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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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예대마진 돈벌이 정부 묵인·방조하는 까닭

‘은행이 흔들리면 안 된다’가 관치금융 불러…비호와 협조 속에 시장 경쟁 실종

  •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joy2122@daum.net

    입력2015-09-14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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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의 예대마진 돈벌이 정부 묵인·방조하는 까닭

    국내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내려도 대출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다른 금리 변수를 추가해 수익을 확보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경제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대책의 일환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같은 이유에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인하해왔다(그래프 참조).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기준금리만큼 대출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기준금리 이외 다른 금리 변수를 추가하는 것으로 금리인하를 최대한 억제해 수익을 확보해왔다. 국내 은행들이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으로 돈벌이를 한다며 오랫동안 비판받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산업은 정부의 육성산업?

    은행 대출금리는 크게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나뉜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그만큼 대출금리도 하락한다. 대출금리의 구성을 기준금리(A)+가산금리(B)=실질금리(C)라고 한다면, A가 1.25% 하락했을 경우 C도 당연히 하락해야 하는데, 은행 대출금리는 그런 식으로 변화해오지 않았다.

    이는 최근 2년 동안 주택담보대출 공시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기간은 특히 그 어느 때보다 금융소비자들의 대출이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했다. 최근 2년간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과거 2년 동안 기준금리는 1.25% 하락했지만, 은행들은 한결같이 기준금리를 그보다 덜 낮추고 가산금리는 오히려 올려 수익을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 기준금리를 1.25%가 아닌 0.6% 내외로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이에 대해 가산금리는 점포운영비, 인건비, 예금보험료 등 각종 비용을 산정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변동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다.

    D은행의 최근 기준금리 인하율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적용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 인하하자 D은행은 기준금리를 1.11% 내리면서 가산금리는 0.53% 높여 수익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참조). 이 때문에 기준금리가 1.25% 하락했음에도 실질 금리인하 효과는 0.57%에 그친 것이다. 대출이자를 내는 대출자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혜택을 100% 누리지 못하고 약 48%의 혜택만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대출자들은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대출금리에 이런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렇게 불합리한 금리체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은행의 수익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지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금융산업을 아직도 정부의 육성산업이라고 보는 인식이 금융당국에 깔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은행을 금융산업의 중심으로 보고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발전 및 정책에 집중하는 금융당국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이 흔들리면 안 된다’며 정책 핵심에 은행을 두고, 금융위원회의 은행 관련 보직을 핵심 자리로 인식해온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며 국내외 자금조달 기능이 약화됐고, 금융당국은 금융사로서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은행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하는 상황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은 은행의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어느 정도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수준에서 은행들의 행위를 묵인, 방조하며 협조하는 셈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해 금융당국은 한사코 부인하겠지만 말이다.

    은행의 예대마진 돈벌이 정부 묵인·방조하는 까닭
    은행들의 수익구조 묵인하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은행을 통해 관치금융을 하면서 은행으로부터 각종 현안에 대한 협조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금융체계를 선호해왔다. 금융당국은 금융당국대로 각종 기금의 추렴이나 정책 수행의 협조 파트너로 은행을 활용했고, 은행들은 관치구조 하에서 당국의 협조, 묵인, 비호를 받으며 보호 산업으로서 충분히 이익을 누려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당국은 감독과 감시를 소홀히 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1100조 원이 넘는 시대에는 금리가 0.5%만 올라도 대출해준 금융사는 5.5조 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남길 수 있고, 금리체계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여부에 따라 국민의 부담이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냥 방치할 문제는 아니다. 현재까지 국내 은행산업이 불완전한 경쟁구조 속에서 주로 이자와 수수료 수입으로 생존해왔다는 점을 보면, 앞으로 금융산업 개혁 차원에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큰 걸림돌이 된 현 시점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산금리와 기준금리 운용체계를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관치금융적 관점으로 금융시장을 들여다보기보다,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시장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은행 대출 이용자라면 대출이자에 대한 가산금리와 기준금리를 주기적으로 살피고, 은행의 이자 부과에 대한 이율 변화 요인을 이해하면서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재테크 실력을 키움과 동시에 현명한 노후대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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