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대극원의 미래지향적 내부 모습.
하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여행의 주된 목적은 어디까지나 ‘공연’과 ‘공연장’에 있었으니까.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전 자투리 시간에도 필자와 일행은 다른 관광지들을 제쳐두고 ‘국가대극원(National Centre for the Performing Arts·NCPA)’을 다시 방문했다. 첫날 공연을 봤을 때는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극장 구경’을 위해서였다. 참고로 공연이 없는 낮 시간대에 국가대극원을 둘러보려면 ‘방문 티켓’을 사야 한다. 가격은 40위안(약 7500원).
국가대극원은 건물 자체부터 대단한 볼거리다. 단일 문화공간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이 복합공연장은 중국 정부가 2008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 추진한 공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1년 착공, 2007년 개관했다. 설계는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가 담당했으며, 약 2만 개 티타늄 패널과 1200개 유리판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새알 모양의 건물이 인공호수 위에 떠 있는 형상이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준다.
본 건물로 진입하려면 일단 길고 널찍한 반지하 통로를 지나야 한다. 통로 천장은 유리로 돼 있고 그 위에 호수가 있기 때문에 낮에는 호수에 산란된 햇빛이 바닥에 그려내는 다채로운 물결무늬 그림자를 볼 수 있다. 그것이 통로 곳곳에 서 있는 다양한 조각품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환상적 분위기는 방문객으로 하여금 아주 특별한 공간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오페라 ‘아이다’에 사용된 배 모양 세트.
특히 건물 도처에 배치된 여러 전시공간은 지금 중국 클래식 시장이 얼마나 뜨겁고 힘차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메인 로비 왼쪽 기념품점 근처에서 거대한 위용을 뽐내는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전시관으로, 실제 공연에 사용했던 배 모양 세트 안에 관련 의상과 소품이 진열돼 있다. 그 밖에도 오페라 극장 5층, 진입 통로 한쪽에 마련된 전시관 등 곳곳에서 역대 프로덕션과 관련된 풍부한 전시품과 그동안 국가대극원 무대에 섰던 세계적인 연주가들에 관한 자료 등을 만날 수 있었다.
국가대극원에 머무는 동안 만감이 교차했다. 그 자존심 강한 중국인들이 ‘서양의 고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고, 최근 들어 답보도 모자라 퇴보 기미까지 보이는 우리나라 공연계의 현실을 돌아봤다. 한편으론 부러웠고, 한편으론 자괴감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