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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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사람에 취한 제주도의 밤

‘제트페스트’ 페스티벌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3-10-28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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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에 사람에 취한 제주도의 밤

    ‘2013 제트페스트’ 페스티벌 포스터.

    한국 공연시장은 사실상 수도권만을 대상으로 한다. 인구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고, 그에 따라 인프라도 집중돼 있다. 최근 10여 년간 공연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티켓 판매량 또한 늘었지만 아직 지방에서 유료 공연을 기획한다는 건 리스크가 크다. 이문세, 조용필 등 막강한 티켓 파워를 지녔거나 예능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은 가수만이 대규모 전국 투어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에 비해 객석 수가 절반 이하인 공연장에서, 그것도 부산 같은 주요 도시에서나 공연할 수 있다. 그래서 지방 음악축제는 유료가 아닌 무료로 진행하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나 기업으로부터 개런티를 받고 치르는 ‘행사’였다는 얘기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만들어낸 씁쓸한 특성이다.

    10월 18일과 19일 이러한 관행을 깨려는 시도가 제주에서 있었다. 이름 하여 제트페스트(Jet Fest)’ 페스티벌. 인구 60만 명이 사는 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그 나름대로는 대형 페스티벌이다. 이틀간 유료 관객 2000명이 행사장을 찾아 YB, 장필순, 언니네 이발관, 빈지노 등 20여 팀의 공연을 즐겼다. 뮤지션들 역시 제주 공연은 처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육지’의 여느 페스티벌과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먼저 꽤 오랫동안 사전 준비 작업을 했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음악계에 종사 중인 사람들로 구성된 ‘제주 바람’은 지난해 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겟 인 제주’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여행과 공연을 결합해 낮에는 관광지가 아닌 여행지로서의 제주를 탐방하고 밤에는 공연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서울 관객 50여 명이 이 매력적인 패키지를 구매했다. 한 번 제주의 자연과 음악을 맛본 이들은 겟 인 제주의 팬이 됐다. 매달 찾는 이들이 생겼을 정도다.

    주최 측에서도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제트페스트 역시 그러한 경험을 살려 기획할 수 있었다. 사전에 소셜펀딩을 통해 육지와 섬을 아우르는 후원금을 모았다. 국내 페스티벌로는 초유의 일이다. 대기업이나 지자체가 끼지 않아 가능했던 시도이기도 하다. 페스티벌을 시작하는 저녁나절에는 무대가 설치된 명도암으로, 낮 시간에는 제주 전역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셔틀버스를 운행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몇 개 코스를 선택 가능해 취향에 맞게 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인원을 분산함으로써 서로 친밀감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겟 인 제주의 내용이 확장된 동시에 다채로워진 셈이다.

    무대 역시 색달랐다. 흔히 제주 하면 떠올리는 바다 대신, 제주 오름이 눈에 들어오는 중산간 근처에 무대를 세웠다. 바람이 많은 지역 특성상 페스티벌 무대의 상식인 지붕을 과감히 없앴다. 첫날 갑자기 비가 쏟아져 공연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때마침 무대에 섰던 몽니가 그 비를 맞으며 마지막 곡으로 ‘소나기’를 연주해 그 모습이 차라리 작은 드라마 같았다. 오랜만에 페스티벌에 참가한 언니네 이발관은 밤새 공연하고 싶다는 말로 제주에서 열린 첫 페스티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모든 상황이 희소성이 사라진 수도권 페스티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는 단절감이 거꾸로 장점으로 승화하는 시간이었다. 서울의 매뉴얼이 아닌 지역에 특화된 매뉴얼이야말로 한국 문화콘텐츠의 다양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제주만큼 아름다운 곳이 전국 구석구석에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더 그러할 것이다. 매일 보는 고층 빌딩에서 벗어나, 관광객용 시설물로 빽빽한 자연 아닌 자연을 피해, 문화와 풍경이 어우러지는 내용 및 시간을 고민하는 것. 이는 ‘비즈니스’가 아닌 ‘축제’로서의 페스티벌을 꿈꾸는 사람들의 숙제다. 제트페스트는 이에 대한 하나의 좋은 가이드라인이었다. 첫 회에 참가한 이들은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벌써부터 내년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종료와 추억의 동기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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