정육점에 가져다주면 무척 감사해한다”며 그 나름의 노하우를 알려줬다.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량은 늘릴 목적으로 쓰레기종량제와 재활용품 분리수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종이(폐지)는 새 종이·노트로, 금속캔과 고철류는 철근·강판·재활용캔으로, 페트병은 부직포·옷으로, 우유팩과 종이컵은 두루마리 휴지·미용티슈로, 빈 병은 유리병·식기·유리블록으로, 플라스틱은 사출제품으로, 음식물쓰레기는 사료·퇴비·바이오가스 연료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재질별 분류수거함이나 별도의 전용수거함이 있을 때는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재질이 섞여 있거나 제품 자체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판단이 안 되는 경우다. 언뜻 종이로 생각하기 쉽지만 감열지(영수증)나 금·은박지, 천연재료 벽지, 부직포, 플라스틱 합성지는 다른 재질과 종이가 혼합 구성됐거나 종이가 아니므로 종량제봉투에 넣어 배출해야 한다. 거울, 전구, 깨진 유리, 도자기, 내열식기, 유리뚜껑, 크리스털 유리제품도 병에 해당하지 않는다. 깨진 유리는 신문지 등에 싼 뒤 종량제봉투에 넣어 배출해야 하고, 나머지 제품들은 특수규격마대 또는 대형폐기물 처리 등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조례에 따라 배출해야 한다. 플라스틱 이외의 재질이 부착된 완구·문구류, 옷걸이, 칫솔, 파일철, 전화기, 낚싯대, 유모차·보행기, CD·DVD 등도 플라스틱 용기류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종량제봉투, 특수규격마대 또는 대형폐기물 처리 등 지자체 조례에 따라 배출한다.
버리고자 하는 물건이 무엇에 해당하는지 알고 싶을 때는 환경부의 ‘재활용품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이나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이 공동 제작한 ‘내 손 안의 분리배출’ 앱을 참고하면 된다. ‘내 손 안의 분리배출’ 앱은 기본적인 분리배출 요령은 물론, 품목 검색 등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Q&A를 통해서도 빠른 시간 내 답변을 해준다.
삶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버리기. 기왕이면 제대로 버려 나도, 환경도 행복해지자.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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